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 보금자리 지정에 보금자리 잃는 영세 업체들

“공장 옮기라는 건 문 닫으란 소리”

정부, 광명·시흥 추진…이주 대책 마련안돼 1천여개소 쫓겨날 위기

“지금 이곳에서 공장을 옮기라는 것은 문 닫으라는 소리나 마찬가지입니다”

 

정부가 집값 안정과 주택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추진하는 보금자리 주택건설 사업 때문에 영세 업체들이 집단으로 쫓겨날 위기에 놓였다. 정부가 지정한 광명·시흥 보금자리 지구에만 영세 공장들이 1천여개에 달하고 있지만 이들 공장에 대한 이주 대책이나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까지 나오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3일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광명·시흥 지역 업체들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12월 광명·시흥지역 총 면적 1천736만여㎡를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해 오는 2013년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광명·시흥 보금자리지구는 분당신도시(1천964만㎡)보다 약간 작은 ‘신도시급’규모로 개발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처럼 광명·시흥 지역이 보금자리지구로 지정되면서 시흥지역 영세 공장 900여개, 광명지역 유통업체는 150여개 등 1천여개가 넘는 영세 업체들이 삶의 터전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이들 지역 상당수 업체들은  축사나 창고 등을 개조한 무허가 업체들이 많아 택지개발 시 보상 여부가 불투명한 것이다.

 

지난해 말 화성시에서 시흥시로 공장을 옮긴 A씨는 LH의 보금자리주택지구 지정에  한숨만 쉬고 있다.

 

아파트 실내 건축 금형 자재를 납품하는 이 공장은 값비싼 물류비용으로 인해 공장을 옮겼지만, 보금자리주택지구 지정으로 인해 몇 년 뒤면 또 다시 터전을 옮겨야 하기 때문이다.

 

창고를 개조한 공장에서 3명의 직원들과 업체를 운영중인 B사장은 “가라면 가야겠지만 현재로서는 땅값이나 물류비를 조율할 수 있을만한 지역이 없다”며 “적절한 곳을 찾지 못한다면 딴 일을 해야할 판”이라고 말했다.

광명 노온사동의 생활용품 유통 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광명에서 생활용품 유통업을 하는 C씨는 “이곳에서 유통되는 물건들은 바늘부터 아이스박스까지 일상생활에 쓰이는 전반적인 것으로 전국의 공장이 이곳을 통해 국내는 물론 해외로 물건이 공급한다”며 “이곳에서 1년간 유통되는 금액만 3천억원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곳이 없어질 경우 국내 생활용품 유통망에도 타격이 상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LH관계자는 “현재 보상을 위한 현지 조사를 실시중이며 내년 초반 사업지구 조사가 끝난 후 이들에 대한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진상기자 dharma@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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