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침침한 동굴. 음산한 기운이 감도는 가운데 서늘한 바람이 느껴진다. 땅인 줄 알았던 바닥은 대형 악어의 등판. 악어가 헤엄치자 내 몸도 마구 움직이기 시작한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자욱한 안갯속에 먼 불빛이 깜박거린다. 긴장감이 몸을 조여오는 가운데, 정신을 차려보면 동굴이 아닌 극장이다.
머지않아 4D극장에선 이런 풍경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보고 듣는 수준을 넘어, 바람이 불고, 의자가 흔들리면서 현장감이 극대화된다. 영화에나 나올법한 얘기라고 고개를 젓는다면, 화면 속 인물이 눈앞까지 튀어나오는 3D극장은 가능할 거라 여겼었는지. 가상과 현실 사이의 벽, 명지대 컴퓨터공학과 UX 미디어 연구실이 벽 허물기에 나섰다.
■ 가상과 현실을 잇는 다리, MPEG-V
4D 특수효과 창출하는 가상세계와 현실세계를 잇는 기술이 MPEG-V다. MPEG-V는 쉽게 말해 눈에 보이는 효과를 몸으로 느낄 수 있게 전환하는 기술이다. 멀티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대표적인 국제표준화 기구 MPEG(Moving Picture Experts Group)이 규정한 기술로, 바람·온도·진동과 같은 실감효과를 표현하는 것에서부터, 아바타와 같은 가상 객체표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범위를 다룬다.
명지대 컴퓨터공학과 UX 미디어 연구실이 MPEG-V 관련 표준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 MPEG-V 표준화 활동, 컴퓨터공학과 UX 미디어 연구실 앞장
UX 미디어 연구실은 지난 2008년부터 MPEG-V 표준화 활동을 지속해왔다. 김상균 컴퓨터공학과 교수와 연구원들은 현재 ‘ISO/IEC 23005’라는 공식 프로젝트 명칭으로 ISO 표준승인을 받아, MPEG-V 표준에 대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UX미디어연구실 ‘4D 특수효과’
MPEG-V 표준화 기술로 주목
“심리학 접목 최적 효과 이룰 것”
국제 사회에서 ‘표준’은 시장을 독점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로, 표준을 선점할 경우 상당한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뒤처질 경우 반대로 로열티를 내야 한다. 이에 따라 기업이나 연구소, 공공 기관 등에서 기술력에 대한 선점과 방어차원에서 국제 표준의 중요성이 두드러지고 있다. 아울러 표준화된 기술력을 상용화하려면 관련 산업의 성장과 관심이 필수적이다.
MPEG-V 기술을 표준화를 통한 활용방안은 무궁무진하다. 4D영화뿐 아니라 건강관리, 인터넷 학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기술 활용 시 학습자가 단순히 수동적으로 동영상을 시청하는 것이 아니라 체감 효과를 활용해 중요한 부분에서 진동을 느낄 수 있다. 또 청각 장애 학생들에게는 진동으로 소리를 표현해 학습 효과를 극대화할 수도 있다.
표현 방식의 호환성이 쉽기 때문에, 닌텐도 위(Wii)에서와 같은 위치센서 작용은 MPEG-V 적용 시 다른 플랫폼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UX미디어 연구실의 MPEG-V 표준 기술 채택 실적으로, 협력 기관에서 제안했던 기술 중 6건이 첫 번째 ISO/IEC 국제 표준으로 제정되는 성과를 달성했다. 이를 홍보하려는 목적으로 지난 1월 대구인터불고에서 열린 96차 MPEG 대구 회합에서 개최된 ‘MPEG-V Awareness Event’에 참가, 독자 데모 시현과 삼성 등과의 공동 데모를 시현하기도 했다.
■ 상용화를 위한 노력
MPEG-V를 적극 활용하려면 상용화가 돼야 한다. 이에 대해 UX 미디어 연구실은 관련 산업의 성장과 관심이 필요하며 산업체와의 연계가 필요하다는 견해이다.
김 교수는 “MPEG-V 표준을 통한 4D기술은 실제 사람이 체감하는 것으로 맛을 제외한 오감에 대해 실감 나게 적용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방송국의 4D산업, 체감기기 관련산업 등 새로운 사업을 창출할 수 있고, 특히 체감방송은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기술 연구가 절실하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인간 심리에 기초한 체감효과 연구, 장애인 관련분야, 교육 분야도 연구돼야 할 부분이다. 그는 “심리학과 접목해 사용자의 처지에서 최적의 효과를 느낄 수 있도록 인간 심리를 고려한 체감효과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며 “아울러 감각에 대한 장애인을 위한 연구, 진동을 통한 교육 분야의 효과 극대화 방안 연구 등을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보경기자 boccum@ekgib.com
인터뷰 뮤지컬학과 10학번 권상문 학생
“성숙한 내면 지닌 연기파 배우 꿈꿔요”
뮤지컬학과 10학번 권상문씨(21)는 차세대 무비 스타를 꿈꾸며 강원도 삼척에서 명지대로 진학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연기공부에 발을 들이긴 했지만, 사실 권씨는 입학 전에 연기력을 뽐낸 바 있다. 고등학교 시절 그는 연극반에 들어가 창작뮤지컬 ‘뺀지와 철조망’을 접하게 된다.
뺀지와 철조망은 권씨의 모교인 도계고와 인근 태백고 불량클럽 학생들의 이야기로, 영역다툼을 벌이던 학생들이 여러 사건을 겪으며 우정과 사랑을 깨닫고 서로 이해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도계고의 특색교육 프로젝트로 2006년 탄생, 폐광촌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 학생들의 부적응을 우려한 교장 선생님의 제안으로 만들어졌다. 권씨는 이 뮤지컬에서 주인공 박태수를 맡으며 2007년 강원도 청소년 연극제 최우수상을 받았다.
권씨가 처음 맡은 역할을 훌륭히 소화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연기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삼척의 작은 탄광촌 마을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 도시에서 살다가 탄광촌에서 일하게 된 아버지를 따라 중학교 1학년에 전학을 오지만, 전교생이 80명뿐인 곳에서 아이들의 텃새로 따돌림을 당하며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된다.
자신이 직접 겪은 외로웠던 유년기를 황량한 탄광촌 마을의 외로운 소년 태수로 표출할 수 있었고, 이후 영화배우의 꿈을 갖게 됐다.
뺀지와 철조망으로 수상한 후로도 같은 해 싹(SAC) 연극제에서 ‘고도를 기다리며’로 최우수 연기상을, 2009년에는 창작극 ‘오리지날 사운드 트랙’으로 강원도 연극제 우수 연기상을 받았다.
노래나 춤보다는 연기에 더 자신이 있지만 훌륭한 교수진을 보고 명지대에 진학하게 됐다는 그는 학교생활이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럽다고.
그는 “내면적 농밀함을 지닌 배우가 되고 싶다”며 “‘태수’를 연기할 당시 얻었던 것들에 만족하지 않고 대학생활 동안 초심으로 돌아가 진정성을 가진 배우에 한 걸음 더 다가가고 싶다”고 말한다.
성보경기자 boccu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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