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들 “농산물 값 폭등 초복에도 재미 못 봐”
대형유통점, 장마특수·세일 맞물려 매출 쑥쑥
14일 오후 2시께 인천 부평구 부평동 속칭 ‘부평깡시장’. 잠시 비가 그치자 상인들이 하나둘씩 나와 팔 물건들을 정비하기 시작했다.
자체 가게가 있거나 냉장고가 별도로 있는 상인들은 상황이 낫지만 바닥에 앉아 판매하거나 생선이나 야채, 과일 등 습기와 직결된 상품들을 파는 상인들의 얼굴은 수심이 가득했다.
아침부터 요란하게 퍼붓던 비는 잠시 그쳤지만 1주일째 쉬지 않고 비가 내리는 탓에 시장 상황은 말이 아니었다.
초복인데도 가게를 기웃기웃 둘러보는 손님들만 눈에 띌 뿐, 예년 초복만큼 붐비지는 않았다.
상인들은 “초복도 장마비가 쓸고 갔다”며 “3분의 1은 매출이 줄은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비가 계속 내리면서 과일 당도가 떨어지고 산지가격까지 폭등해 배추나 수박, 참외 등은 2배 가까이 오르면서 그마저 찾은 손님들도 훌쩍 뛴 가격에 망설이는 모습이었다.
아케이드가 설치돼 빗물을 그대로 맞아야 되거나 주차시설이 부족, 멀리에 차를 대고 수백m를 걸어야 하는 재래시장 특성 탓에 긴 장마 앞에 기를 펴지 못하고 있었다.
반면, 긴 장마는 대형 유통업체들에게는 지원군이 됐다.
현대적인 시설을 갖춘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에 손님이 몰리면서 최근 진행한 여름세일을 통해 신세계백화점 인천점 24.9%, 롯데백화점 10.4% 등 매출 상승효과를 거뒀다.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이 지난 3월 주차빌딩을 신축하는 등 백화점들은 예년보다 편리한 주차시설을 갖춘데다, 건물 내 일정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는 건물 특성상 젊은 소비자들이 많이 찾고 있다.
특히 장화 등 장마철 관련 품목들은 브랜드별로 최고 4배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일부 상품은 사이즈가 없어 팔지 못하는 진풍경도 벌어지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인천점 관계자는 “장마가 길어져 걱정했지만 편리한 백화점 특성상 많은 고객들이 찾아 주면서 장마철 아이템들을 중심으로 매출이 많이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용준기자 yjunsay@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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