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의 대안을 찾아서] (4) 특성화 교육의 진수 핀란드 따피올라 고교

빈부차 없는 공평한 교육 ‘학업의 즐거움’ 가르쳐요

포호요이스 따피올라 고등학교(Pohjois Tappiola Upper Secondary School)는 핀란드의 헬싱키시 다음으로 큰 도시인 에스푸(Espoo)시 지역에 위치한 인문계 고등학교이다.

 

에스푸시는 세계적인 IT기업인 노키아 본사가 위치한 곳으로 비교적 지역경제가 활성화 돼 있어 교육수준 또한 타 지역에 비해 높은 편이라는 게 토이니 교장의 설명이었다.

 

교장은 또 핀란드는 교육 자치가 지방 자치에 통합돼 있어 학교의 수준이 지자체 주민의 삶의 질을 나타내는 지표로 작용, 체계적이고 다양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따피올라고는 지난 1962년에 설립돼 운영되다 공립고로 전환, 지난 2002~2003년에 학교의 시설을 전면 보수했으며 학생 420명과 교사 30여명이 다니고 있다.

 

도심 외곽의 한적한 주거지역에 위치한 학교는 넓은 광장과 운동장이 주변 나무들과 조화롭게 잘 배치돼 있어 마치 국내 대학교를 연상케 했다.

 

교사 내부는 비교적 깨끗하고 정돈된 모습이었으며 컴퓨터와 프로젝트, 전자칠판 등 첨단교육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학습시스템을 활용하고 있었다.

 

현재 이 학교에 개설돼 있는 교과는 175개이며 학생들은 1년에 5학기로 구성된 학제에 따라 교과를 선택해 수강하고 있었다.

 

선택 수강제에 따라 학생들은 신청한 수업에 따라 교실을 이동해 수업, 국내 대학과 동일한 시스템이었다.

 

학생들이 수강하는 교과는 필수교과와 전문심화선택교과, 자유선택교과 등으로 구분되는 데 전문심화선택교과는 다시 국가가 지정한 교과와 학교가 지정한 교과로 구분된다.

 

학교가 지정한 교과는 일종의 특성화교육으로 따피올라고는 드라마 수업을 개설, 운영하고 있었다.

 

매년 120-130명씩의 신입생 가운데 20%가 드라마를 선택과목으로 택하고 있으며 이 학생들은 드라마 선택과목을 이수하지만 모든 정규과정을 그대로 수행하고 과외로 드라마 수업을 받고 있다.

 

신입생들에 ‘학업프로그램 메뉴얼’ 제공

 

학생-학부모-교사 협의로 이수 교과 설계

 

핀란드 첫 드라마 분야 특성화고교 운영

 

학생들 재능 키우고 진로선택 폭 넓혀

 

따피올라고는 매년 신입생들에게 ‘고등학교 학업프로그램 선택 메뉴얼’을 제공, 메뉴얼에 따라 학생, 학부모, 교사가 협의해 신입생들의 이수할 교과를 설계하게 된다.

 

드라마 특성화고교이긴 하지만 졸업에 필요한 이수 교과의 2/3가 필수 교과로 묶여있기 때문에 학생 선택의 폭은 그리 넓지 않다고 볼 수도 있다.

 

3년동안 졸업요건을 충족키 위해서는 1학년 때 30개의 필수 교과를, 2학년엔 20개의 필수교과를 이수해야 한다.

 

이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3년을 마치고도 졸업자격을 얻지 못해 1년을 연장해 학교를 다녀야 하며 성적인 우수한 학생은 2년6개월만에 졸업하기도 한다.

 

특히 이 학교는 학생의 개별화 학습을 위해 학습 장애나 문제점을 찾기 위한 각종 검사를 실시하고 문제가 있는 학생들은 시간적, 물리적 보조를 제공하고 있다.

 

학생들이 학업을 마친 후에는 국가 수준의 총괄평가를 한다.

 

모든 과목 이수 후 학생들은 교사에게 피드백을 제공받고 학교는 정기적으로 학생과 학부모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이며 학교장과 교사들은 정기적인 토론을 벌인다.

 

아울러 연 1회 정도 학부모의 방을 운영해 학교경영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기도 한다.

 

■ 핀란드 일반계 고등학교

 

일반 고등학교는 16~19세 학생들에게 기본교육의 교수내용과 교육임무를 가르친다.

 

고등학교는 고등교육 진입자격을 부여하는 대입시험(the matriculation examination)으로 종결된 다 할 수 있다.

 

핀란드의 지리적 교육 접근성은 상당히 높은데 학교네트워크는 모든 교육수준에서 종합적으로 잘 분포돼 있다.

 

일반고등학교의 출발점은 교육적, 문화적 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으로 거주지, 언어와 경제적 입장에 무관하게 교육기본권이 보장되고 있다.

 

일반 고등학교는 학년으로 나뉘어 조직돼 있지 않고 수업이 학년별 학급으로도 묶여 있지 않다.

 

기본교육 수업요목을 이수한 모든 학생들은 일반 고등학교에 진학할 자격이 주어지며 수업요목을 완수하지 못한 학생(해외 유학생 등)도 일반 고등학교에서 수학할 충분한 능력을 갖고 있다면 진학할 수 있다.

