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하게 집을 처분하라!

연이은 부동산 대책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의 주택거래는 무더운 날씨와는 정반대로 한겨울을 맞고 있다. 주택거래가 좀처럼 활성화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발표한 현대경제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하우스 푸어는 108만 가구로 수도권 주택 보유가구의 17%를 차지하고 있다.

 

하우스 푸어(house poor)란 집을 가진 가난한 사람을 뜻하는 것으로 주택을 보유하고 있으나 주택대출원리금 상환으로 인한 가처분소득이 줄어 빈곤하게 사는 가구를 의미한다.

 

그런데 이러한 하우스 푸어는 주로 수도권에 거주하면서 아파트를 가진 30~40대의 중산층 가구로 구성되어 있다. 집값 상승기에 무리한 대출을 통해 거주용 내집을 마련한 것은 주로 경제능력이 뒷받침되었던 중산층이었기 때문이다.

 

대출금 상환에 좇기는 하우스푸어

 

향후 금리가 인상될 경우 이들의 경제적 고통은 가중될 것으로 예측되고, 주택거래시장은 좀처럼 살아날 분위기가 감지되지 않는 게 더욱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하우스 푸어에서 탈출하기 위한 여러 가지 대안을 제시할 수도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주원인인 주택대출을 상환하는 것이라 할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주택을 처분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인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주택거래 침체 및 가격하락의 상황에서 주택 처분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또 현재와 같은 하락된 주택가격으로는 매매하고 싶지 않은 심리가 작용하고 있고 향후 주택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속에 대출금 상환을 이어가면서 현재의 상황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하우스 푸어의 현실이다.

 

그러나 주택가격의 대대적인 상승으로 현재의 고통을 보상받을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 것을 하루빨리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하우스 푸어의 대부분이 30~40대 중산층이므로 스스로 이러한 인정을 하는 것은 본인이 처한 사회적 환경에 비추어 매우 힘들겠지만 가처분소득의 40% 정도가 대출금 상환으로 사용되는 가계재정의 현실을 바라보면 매우 심각한 상황인 것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가처분 소득 중에 대출금 상환을 제외한 소득 중 대부분은 교육비로 지출되고 있으므로 실제로 미래에 다가올 인생에 필요한 자금에 대한 준비는 거의 못하게 되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이는 베이비부머가 걸어온 길을 그대로 답습하는 과오를 범하고 있다는 것이다. 베이버부머의 경우 주택 구입과 대출 상환 그리고 교육비 지출로 대부분의 소득이 사용돼 현재 이들 베이비부머의 총자산 내역은 부동산의 비중이 80~90%를 점유하고 있다. 따라서 정작 본인의 눈앞에 다가온 은퇴는 거의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심각성은 여러 가지 자료를 통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손실 입더라도 주택 매매 시도를

 

그렇다면 현재 30~40대 하우스 푸어는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현명할 것인가. 주택만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이대로 삶을 이어간다면 나의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할 수 있을 것인가를 검토한 후 부정적인 결과가 예측된다면 현재의 주택시세보다 실제로 매매 가능한 가격으로 과감하게 낮추어 매매를 시도해야 한다. 그것이 현재는 많은 손실을 입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결국 먼 미래를 바라본다면 100세 시대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임을 명심해야 한다.

 

수치적으로 서류상으로 내집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 마음의 부자가 되어야 한다. 소득이 많은 중산층이지만 마음은 가난한 상태로 인생을 살아가면서 은퇴를 맞이한다면 액티브시니어가 아닌 노인으로 은퇴 후 50년을 살아가는 비운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천수 Fn닥터스 센터장·재무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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