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학 저 대학에서 학생들이 대학총장실을 점거하고 등록금 동결을 요구하고 있다. 벌써 몇 달을 계속하고 있다.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불법도 정당시하던 시대는 지났다. 시민단체들도 불법적인 투쟁을 지양하고 합법적인 투쟁을 운동 방향으로 정하고 정착시킨 지가 20년이 넘는다. 학문의 전당이고 가장 아름답고 평화로워야 할 대학에서 대학의 상징인 총장의 집무실을 제자들인 학생들이 불법 점거하고 있는 사태는 아무리 그 목적이 정당하다 해도 묵과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학부모들과 대학생의 표를 의식한 무책임한 정부와 정치인들이 ‘반값 등록금’으로 이러한 불법적인 투쟁을 부추기고 있는 측면이 있다. 물론 등록금으로 인한 학부모와 학생들의 고통이 크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대학등록금을 무조건 동결시키라고 하는 것이 문제의 해법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사립대학에 대한 정부 지원이 극히 미미하고 기부문화도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등록금은 대학재정의 대부분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대학을 만들려고 하면 대학의 연구와 교육에 대한 투자증가는 피할 수 없는 전제조건이 된다. 더구나 각종 대학평가의 지표는 대학의 재정팽창과 등록금 인상의 주된 원인을 이루고 있다.
반값 등록금은 무책임한 포퓰리즘
정치인들이나 정부가 진정으로 학부모와 학생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양질의 대학교육을 보장하려고 한다면 ‘반값 등록금’으로 국민들을 현혹시킬 것이 아니라 외국 수준으로 대학에 대한 지원을 늘리든지 학생들에게 등록금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독일이 대학재정의 100%, 영국이나 프랑스가 90%, 일본이 22% 정도를 정부가 지원하는 데 비해 한국에서 정부 지원은 2%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정부는 국가적인 과제인 대학교육을 사립학교에 전가시키고, 재정지원도 하지 않은 채 대학에 대한 간섭만 증대시켜 왔다. 그나마 대학들이 이만큼이라도 발전한 것은 사립대학이 뼈를 깎는 노력과 희생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 뒤에는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고통이 숨어 있다. 이제 학생과 학부모의 고통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이 이르렀다. 그렇다면 정부는 학생과 학부모의 고통을 덜어주려는 진지한 노력을 보여야 한다. 대학 지원을 증대시키든지 아니면 학부모등의 등록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교육복지 차원의 지원이 따라야 한다.
사립대학도 국립대학과 똑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학 지원에 있어서 사립대학을 국립대학과 차별해야 할 정당한 이유는 찾기 어렵다. 사립대학에 대한 지원을 국립대학 수준으로 하게 된다면 등록금 인상 요인은 상당한 수준에서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립대학에 대한 정부의 지원 증가는 대학에 대한 정부의 간섭의 증가를 의미한다. 현재도 정부는 사립대학에 대한 지원은 거의 하지 않으면서도 각종 규제와 평가, 간섭으로 대학을 획일화시켜 대학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정부가 대학지원을 늘리더라도 교육부처의 관료주의적인 간섭으로부터 대학을 보호할 특단의 조치가 수반돼야 한다. 이에 정부의 대학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보다는 대학등록금으로 고통을 받는 학생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 이는 교육의 기회균등을 보장해야 할 국가의 당연한 의무라고 할 수 있다.
국고지원 확대가 등록금 문제 해답
정부와 정치인들이 ‘반값 등록금’ 이라는 대중인기 영합적이고 무책임한 주장을 해 책임은 회피하면서 학생들의 감성을 자극하여 대학운영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학생들의 등록금 투쟁은 투쟁 대상을 잘못 짚었다. 열악한 재정 조건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대학당국을 투쟁 대상으로 삼아 압박해 보아야 더 이상 얻을 것이 없다. 오히려 대학교육을 방치하고 교육복지의무를 게을리 하고 있는 정부와 정치인을 향해 문제 해결을 요구하여야 한다. 반값 등록금이라는 구호로 대학등록금을 정치적인 잿밥으로 삼고 있는 정부와 정치인을 향해 학생들과 대학당국이 손을 잡고 국고 지원의 확대를 요구하는 것이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올바른 접근방식이다.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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