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경제를 관통하는 핵심은 부채다. IMF 위기 당시에는 기업부채가 이슈였다면 지금은 과도한 가계부채가 시한폭탄이다. 2010년 가구당 부채는 평균 4천263만원으로 1인당 국민총소득(GNI) 2천192만원의 200%에 이르는 규모다. 국민에게 돌아올 잠재적인 빚 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개인이 갚아야 할 가계부채에 공공부문 부채를 더하면 우리 국민이 총 2천38조원의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총 가구가 1천733만 4천 가구인 점을 고려하면 가구당 약 1억2천만원의 빚을 잠재적으로 떠안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이 한국만 늘고 있다는 점이다. 2006년만 해도 가계부채가 10% 이상 급증했던 미국과 영국은 최근 4년 동안 가계부채 증가율이 빠른 속도로 추락해 2009년에는 감소세로 돌아섰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등 부채를 보유한 가정 중 30%가 부채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소득 300만원 이하의 가계는 66% 정도가 상환에 어려움이 있다.
카드론으로 가계가 몰리고 있다. 소득 최하위 20%계층의 가구당 평균 담보대출은 538만 원인 것에 비해 카드론은 1천706만 원이나 된다.
상대적으로 부채상환능력이 낮은 저소득층의 비은행예금기관 대출이 증가하고 있다. 저소득층인 소득 1분위의 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무려 600%를 넘어서고 있다. 또한 실제 아파트 거래량은 오히려 줄어들었지만 주택담보대출은 증가하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주택 구입의 용도보다 사실상 생활비 마련 등을 위해 대출을 받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주택담보대출로 생활비를 융통할 정도로 가계부채가 심각한 수준에 접어들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0년 우리나라 가계저축률은 2.8%다. 2001년 20%를 웃돌던 우리나라 가계저축률이 2%대로 주저앉았다. 가계부채 확대에 따른 가계저축률 하락은 직접적으로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저해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놓친 부작용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국가들의 주택가격은 20∼30% 하락한 반면 우리나라는 소폭 하락에 그쳤다. 미국이 2006~2009년 초 사이 31.9% 떨어진 반면 우리나라는 겨우 2.7% 하락했다. 주택가격 거품이 덜 빠진 것이다. 이는 집값의 안정적인 하향화를 유도해야 할 현 정부가 저금리 고환율 정책을 바탕으로 고성장만을 고집하며 부동산 부양 정책을 폈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짧은 만기와 높은 변동금리 비중 등으로 구조적인 취약성에 노출돼 있다. 시중은행의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을 보면 원금상환 없이 이자만 지급하는 대출 비율이 78.4%에 달한다. 또 원금분할 상환 대출 가운데 거치기간 만료를 앞두고 거치기간을 연장하는 등 원금 상환을 회피하는 대출도 36%에 육박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한국은행의 정책금리 정상화가 늦어지면서 대출이 급증했고, 정부는 부동산 경기부양 등 정책적 필요에 의해 주택담보대출 확대를 용인해 왔다. 근본적으로 정부의 경제상황에 대한 심각한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금리인상으로 물가를 억제해야 하지만 기준금리는 한국경제의 핵폭탄인 가계부채 1천500조와 연동되어 있다. 물가안정을 위해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데, 정부는 주택담보대출의 이자부담 때문에 금리를 섣불리 올릴 수도, 안올릴 수도 없는 자승자박의 상황이 됐다. 중요한 것은 가계부채 충격을 흡수 할 수 있는 경제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주택담보대출의 금리 리스크를 줄이려면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만기일시 상환을 원금분할 상환으로 서둘러 전환할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가 더 이상 늦기 전에 부동산 시장이 아니라 가계경제의 건전성 회복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계부채 대책은 이런 원인에 대한 진단에서 출발해야 한다.
우제창 국회의원(민·용인 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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