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의 대안을 찾아서] (1) 덴마크의 ‘에프터스쿨’

진로 결정 앞두고 ‘자아 찾기’… 꿈과 개성을 키운다

덴마크 교육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에프터스쿨제는 프리스쿨과 더불어 덴마크 자유교육운동에서 파생된 대표적인 학교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 덴마크 자유교육운동

 

이 운동은 19세기 중반 덴마크의 목사이자 정치가였던 니콜레이 그룬투비(Nikolaj Severin Grundtivig, 1783~1872)의 사상으로부터 시작됐다.

 

덴마크 민족과 전통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정치적 민주주의의 확대를 위해 노력해온 그는 교육에 있어 생동성과 자유를 중시하고 당시 유럽에 보편화돼 있던 기계식 암기학습을 폐기토록 했다.

 

그룬투비의 사상적 영향을 바탕으로 아동·청소년 교육에 구현한 사람은 크리스텐 콜(Christen Mikkelsen Kold, 1816~1870)이다.

 

8~10학년 대상 ‘기숙형 학교’

 

공동체정신 바탕 전인교육 목표

 

사회 체험 쌓으며 자립심 쑥쑥

 

콜은 자유, 평등, 사랑 세 가지 기본 축을 교육에서 가장 강조했다.

 

이들의 사상과 실천을 중심으로 발전한 덴마크 자유교육은 암기와 벼락치기 비판, 아동 체벌 반대, 상상력 위주의 수업, 문자보다는 구술에 의한 수업, 학생의 자기주도성과 능동적 역할 강조 등 다섯 가지의 교육방법론적 특징을 갖고 있다.

 

■ 에프터스쿨

 

자유중등학교로 번역할 수 있는 에프터스쿨은 8~10학년 학생들이 다니는 기숙형 학교로 지식만을 전달하는 학교가 아니라 ‘삶을 위한 학교’를 지향하고 있다.

 

이 학교는 자유와 평등, 공동체 정신을 바탕으로 한 전인교육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 교육방식에서는 대화를 통한 학생들과의 교감을 강조한다.

 

학교생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통해 작은 가정을 이루며 생활, 부모로부터 떨어져 자립심과 공동체 정신을 배양한다.

 

지난 1950~70년대에는 종교단체(경건주의단체, YMCA 등)와 관련된 학교들이 많았다며 1900년대 후반~1980년대에는 노동자 단체나 정치조직, 교육단체들이 각자의 이념에 기초해 설립하는 경우가 많았다.

 

1990년대에 들어서는 영재 아동이나 학습부진아를 위한 특별한 목적을 표방하는 학교들이 설립되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체육, 음악, 미술, 연극, 자연 및 생태 등에 초점을 맞춘 학교들이 증가했다.

 

이러한 자유중등학교는 2010년 현재 262개교가 있으며 2만8천500여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학생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최근 들어 인기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 에프터스쿨 벤치마킹의 장단점

 

상당수 한국 학생들이 대학 졸업 후에도 자신의 진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고교 진학을 앞두고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기 전에 부모와 떨어져 1-2년간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사회적 체험을 쌓을 수 있는 것이 에프터스쿨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핵가족이 보편화된 상황에서 개인주의적·이기주의적 생활습관을 가진 학생들이 늘어나고 최근 경제위기와 맞물려 가족으로부터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하는 위기 아동·학생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숙형 학교가 바람직한 대안일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적 상황에서 에프터스쿨과 같은 유형의 학교들이 설립된다면 입시 사관학교로의 변질이 가장 우려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기존의 대안학교에 대한 많은 학생 및 학부모의 관심에서 볼 때 입시교육과 다른 교육적 가치를 추구하는 학생·학부모 층 역시 상당수 존재한다는 것을 관과 해선 안될 것이다.

 

따라서 에프터스쿨 같은 별도의 학교 설립이 어렵다면 다양한 위탁교육기관의 설립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일정한 요건을 갖춘 대학교, 민간 교육단체, 지방자치단체, 종교단체 등에 위탁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덴마크 코펜하겐=박수철기자 scp@ekgib.com

 

★본 기획은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인터뷰 토마스 영 이드레트스 에프터스쿨 교직원

 

졸업생 80% 일반 고교 진학… 목수·미용 등 직업학교 선택도

 

-이 학교의 연혁 및 구성원은.

 

이 학교는 7년 전에 설립된 운동전문 에프터스쿨로 덴마크 내 260여개 에프터 스쿨 중 하나다.

 

에프터스쿨은 초중학교를 졸업한 학생 가운데 곧바로 고등학교를 가지 않고 9~10학년을 보내며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고 자아를 찾게 되는 학교를 말한다.

 

본교는 배구와 축구 종목을 주종으로 하는 스포츠 에프터스쿨로 132명의 학생들이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다.

 

9학년 1개반, 10학년 5개반 등으로 구성돼 있는 데 10학년은 수학, 영어 수준에 맞춰 반을 편성, 수준별 수업을 벌이고 있다.

 

-학교의 운영방식 및 학비 부담은.

 

부모의 수입에 따라 학생들의 학비도 천차만별이며 정부 보조금 외에 부분을 학부모가 부담한다.

 

학생 1인당 1주일에 투자되는 비용이 1천920크로네(40여만원)로 결코 적은 돈은 아니다. 물론 이 돈에는 1년에 2번씩 학생 전원이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지로 해외연수를 하는 비용이 포함돼 있다.

 

학생들은 전부 9학년 전까지 배구나 축구를 했던 엘리트체육생들로 오후 3시까지 학생들은 에프터스쿨에서 교육을 받은 뒤 각자 소속된 클럽에서 운동을 하고 다시 기숙사로 돌아와 생활하고 있다.

 

-학생들이 에프터스쿨을 거치는 이유는.

 

선택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이 학교와 집만을 오가다 집에서 떨어져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하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사실 부모들이 1년간의 비용을 추가 지불하기 때문에 고민을 더러 하는 경우는 있지만 결코 에프터스쿨 학생들이 타 학생들에 비해 성적이 떨어져 1년여를 쉬는 것은 아니다.

 

본교 졸업생 80~85%가 일반 고등학교로 진학하고 나머지가 상점 점원, 목수, 미용사 등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직업학교로 간다.

 

-학부모들의 참여는.

 

학부모들은 1면에 한 번씩 교사들과 의무적으로 면담을 거치게 되며 분기에 한 번씩 아이들의 특기적성을 발표하는 행사를 열고 있다.

 

박수철기자 scp@ekgib.com 사진=김시범기자 sbkim@ekgib.com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