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나는 대졸…'취업 찬밥' 고졸은 서럽다

학력 인플레 취업난 속 ‘찬밥신세’ …취직해도 급여·인사 불이익

지난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허모씨(20)는 대입에 실패한 뒤 직장에 취업하기 위해 요즘 자격증 공부에 한창이다. 어차피 대졸자들도 취업이 안되기는 마찬가지라는 생각에 고졸을 선택한 것이다. 지난 1년간 허씨가 입사지원서를 낸 곳은 무려 10여곳. 그 중에는 고졸자를 채용하겠다던 은행과 대기업도 있었다. 하지만 허씨의 생각과 달리 현실의 벽은 높았고, 허씨는 아직도 면접관 얼굴조차 구경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취업 전선에 뛰어드는 고졸자가 늘고 있지만, 고졸 채용 수요 부족과 취업시장의 고학력화로 취업에 실패하는 고졸자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2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국내 취업시장에서 처음으로 대졸 취업자가 고졸 취업자를 추월했다. 지난 3월 기준 대졸 취업자(전문대, 대학원 포함)는 954만1천명으로, 고졸 취업자 950만3천명보다 3만8천명 많았다. 대졸 실업자가 늘면서 취업시장에서도 고학력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취업을 원하는 구직자들이 채용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은행권과 대기업, 중소기업 등 산업계 전반에서 고졸자 채용이 확대되고는 있지만, 채용 규모에 비해 고졸 인력 배출이 월등히 많아 실효성 논란을 낳고 있다.

 

지난 1990년대 초반까지 은행권 신규채용 인력 대부분을 차지했던 전문계고 졸업자의 취업률은 해마다 떨어져 2002년 50%이던 취업률이 지난해에는 19%까지 추락했다.

 

또 취업에 성공해도 대졸자와의 급여 차이와 인사 불이익 등으로 중도에 퇴사하는 경우가 많아 고졸자들의 원활한 사회진출을 돕기 위한 정책이 절실한 실정이다.

 

실제 취업·인사포털 인크루트가 중소기업 인사담당자 37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고졸자를 정규직원으로 채용한 기업중 49.3%가 고졸자의 업무능력이 대졸자와 차이가 없다고 답했다.

 

도내 한 중소기업 인사담당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토익이나 TEPS점수가 높은 대졸 인력 지원이 빗발치는 상황에서는 대졸인력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며 “고졸자들도 특화된 전문직 진출을 준비하는 것이 취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진기자 hjle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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