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신용불량' 나락…20대 파산신청 급증

전국 3만명 달해… 수백만원 등록금·수십만원 생활비 허덕

“현재 상황에서는 대학 졸업장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아득한 꿈처럼 느껴질 뿐입니다.”

 

학업을 중단한 채 밤낮없는 아르바이트를 통해 빚을 갚아나가고 있는 대학생 K씨(27·K대학교 3학년)는 최근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4~5개의 신용카드로 상당 부분의 등록금과 매달 수십여만원에 달하는 생활비를 충당해왔지만 카드빚이 천만원대에 달하게 되면서 더는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 3월 식당을 운영했던 아버지가 매출 부진으로 가게 문을 닫은 데다 어머니마저 당뇨로 몸져눕게 되면서 부모님의 지원은 바랄 수도 없게 됐다. 결국 K씨는 지난달 신용회복위원회에 개인파산을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

 

화성 H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L씨(28)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학자금을 위해 빌린 대출금과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떠안은 빚으로 인해 신용불량자 신세가 된 것이다.

 

이에 L씨는 대학 졸업을 1학기 남겨 둔 채 공사장 일용직이나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빚을 갚아나가고 있지만 매달 수십여만원에 달하는 이자를 감당하기도 버거운 상태다.

 

장기화하고 있는 경기침체와 높은 등록금 부담으로 인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대학생들이 속출하고 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김춘진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대학생과 대학원생 학자금대출자 중 신용불량자는 올해 4월 기준으로 전국 3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수치는 지난 2007년 3천여명, 2008년 1만여명, 2009년 2만여명, 지난해 2만6천여명이었던 것을 감안할 때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신용회복위원회 경기지부 등에도 등록금 부담을 호소하는 대학생들의 상담이 매달 수백여건씩 접수되는 등 높은 등록금 부담에 허덕이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회복위원회 경기지부 관계자는 “파산 신청 등의 대부분이 30~50대인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20대들의 신청이나 문의가 부쩍 늘었다”면서 “등록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현 대학생들의 세태가 반영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민수기자 kiryang@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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