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정비사업에 무너지는 전통시장 주민 이주 시작 ‘매출 뚝’ 상가들 휴업·폐업 속출
“월세가 벌써 3개월째 밀려 있습니다”
18일 수원시 화서시장 한쪽에서 청과물을 판매하고 있는 이모씨(62)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시내의 다른 전통시장에서 수십년간 둥지를 틀었던 이씨는 좀 더 안정적이고 수익이 높은 자리를 찾아 5년 전 화서시장에 자리를 잡고 밤낮 없이 열심히 일해왔다.
하지만 인근 고등재개발지구 주민들이 보상을 받고 이주를 시작하면서 오가는 손님이 절반으로 줄었고 매출이 급감해 3개월 전부터는 보증금을 깎아 먹는 처지가 됐다.
이미 2~3년 전부터 주변에 대형슈퍼가 생겨나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던 이씨는 지난해 말부터 고등지구 주거환경정비사업으로 주변의 6천500여가구에 달하는 원주민들이 떠나기 시작하자 걷잡을 수 없는 적자난에 허덕이는 것이다.
이씨는 “주변에는 장사가 안되니까 아예 문조차 열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며 “마지 못해 장사를 하고 있지만 앞으로 4~5년을 어떻게 버틸지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시장에는 ‘임대문의’ 등의 전단이 붙어 있거나 섀시를 내린 빈 상가가 수십여군데나 됐다.
지하에서 영업하던 2천여㎡ 규모의 마트는 지난달 중순 계약 만료 이후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또 수원역 인근 매산시장에 위치한 Y축산은 세류주거환경개선사업지구 주민들이 떠나고 철거작업이 시작되면서 지난달 직원을 줄여야 했다.
이곳서 2년째 일하고 있다는 직원 서모씨(32)는 “북적거리던 시장이 어느새 활력을 잃고 매출이 뚝뚝 떨어지는 것을 보니 일하기도 눈치가 보인다”며 “정비사업이 끝나도 대형마트로 쏠릴 텐데 다른 곳을 찾아 떠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1천900여가구가 거주했던 성남 단대지구 주변에 위치한 단대시장과 금광시장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용하던 단골 주민들이 사라지자 매출이 줄어 상인들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경기도내 전통시장들이 주거환경개선, 재개발, 재건축, 뉴타운 사업 등 도시재정비사업으로 상권이 약화되면서 위기를 겪고 있다.
현재 도내에는 고등지구를 비롯한 10여개 지구에서 주민 이주 및 철거가 진행 중이며, 착공단계에 들어선 지역도 20여곳에 이르면서 이들 주변 전통시장의 어려움이 가중된 상태다.
또 최근 관리처분인가 및 착공단계에 들어간 안양 삼신6차아파트와 동양아파트 인근에는 호계시장이, 성남 성호시장 주변에서는 삼창·삼남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공사를 진행 중이어서 상권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한명석 화서시장상인회 회장은 “도시정비사업이 본격 진행되고 철거 및 공사가 시작되면 전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해질 것”이라며 “주차난, 구조안전 등 고질적인 문제와 대형마트와의 경쟁에 힘겨운 전통시장들이 재정비사업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현기자 jhle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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