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조량 부족에 이른 장마까지… “하늘이 원망스러워”
일주일째 이어진 때아닌 이른 장마에 과수농가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지난 겨울 동해 피해에 이어 봄철 일조량이 부족해 과실 생육이 가뜩이나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장기간 비가 내리면서 당도 걱정까지 해야할 판이기 때문이다.
27일 이천시 장호원에 위치한 복숭아 농장.
농장주 석모씨(47)는 줄기차게 내리는 빗속에서 1천여주의 복숭아 나무를 바라보면서 한숨부터 내쉬었다.
전년에 동해 피해로 절반 가까이 나무가 상한 이 과수원에서는 어렵사리 살려놓은 나무가 올해 겨울 또다시 얼어붙으면서 겨우 30% 가량만 살아 남았고, 봄철 일조량이 부족, 예년보다 개화기도 10일이나 늦어져 수확량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올해는 봄부터 궂은 날이 많았던 탓에 날씨가 좋던 평년보다 병충해가 많아지면서 어린 새순을 갉아먹는 순나방이 극성을 부렸다.
그러나 1주일이나 계속된 비 때문에 약을 쓸 수 없는 상황이라 그나마 대과로 클 수 있는 과실을 안타깝게 바라만 보고 있다.
계속되는 비에 당도 떨어질라 전전긍긍
방제도 제대로 못해 벌써부터 출하 걱정
그는 “농사라는게 하늘만 바라보고 하는 일인데 비까지 이렇게 빨리 내리고 장기간 이어지니 답답한 심정”이라며 “예년보다 병충해도 많은데 장마가 너무 빨라 방제를 못해 큰일”이라고 말했다.
인근 지역에서 복숭아를 재배하고 있는 이모씨(53) 역시 지금처럼 비가 계속 내리면 당도가 떨어질까봐 걱정하고 있다.
출하량도 문제지만 과일이 여물어야 할 시기에 햇빛이 부족하면 당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7월 초 출하 될 복숭아의 상품성이 저하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다.
이 밖에 화성, 안성, 남양주 등 도내 곳곳의 과수농가들이 이번 장맛비에 걱정을 키우고 있다.
화성 이모씨(55) 농가는 포도의 봉지씌우기를 진행해야 하는데 비로 인해 일정이 지연되고 있고, 남양주의 정모씨(63)는 노지에서 키우고 있는 배나무 생육상태를 점검하느라 며칠째 빗속에서 고군분투를 벌이고 있다.
경기도농업기술원 관계자는 “동해 피해가 2년 연속 이어진 농가가 많고 장마와 태풍 소식까지 들리면서 곳곳에서 출하량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일조량 부족과 봄가뭄에 이어 이른 장마까지 기상상태가 좋지 않아 과수농가들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지현기자 jhle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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