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구제역매몰지 침출수관 제거 장마철 불안

이천지역 소규모 매몰지 10여곳 침출수 유공관 제거

환경단체 “부패 정도 확인 불가능”…市 “지속적 관리”

장마철을 맞아 구제역 매몰지의 붕괴 등 피해가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이천시가 가축매몰 두수가 적은 매몰지의 침출수 배출 유공관을 임의로 제거해 토양과 지하수 등 2차 오염피해 우려가 일고 있다.

 

10일 경기도와 이천시, 이천환경운동연합 등에 따르면 돼지 매몰지 272곳 등 총 396개의 매몰지가 있는 이천시는 지난 5월25일 소 50마리 미만 매몰지 49곳과 돼지 300두 미만의 매몰지 25곳 등 74곳에 대해 유공관과 가스관을 제거해도 무방하다는 대책을 담은 관리방안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3~4개씩 매몰지를 관리하는 시의 팀장급들은 침출수 인출이 불가능하거나 더이상 나오지 않는다고 판단이 되면 유공관을 제거하고 있다.

 

현재까지 관내 10여개 매몰지의 유공관이 제거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일 오전 이천시 대월면 구시리 A농장 인근 젖소 58마리가 묻힌 매몰지. 젖소 매몰지인 이곳의 가스관과 유공관은 온데 간데 없고 20여개의 구멍을 막은 모래주머니만 띄엄띄엄 놓여있었다.

 

더욱이 젖소 매몰지 저류조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플라스틱통은 매몰지로부터 10여m 떨어진 곳에 뒹굴고 있었다.

 

또 지난 1월23일 매몰일자와 함께 2014년 1월22일까지 발굴을 금지한다는 경고표지판만이 덩그러니 서 있었다.

 

이같은 유공관 제거에 대해 이천환경운동연합은 구제역매몰지는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라 3년간 발굴이 금지되고 있어 정확한 부패 정도도 확인할 수 없는데, 매몰 두수가 적어 침출수 유출 우려가 적다는 이유로 매몰 5~6개월 만에 유공관을 제거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경기도는 5월 초 가스 배출이 없어 사용 목적이 종료된 가스배출관은 시장ㆍ군수 판단하에 제거하라는 내용 등을 담은 가축매몰지 관리시 주의사항을 내렸지만, 침출수를 배출하는 유공관에 대한 제거 내용은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천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매몰두수에 따라 임의로 유공관을 제거한다면, 일괄적으로 3년간 발굴을 금지하는 법도 매몰두수에 따라 차등을 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매몰지 이전 현장을 가보면 각각의 장소에서 부패 여부가 천차만별인만큼 이러한 유공관 제거는 심각한 오염 피해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도 관계자도 “유공관 제거 문제는 좀 더 시간이 지난 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천시 관계자는 “100㎜로 설계된 유공관은 구제역 매몰 초기에 제 역할을 다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침출수 배출에 한계를 드러냈다”며 “이에 침출수가 많이 나오는 매몰지는 300㎜의 유공관을 재설치 하고 있고, 침출수가 거의 나오지 않는 소규모 매몰지는 유공관을 제거할 수 있지만 지속적인 관리를 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명관기자 mkle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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