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의 대안을 찾아서] (1) 덴마크의 에프터스쿨

자유학교서 사회성 훈련·미래 설계

최근 대한민국 최고 학력 그룹인 카이스트생들의 잇단 자살, 학벌중심사회가 낳은 과도한 입시 중심 교육, 사교육 열풍 등 한국의 공교육 붕괴 조짐이 곳곳에서 일고 있다. 이 같은 공교육 위기에 대한 우려로 인해 한국 사회의 미래까지 위협, 교육혁신이 한국 교육의 화두가 되고 있다. 이에 본보에서는 세계 혁신교육의 메카라 할 수 있는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 등 북유럽 3개국의 교육시스템을 분석, 국내 혁신교육의 대안과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고교 진학 앞두고 6개월~1년여 기숙사 생활… 해외연수 등 다양한 교육 진로선택 도움

 

창의 지성교육의 선구자로 “교육 앞에 누구나 평등하다”는 자유교육을 표방하는 덴마크에는 전 세계적으로 찾아볼 수 없는 에프터스쿨(자유중등학교)이라는 특별한 교육과정이 존재한다.

 

에프터스쿨은 국내로 따지자면 중학교와 고등학교 사이에 6개월~1년여간을 전원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기숙형 학교를 말한다.

 

이 학교는 9학년(중3년)을 마친 학생들이 고교 진학을 앞두고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기 위해 선택하거나 아니면 일반 공립학교에서 벗어나 다양한 체험과 학습을 경험하기 위해 선택하기도 한다.

 

덴마크 내에서 이같은 에프터스쿨이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지난해 말 현재 262개교에 2만8천500여명의 학생들이 재학 중으로 학생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달 17일 오전 덴마크 코펜하겐시 외곽에 위치한 ‘코펜하겐 이드레스트 에프터스쿨’(Kobenhavns Idrets Efterskole).

 

국내 일반 중·고교 건물에선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형태로 학교 정문에 들어서자 짙은 갈색의 통나무로 지어진 2층의 기숙사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이 학교는 지난 2004년에 설립, 배구와 축구를 전공하는 학생들이 다니는 프리스쿨로 운동복을 입은 학생들이 자유롭게 생활하고 있었다.

 

평일(화요일) 오전 시간임에도 불구 츄리닝에 슬리퍼 차림의 학생들은 기숙사에 머물며 여가시간을 보내거나 학교 안팎에서 게임, 농구 등을 하고 있었다.

 

특히 학생 40~50여명이 자신의 숙소에서 이불과 베게 등을 들고 나오더니 강당으로 직행, 이부자리를 편 채 누워서 영화감상수업을 받는 특이한 광경까지 연출됐다.

 

운동전문 에프터스쿨이라고 해서 학생들이 운동수업만을 받는 게 아니라 9학년 1개반, 10학년 5개반 등으로 구성돼 있는 이 학교는 10학년의 경우 수학, 영어 수준에 맞춰 반을 편성, 수준별 수업을 벌이고 있었다.

 

학생들은 오후 3시까지 교육을 받은 뒤 소속된 클럽에서 운동을 하고 다시 학교 기숙사로 돌아와 생활하고 있었다.

 

더욱이 학생들은 모두 1년에 2번씩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지로 해외연수를 떠나며 학생들 10~12명씩으로 그룹을 묶어 별도의 담당교사를 배치해 수시로 상담, 학교폭력 등을 예방하고 있었다.

 

재학생 콘라드군(10학년·Conrad)은 “기숙사 생활을 하며 사회성을 배우고 있다. 고등학교 진학 전 쉬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며 “내년에 고등학교에 진학, 훌륭한 축구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학교 관계자는 “결코 저학력자나 부적응 학생이 오는 것이 아니다”면서 “학습위주가 아니라 사회성을 원하는 부모들이 보내고 있으며 졸업생 80~85%가 일반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나머지가 상점 점원, 미용사 등 직업교육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덴마크 코펜하겐=박수철기자 scp@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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