[현장속으로] ‘물폭탄에 가동중단’ 서운동 영세공장들

물 먹고 멈춰선 기계들 수심 잠긴 영세공장들

48곳 17억원 피해… 배수펌프장 신설 등 대책요구

 

“매번 비만 내리면 물에 잠겨 제품 생산이 아니라 기계 수리와 사무실 청소 등으로 시간을 다 보내니 이게 무슨 일인가 싶습니다.”

 

인천 계양구 서운동 33㎡ 남짓한 공장에서 금속 부품들을 생산하는 방영길 정도정밀 사장(51)은 1일 오전부터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했다.

 

원래 오는 5일까지 300만원 상당의 금속 부품들을 납품해야 돼 이제 겨우 60% 정도 생산했지만, 정작 한창 돌아가야 할 기계는 지난달 31일 내린 비로 기계에 물이 들어가 멈춰 움직일 줄을 몰랐다.

 

힘겹게 아내와 운영하던 방 사장은 지난달 31일 침수된 공장을 간신히 정리하고 물량을 맞추기 위해 휴일에도 일하던 중 물이 무릎까지 차오르면서 기계에 물이 차는 것을 눈을 뜨고 지켜봐야만 했다.

 

간신히 생산품이나 가재도구는 지켰지만 방전기, 밀링, 선반 등 덩치가 큰 기계들은 이미 가벼운 수리로 해결될 상태가 아니었으며, 사무실 집기도 물이 차오른 흔적을 그대로 남긴 채 엉망진창이었다.

 

결국 방 사장은 납기일 안에 물량을 맞추기 위해 사무실 청소 및 기계 정비는 아내에게 맡겨둔 채 아는 공장을 통해 외주로 돌리기 위해 사방팔방 뛰어다녔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방 사장은 “지난해도 추석때 물난리를 겪었는데 올해 벌써 수차례 겪으니 이제는 자다가 빗소리만 들어도 잠이 벌떡 깨고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1일에만 인천지역에 165mm의 폭우가 쏟아지는 등 지난 1주일 내내 비가 계속 내리면서 굴포천과 서부간선수로 사이에 위치, 지대가 낮은 서운동 일대는 정도정밀 1천300만원을 비롯해 이웃한 공장 48곳이 17억원 상당(계양구 추산)의 재산피해를 입었다.

 

이 일대 공장들은 개발제한구역에 대한 무분별한 개발이 계속되면서 논밭이던 주변 지대가 상대적으로 높아졌고, 특히 굴포천이 배수역할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물이 역류해 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일대를 관리하고 있는 하화용 ㈜일문주택개발 관리차장은 “25년 동안 이 일대는 저지대이지만 무릎이나 허리까지 물이 찰 정도로 침수피해가 발생하진 않았다”며 “배수펌프장을 신설, 인근 하천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대책을 세워달라”고 말했다.

 

박용준기자 yjunsay@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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