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왜 오르나 했더니…눈 뜨고 당하는 '등록금심의위' 뭐하니?

여야 합의로 설치한 등록금 학생대표 참여 기구 있으나 마나

대학의 일방적인 등록금 인상을 막기 위해 여야 합의로 학생대표가 참여하는 '등록금심의위원회'가 만들어졌지만 제구실을 못해 등록금 인상의 거수기 역할만 하고 있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동국대학교는 2011학년도에 등록금을 2.8% 인상했다. 학생대표 2명이 참여한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됐다고 하지만 학생들에게는 통보나 다름없는 일방적인 행위에 불과했다.

 

권기홍 동국대 총학생회장은 "등록금심의위원회 회의를 들어가 보니 학생대표 2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등록금을 인상해야한다고 주장했다"며 "회의에서는 등록금을 4.9% 인상하는 것으로 결정했지만 수차례 문제제기 끝에 그나마 인상률을 2.8%로 조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등록금 산정의 적절성을 판단하기 위해 2010년도 세부 결산자료와 2011년도 가예산안을 학교측에 요구했지만 관련 자료를 받지 못했다"며 "기본 자료도 없이 등록금심의위원회에 제대로 참여할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CBS노컷뉴스는 학생들의 이런 문제제기에 대한 학교측의 입장을 물었지만 "어차피 학생들 입장에서 기사를 쓸 것 아니냐"며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등록금심의위원회의 파행적 운영은 다른 대학도 마찬가지다. 성신여대는 등록금심의위원회 구성원 비율부터 학교가 일방적으로 결정했고, 밀실에서 단 한 번 열린 회의에서 등록금이 결정됐다.

 

학생대표가 요청할 경우 대학은 회계자료 등 필요한 자료를 제공해야한다는 관련 법을 근거로 등록금 산정의 근거 자료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성신여대측은 "총학생회가 등록금심의위원회 구성원 비율이 적절하지 않다며 위원회에 참석을 거부해서 규정에 따라 총장이 지명한 학생 대표가 등록금 심의위원회에 참여했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등록금심의위원회가 유명무실해지고 있지만 관할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등록금심의위원회는 올해가 원년"이라며 "아직 제도로 정착시켜야 하는 단계라서 제대로 운영되지 못한 점이 있다면 차후에 보완책을 만들 예정이다"는 말로 각 대학에서 등록금심의위원회가 제구실을 못하고 있음을 사실상 인정했다.

 

그런가하면 교과부가 각 대학의 등록금 산정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만 오히려 등록금 인상에 면죄부가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국 대학은 지난 2009년 4월 통과된 '교육관련기관 정보공개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에 따라 2010년부터 등록금 산정기준 등을 공개해 왔다. 그러나 등록금 산정 기준의 고려요소는 '물가인상률'과 '타대학 등록금 수준', '전년도 등록금 수준' 등으로 '전통적으로 대학들이 등록금 인상의 주된 외부 요인으로 제시해 온 항목들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대학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항목들로 구성된 교과부의 등록금 산정기준이 오히려 등록금 인상근거로 악용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대학교육연구소 김재상 연구원은 "물가인상률이나 타대학 등록금 인상률은 과거에 대학들이 등록금 인상의 근거로 제시했던 외부 요인"이라며 "이런 항목들 외에도 평균가계소득 등 다양한 요인을 등록금 산정 기준으로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등록금 산정기준 공개가 논의될 당시에는 재단적립금과 이월적립금 등 대학이 공개하기 꺼려하는 항목들도 등록금 산정 기준으로 포함시키자는 논의가 있었지만 최종 발표안에는 이런 내용들이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등록금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요구에 따라 대학이 정하도록 하고 있는 등록금 산정 기준 세부 항목을 보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주당 김상희 의원 등 의원 21명은 지난 3월 등록금심의위원회에 학생 참여비율을 높이고 회계자료 등 관련자료제출을 의무화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여야 견해차이로 3개월째 국회에서 계류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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