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주도 업무방해 혐의 외국인근로자 ‘무죄’

인천지법 “증거 없어”… 인권단체 “검찰 무리한 기소”

파업을 주도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로 기소된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해 법원이 “손해 금액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인천지법 형사4단독 오상진 판사는 23일 건설업체 사업장에서 파업을 주도해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로 구속 기소된 베트남 이주 근로자 A씨(37) 등 3명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 판결했다.

 

오 판사는 판결문을 통해 “사측의 진술 이외에 파업으로 인해 손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오 판사는 “국적을 불문하고 외국인도 노동기본권 향유 주체가 된다”면서 “쟁의행위로 파업이 업무방해죄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심사함에 있어 이같은 헌법상 기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17일 대법원 판례는 “쟁의행위로 파업이 업무방해죄에 해당되려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쟁의행위가 전격적으로 이뤄져 사용자의 사업 운영에 혼란이나 손해를 초래하는 등 사용자의 사업 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라고 규정했다.

 

다만, 법원은 파업 참여를 부추기는 과정에서 동료 근로자들에게 폭력과 상해를 가한 혐의는 유죄로 인정, A씨 등 9명에 대해선 각각 벌금형과 징역형 등에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1명에 대해선 선고 유예했다.

 

한편, 한국이주인권센터는 이날 판결과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노동조합이 없는 상태에서 이주 근로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파업하게 된 것을 검찰이 굳이 구속기소까지 해야 했는지 법원 판결이 말해 주고 있다”며 “폭행죄와 관련, 당사자간 합의 및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았는데도 벌금·징역형 판결이 나와 유감”이라고 밝혔다.

 

A씨 등은 지난해 7월 인천 모 건설업체 사업장에서 동료 근로자 170명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6일 동안 불법 파업을 주도, 업무를 방해하고 손해를 끼친 혐의로 지난 4월 구속 기소됐다.

 

박혜숙기자 phs@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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