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주민 ‘오염정화 책임’ 놓고 법적분쟁 계속… 정부는 소극 대응
<2> 오염치유, 줄잇는 소송
최근 미군기지 화학물질 매립 주장으로 파장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지방자치단체와 해당 지역주민 등이 제기한 미군기지 환경오염소송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군기지가 자리한 지방자치단체들은 불평등한 SOFA(한·미 주둔군지위협정) 협정으로 미군기지에 대한 접근이 사실상 차단된 상태에서 미군이 기지내에서 오염 행위를 하더라도 미군에게 직접적으로 배상받을 길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03년 SOFA 협정 관련 미군기지 환경오염 소송은 모두 7건에 이르고 있다.
10일 오전 철조망으로 출입이 통제되고 있는 파주 캠프 자이언트. 소송이 진행중인 기지의 건물들 사이로 나무와 이름 모를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 흉물스러운 모습으로 방치되고 있었다.
기지내 기름을 공급하던 주유소는 앙상한 몰골을 드러내고 있었고 무성하게 자란 수풀 사이의 유류 탱크는 녹슨 채 방치되는 등 지난 2007년 반환이후 수년째 오염 정화 주체를 놓고 법적 분쟁이 벌어지면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캠프 자이언트 인근 주민 L씨(57)는 “미군지기지가 반환되면 당장 교육관련 시설이 들어오는 줄 알고 기대가 컸는데 오래 동안 그냥 방치되고 있으니 한심스럽다”며 “정부가 판결에 승복하고 정화사업을 마친 뒤 어떤 시설이든지 빨리 들어섰으면 좋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파주시 문산읍 선유리 17만1천179㎡의 경기도교육청 소유의 토지는 지난 1957년 9월 ‘징발에 관한 특별조치령’에 따라 징발된 후 주한미군 보병부대가 주둔했다.
지난 2007년 4월 ‘대한민국과 미합중국간의 연합토지관리계획협정’에 따라 2008년 7월 국방부는 캠프 자이언트의 징발을 해제하고 토지 소유주인 경기도교육청에 반환했다.
그러나 지난 2005년 3월2일부터 같은 해 6월15일까지 조사된 캠프 자이언트의 환경오염 상황은 심각했다.
지난 2006년 국정감사 정책자료집 미군기지 환경백서에 따르면 환경오염 조사 결과 토양오염 면적은 전체 2만3천653㎡에 달했으며, 석유계총탄화수소가 최대 2만767mg/kg이 검출돼 우려기준(500mg/kg)을 40배나 초과했다.
이에 따라 토양오염에 대한 정화 비용을 떠안게 된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2009년 12월 국가를 상대로 오염물질을 제거해 달라며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지난해 8월 오염토양정화 청구 소송 1심서 서울중앙지법은 대한민국 정부가 오염토양을 정화하라고 판결, 도교육청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제14민사부(김인겸 부장판사)는 “피고(대한민국)는 토양오염 우려기준에 기재된 물질들이 반환 후 토지 이용용도에 따른 오염토양 정화기준을 초과하지 않도록 오염물질을 제거하고 지상물, 지하 매설물, 위험물을 제거할 의무가 있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해 8월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장을 제출하면서 법적 분쟁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반환이후 해당 토지를 교육연구 시설로 활용할 계획이었으나, 토양오염 주체를 놓고 소송을 진행중이서 개발행위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방자치단체의 재산을 강제로 징발해 무상으로 사용하고 환경오염까지 시킨 뒤 오염정화 책임을 지자체에 맡기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의 소송 대리인 측은 “지원특별법에 앞서 관리처분법이 우선 적용돼야 하는데 관리처분법상 지방자치단체의 재산을 반환할 경우, 국방부장관의 원상회복의무가 면제되는 만큼, 도교육청의 청구는 허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기획취재부=최원재기자chwj74@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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