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학교 에어컨 '세균 바람' 씽씽

“1회 수백만원 비용 부담” 대다수 내부 청소 안해 질병 일으키는 먼지 우글

일선 학교마다 예산 부족을 이유로 에어컨 청소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학생 건강이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들어 내부 청소가 필요한 천정형 에어컨 보급이 늘고 있지만 일부 학교들은 내부 청소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채 수년간 청소를 하지 않아, 학생들이 대장균, 연쇄상구균 등 각종 세균을 그대로 흡입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3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경기지역 2천100여곳의 초·중·고교에서 천정형 및 스탠드형 에어컨 등을 사용하고 있지만, 에어컨 유지·관리비로 별도의 예산이 편성돼 있지 않으면서 학교마다 한 해 1회 이상 실시해야 하는 에어컨 청소를 꺼리고 있다.

 

이는 천정형은 필터 청소, 내부 스팀세척(부분 분해)만 할 시 대당 5만여원, 열교환기 등 내부장치까지 뜯어내 세척할 시(완전분해) 10만여원, 스탠드형의 경우 7만여원으로 한 회 청소 시 학교마다 300만~1천만원씩 드는 비용을 부담스러워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다수 학교가 학생 및 학교 관리원 등을 동원, 간단한 필터 청소 등만을 실시한 채 에어컨을 가동하고 있다.

 

이처럼 에어컨 청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대장균, 연쇄상구균 등 장염·피부병을 일으키는 각종 유해 세균이 발생, 학생들이 노출되고 있으며, 에어컨 고장과 전기 손실도 우려되고 있다.

 

이날 오전 9시께 용인시 A초교의 한 교실.

 

에어컨 청소업체가 천정형 에어컨을 부분 분해해 청소를 진행하는 가운데, 에어컨의 뚜껑을 떼어내자 희뿌연 먼지가 잔뜩 낀 필터가 드러났다.

 

에어컨 바람이 통하도록 검은 망으로 만들어진 필터는, 먼지가 융단처럼 덮여 회색으로 변해 있었다.

 

그물망 구멍마다 빈틈없이 박힌 먼지가 마치 부직포처럼 떼어졌다. 냉각과정에서 발생하는 물을 담는 드레인판에는 먼지때가 물과 뒤섞여 시큼한 냄새까지 났다.

 

이와 함께 용인시 B고등학교는 최근들어 천정형 에어컨 사용 5년만에 처음 청소했으며, 용인시 C초등학교와 수원시 D중학교도 수년간 에어컨 청소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D중학교 관계자는 “학교 인력을 통해 에어컨 외부 청소만 해주고 있다”며 “전문인력을 통해 내부 청소까지 해줘야 하는 점은 알고 있지만, 500만원이 넘어가는 비용을 기본운영비로 충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성보경기자 boccu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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