 

일반 고등학교의 목표는 학생들이 양호하고 균형적이고 교양있는 개인들로, 그리고 사회구성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촉진하고 학생들에게 심화된 학습(진학)과 직업생활, 개인적 관심과 인성의 다양한 발전기회를 제공해줘야 하는 것이다.

 

일반 고등학교 교육은 무상이지만, 수업재료비는 지불해야 한다.

 

핀란드는 사립학교도 존재하는 데 일반 고등학교법에 따라 지방정부, 공동 지방정부, 등록된 협회나 재단은 교육제공자로서 면허를 받아 사립학교를 설립할 수 있다.

 

사립학교는 정부교부금 체제를 통해 설립비와 운영비를 국가로부터 지원받고 있으며 지원의 기준은 소유구조와 무관하게 단일하다.

 

이들 사립학교들의 졸업장은 시립 고등학교에서 수여된 것과 동일한 자격과 권리가 부여된다.

 

핀란드 헬싱키=박수철기자 scp@ekgib.com

 

인터뷰 따피올라 고 토이니 교장

 

학년·학급 없는 무학년제…

학점 이수하면 언제든 졸업

 

-학교에 대한 소개는.

 

무엇보다 핀란드의 일반계 고교의 교육과정은 농촌이든, 도시든, 어촌이든 어느곳이나 같다. 모든 고등학교가 동일한 교과과정과 교육방법을 운영해야하만 한다.

 

이로 인해 핀란드 고교생들은 최상위권 학생들이 많지 않지만 최하위권 학생들도 많지 않다. 중상위권에 모든 학생들이 위치한 것이다. 즉 도시와 농촌, 빈부의 차에 관계없이 공평한 학습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본 학교도 전국 어느 일반계 고교와 같은 교과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다만 드라마(연극 및 영화) 분야를 선택과목으로 채택, 드라마 분야 특성화고교로 운영되고 있다.

 

-드라마 특성화 고교 도입 배경 및 운영은.

 

당초 본교도 일반 고교들처럼 음악이나 운동을 특성화 과목으로 설정하고 싶지 않았으며 수학 과목을 특성화 하려 했지만 이미 다른 학교가 도입, 운영 중에 있었다.

 

따라서 본교는 1960년대 드라마 특성화고교로 운영키로 결정, 아마 핀란드 최초로 드라마분야 특성화고교가 될 것이다.

 

매년 120~130명씩의 신입생 가운데 20%가 드라마를 선택과목으로 택하고 있으며 이 학생들은 드라마 선택과목을 이수하지만 모든 정규과정을 그대로 수행하고 과외로 드라마 수업을 받고 있다.

 

이에 1년에 2번 드라마 수업 학생들과 학부모 등이 참여하는 문화의 밤을 개최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진짜 배우나 영화 관련 직업을 택하기 위해 드라마 수업을 듣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일부는 배우도 되고 관련 업종에 진출하기도 하지만 대다수는 고등학교 생활을 하면서 자기만족을 하기 위한 것이다.

 

-학년 및 학급 운영방식은.

 

본교의 학생수는 전체 420여명에 달하며 학급당 학생수는 25~30명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학급의 의미가 없으며 특정과목의 경우 30명이 넘거나 특정과목은 10명 이내가 될 수 있다.

 

이같은 이유는 본교는 학년과 학급이 없는 무학년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학생들은 필수 및 선택 과목의 학점만 이수하게 되면 언제든 졸업이 가능하다.

 

학생들은 최대 4년까지 다닐 수 있으며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은 2년 6개월만에 학교를 졸업하기도 한다. 1년에 5학기로 구성돼 있다.

 

-학교의 교육철학 및 비전이 있다면.

 

학생들이 학업을 즐기고 중요성을 깨닫는 것은 물론 나의 미래를 보게 하는 것이 본교의 가장 큰 목표이자 철학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내면적으로 학업의 모티베이션을 심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굉장히 중요한 것은 15~16세의 청소년들이 고교과정을 거치면서 성인이 돼 나간다는 것이다. 고교 생활중 즐거운 추억과 기억을 갖는 것은 물론 내가 어떠한 직업을 선택해야 할 것인가도 결정돼 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한국교육에 대해 말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한국 학부모들의 교육에 대한 열과 성의에 대해선 높이 평가한다.

 

다만 교육에 대한 관심과 열의가 너무 지나쳐 모든 학생들이 특정 우수대학에 들어가 대기업에 취업해야 한다는 오류가 발생하고 있다.

 

학생 개개인의 취향과 특성을 살려야 한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세상에는 광부, 간호사, 청소부 등 모두 필요하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목표를 높게 가지는 것은 중요하지만 핀란드의 경우 중학교를 마친 뒤 50%만이 대학을 위한 일반계 고등학교로 나머지 50%는 직업교육을 위한 학교로 진학한다.

 

다시, 일반계 고교를 졸업한 뒤에도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다.

 

한국 부모들은 교육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선 알고 있지만 자녀들에게 결코 강요하지 않는 핀란드교육의 참 의미를 알아야 할 것이다.  핀란드 헬싱키=박수철기자 scp@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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