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여성들 창업지원 ‘가위손’ 희망 설계
40~50대 취약계층 여성들을 위한 일자리는 가사노동이나 돌봄서비스에 관련된 것에 국한되기 쉽다.
그러나 이런 일자리들은 빈곤에서 탈출하는 기회를 제공할 수는 있지만 자존감 향상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에 자활과 자존감 향상의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자 노력하는 사회적기업이 바로 미용사업에서 새로운 영역을 구축한 ‘조이비전’이다.
수원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사회적기업 조이비전 건물은 외부에서 바라보면 얼핏 유명 헤어디자이너의 이름을 딴 일반 미용학원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 이곳은 어려움에 처한 저소득·한부모가정 여성들의 자립과 자활을 지원하는 핵심본부다.
조이비전의 태동은 10년 전인 지난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우만지역자활센터에서 일본의 움직이는 미용실과 생활협동조합 등을 모델로 삼아 지역조사를 거쳐 미용 자격증을 취득하고도 활용을 하지 못하는 저소득층 여성들을 모아 방문미용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헤어디자이너 박준씨와 협약
미용기술 가르쳐 자활기회 제공
수익모델로 헤어두피센터 등 운영
초기에 모인 5명 중 1명이 미용사자격증을 소지하고 있었으며, 이들은 사회복지시설과 경로당, 병원 등을 돌며 방문미용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자격증 취득에도 힘을 쏟았다.
이후 자격증을 취득한 후에도 자신감이나 자금여력 문제로 이른바 ‘장롱면허’를 만든 지역내 유휴 저소득인력을 사업단으로 끌어모아 지동사무소에 미용실을 확보하고 본격적인 영업에 돌입했다.
사업단 참여자 증가에 힘입어 연령과 기술력에 따라 취업, 창업, 미용기술교사 등 다양한 목표를 설정하고 기초생활보장기금을 활용, 세류동에 1호점을 낸 이들은 공동체 사업과 개인창업의 성과를 내기도 했다.
특히 지난 2007년부터는 지역노동시장을 교란하지 않는 범위에서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저소득층 여성의 자활을 돕겠다는 목표로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기에 이른다.
이렇게 자리를 잡은 조이비전의 사업영역은 크게 세가지로 나눠진다.
우선 교육사업으로 운영되는 박준뷰티아카데미는 유명 헤어디자이너 박준씨와 협약을 맺고 명예원장으로 초빙해 헤어와 피부, 두피 등으로 세분화된 교육과정을 제공한다.
저소득층에게는 교육비의 절반을 지원함으로써 미용전문가로 거듭나는 기회와 취업·창업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수익모델로 운영되는 프랜차이즈사업은 ‘자연미’ 헤어두피케어센터와 어르신미용 전문센터인 ‘실버뷰티클럽’으로 나뉜다.
이곳에서는 천연제품을 사용해 멋을 넘어 건강까지 생각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40~50대 여성과 어르신으로 대상을 특화해 지역사회내의 사랑방 역할을 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로 도약을 준비 중이다.
마지막으로 찾아가는 미용서비스 ‘가위천사’는 장기요양보험과 연계해 어르신이나 장애인 등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도 퍼머, 커트, 염색, 드라이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조이비전은 최근 저렴한 가격과 두피무료진단이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내세워 지역내 활동영역을 넓혀나가고 있으며, 평균 10~20명의 교육생을 배출하면서 지난해에는 1억5천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강근수 조이비전 대표는 “자활근로로 시작한 조이비전이 사회적기업으로 우뚝서기까지 지역사회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취약계층 여성들이 창업에 성공하는데 만족하지 않고 이들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지현기자 jhlee@ekgib.com
인터뷰 강근수 조이비전 대표
“헤어·두피·피부 서비스 프랜차이즈 확대할 것”
“대표가 아닌 영업맨의 마인드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확장하는데 헌신하겠습니다.”
강근수 조이비전 대표(42)는 조이비전의 초기부터 현재까지의 모든 과정을 관리하고, 제안하고, 길을 만들어 왔다.
강 대표는 일반 기업과 개인 사업까지 다양한 경험을 쌓은 후 사회복지 및 자활분야에 뛰어들고 사회적기업 조이비전을 발전시키는 산파역할을 수행한 전문가로서 사후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음은 강 대표와의 일문일답.
-미용 전문가들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는데.
박준 명예원장님은 지난 2007년 조이비전의 뜻에 동참해 협약을 맺은 이후 연 2~4회의 특강을 실시해 주실 정도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또 수원여대 이용예술과 교수들이 강사로 자원봉사 및 강의지원을 해주고 있어 여성들이 미용전문가로 성장하는데 조력자로서 도움을 받는다.
-감동을 받았던 사례가 있다면.
60세가 넘어 사업단에 참여한 후 자격증을 취득한 여성이 있다. 미용사 자격증을 따고 미용실 창업까지 성공한 그 분이 자녀들 앞에서 처음으로 당당하게 엄마로서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였다는 말에 큰 보람을 느꼈다. 잔뜩 움츠려 있던 저소득 취약계층 여성들이 자신감을 찾고 일하는 모습이 모두 감동적이다.
-사회적기업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지역화에 성공하는 것이 사회적기업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본다. 혼자 잘 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대안경제의 모델로서 사회적경제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역내 자원들과 연계하고 네트워킹을 강화해야 한다. 바른 가치로 바른 소비를 이끌어내는 것이 성장의 원동력이기 때문에 지역주민의 관심이 절실하다.
-조이비전의 목표와 비전은.
조이비전을 통해 창업에 성공한 분들을 포함한 지역내 소규모 미용실을 대상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수익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아이템의 내실을 다져 헤어와 두피, 피부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해결하면서 건강까지 관리해 지역주민들의 참여를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
이지현기자 jhle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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