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사 계약 빌미로 강요 中企 80% 속수무책으로 당해 공정위, 기술자료 개념·위법성 기준 등 가이드라인 마련
대기업과 하청계약을 맺은 중소기업들의 애로사항 중 하나인 속칭 대기업의 기술 ‘먹튀’문제에 정부와 관련 기관이 제동을 걸었다. 불공정 계약으로 기술을 탈취당한 뒤 버려지는 중소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중소기업청과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대기업 협력사의 22.1%가 거래과정에서 겪는 주요 애로사항으로 보유기술에 대한 대기업의 요구를 지적하고 있다. 계약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원치 않아도 기술을 제공할 수 밖에 없는 중소기업의 입장에서는 이를 거부하기도 쉽지 않아 80% 가량의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기술 요구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피해 중소기업이 특허심판이나 특허무효소송 등을 통해 기술에 대한 권리를 되찾는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공룡과 개미의 싸움으로 비유되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싸움에서 중소기업이 끝까지 소송을 진행하기에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에 정부는 지난 3월 하도급법 개정을 통해 중소기업 보호정책을 내놨으며, 최근 공정위가 ‘기술자료 제공 요구·유용행위 심사지침’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음으로써 중소기업의 기술보호 정책이 한층 강화됐다.
지난 3월 개정된 하도급법은 기존 기술자료 제공 강요금지 조항을 기술자료 제공요구 원칙 금지로 전환하고, 기술자료 요구시 중소기업 측이 증거자료를 확보할 수 있도록 서면교부를 의무화했다. 또 기술자료 유용시 3배의 손해배상 책임을 물려 중소기업의 피해보상에 적극성을 더했다.
기술자료의 정의와 범위도 기존 법원 판례 분석 등을 통해 구체화됐다.
특허권 등 지식재산권 관련 자료는 물론, 제조와 시공, 용역수행 방법에 관한 자료 등도 기술자료에 포함된다. 또 설계도면과 시공 메뉴얼, 생산원가내역서 등도 중소기업의 기술 및 경영자료에 포함돼 기술보호 대상이 된다.
공정위는 이번 가이드라인으로 적용되는 부당한 기술자료제공 요구행위에 대한 예시로 ▲비밀유지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기술자료를 제공하도록 요구하는 경우 ▲기술지도, 품질관리 명목으로 그 목적 범위를 벗어나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요구하는 경우 ▲기술자료를 제공하지 않을 경우 재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듯한 태도를 보여 기술자료 제공을 유도하는 경우 등을 꼽았다.
하지만 기술이전계약 체결 후 약정에 따라 비용을 지급하고 자료제공을 요구하는 경우나 공동특허출원을 하거나 특허출원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비밀유지의무 등을 합의한 후 기술자료를 공유하는 경우는 정당한 기술자료 제공요구로 명시해 일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기술교류 창구를 남겨놨다.
수원의 한 벤처기업 관계자는 “그동안 상품화를 미끼로 중소기업의 중요기술을 탈취하려던 대기업들이 이번 조치를 통해 자정 노력을 기울였으면 좋겠다”며 “시작이 어렵다는 말처럼 제도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당분간 각 기관에서 위반행위를 집중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기술 탈취를 미연에 방지하려면?
기술보호가 취약한 중소기업들은 제도가 완전히 정착될 때까지 중소기업청의 중소기업 기술보호 상담센터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중소기업 기술보호 상담센터에서는 각 분야 산업보안 전문가와 유관기관 전문가, 변호사, 변리사 등이 중소기업 기술보호 업무를 상담하고 있으며, 기술임치제도를 활용해 추후 기술 분쟁 발생시 증거자료로도 사용할 수 있다. 이호진기자 hjle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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