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요건 못갖춘 기업들 사채시장 내몰려 피해 눈덩이
포천에서 섬유사업을 하는 강모씨(43)는 지난해 은행권 대출 연체로 자금 사정이 악화되자 자재구입비를 마련키 위해 일수업자로부터 2천만원을 빌렸다.
강씨는 당초 이 돈을 매일 20만원씩 140일간 총 2천800만원으로 갚기로 했다.
그러나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일수 지급이 연체되기 시작해 일수날자가 200일을 넘어섰고 강씨는 현재 원금의 2배 수준인 4천여만원을 더 갚을 수 밖에 없게 됐다.
강씨가 그동안 70일 분을 갚아 대략 1천400만원이 일수업자에게 들어갔음에도 일수일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원금의 2배가 넘는 돈을 이자로 내는 셈이다.
이처럼 은행권 대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중소기업들이 사채시장에 몰리면서 불법사금융으로 인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사금융 관련 피해상담은 개인과 기업을 모두 합쳐 총 1만3천528건으로, 2009년 6천114건에 비해 2배이상 늘어났다.
제1금융권 대출 심사가 강화되면서 금융 수요가 제2·제3 금융권으로 몰리면서 나타난 결과다. 특히 제3금융권에서조차 대출이 거부된 중소기업들이 불법사금융업체에서 돈을 빌린 뒤 피해를 입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대부분 보복이나 거래처 악영향 등을 우려해 신고를 꺼리고 있다.
광주에서 주물업을 하는 최모씨(52)는 지난해 갑자기 닥친 자금난을 해소키 위해 대부업체로부터 3천300만원을 대출받은 뒤 모든게 무너졌다.
연 44%로 알았던 이자율은 실제 70%에 육박했고, 대부업체는 법정이자 한도를 피하기 위해 연체이자를 추가 대출로 꾸며 대출 총액을 부풀리기까지 했다.
그 사이 최씨가 대출받았던 3천200만원은 6천만원을 늘어났고, 빚독촉 소식을 접한 직원들까지 그만두면서 최씨의 공장은 사실상 폐업된 상태다.
최씨는 “가족들만 아니었으면 해외로 도망이라도 갔을 것”이라며 “합법적인 서류를 들이밀기 때문에 법적 대응도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대부분의 사업주가 외부에 피해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꺼려 불법사금융 근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제도적으로 충분한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는 만큼 피해 발생시 금감원 금융애로상담센터로 신고해 추가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진기자 hjle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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