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영어 소통능력 강조… 학교현장 혼란 불가피
교과부가 26일 발표한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방식이 수능시험의 외국어(영어)영역을 대체할지는 내년 말 결정되게 되지만 2013학년도 대입 수시모집부터 일부 대학에서 시범활용하게 한다고 밝히고 나서면서 사실상 수능 영어영역을 대신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이런 방침은 학생이 수준에 따라 A, B형을 골라 볼 수 있도록 한 ‘2014학년도 수능시험 개편방안’과도 맞물리게 된다.
이에 따라 2015년에 치르는 2016학년도 수능부터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으로 수능 영어가 대체될 경우 잦은 영어시험제도 개편 때문에 일선 중·고교의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 변별력 부족 논란
현행 수능 외국어 영역은 전체 학생을 9등급으로 구분하고 표준점수를 주는 상대평가 방식이다.
이에 비해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은 절대평가 방식으로 4등급만 구분한다.
고교생이 치르는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중 2급은 대학 공부에 필요한 기초학술영어 능력을 평가하고 3급은 실용 영어 능력 평가 위주다.
따라서 상위권 대학이나 인기 학과를 지원하는 수험생은 2급 시험을 보고 대학에서도 2급 시험 성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3급 시험은 예체능계열이나 실용학문 전공자가 주로 응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같은 대학에서 영문과는 4개 영역 2급 시험 A등급을 요구하고 관광학과는 듣기와 말하기 영역의 3급 시험 A등급 점수를 요구하게 되는 등 변별력 부족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
4등급 변별력 기능 부족 우려
내년 수시부터 일부 시범활용
이에 대해 교과부는 총점으로 4등급을 성적으로 주는 것이 아니라 4개 영역 각각에서 4개 등급을 제시하고 대학들이 요구하는 영역 수와 등급이 다르므로 수학적으로는 256개의 조합이 나온다고 설명한다.
나아가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은 학생들을 변별하는 기능에 치중하는 시험이 아니라 교육과정에서 요구하는 영어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이므로 대학이나 학과에서 요구하는 최소한의 영어능력을 확인하는 기능만 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영어 변별력 무력화’에 대한 정책적 의지가 담겼지만 학생을 선발하는 대학이나 학과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 잇따른 수능영어 개편
교과부는 지난 1월27일 ‘2014학년도 수능시험 개편방법’에서 현행 수능 외국어영역 시험은 2014학년도 수능에서 2009 개정교육과정과 연계해 A·B형 수준별 영어시험체제로 개편된다고 발표했다.
B형은 현행 수능 수준이고 A형은 현행 수능보다 출제범위를 줄여 쉽게 출제한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자신의 진로와 수준에 맞게 A형과 B형을 선택해 응시할 수 있다고 교과부는 설명했다.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은 내년에 시행되는 2013학년도 대입 수시 모집에서 일부 대학에서 활용되지만 전면적으로 수능시험을 대체하게 된다면 빠르면 현재 중학교 2년생이 보는 2016학년도부터 시행된다.
이에 따라 대입 수능의 영어시험은 2014학년도에 한번, 2016학년도에 또 한번 바뀌게 되는 셈이어서 학교 현장의 혼란은 불가피하다.
이에 대해 교과부는 2014학년도부터 바뀌는 수능 영어 B형은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2급과, 수능 영어 A형은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3급과 연계시켜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이 수능 영어시험을 무리 없이 대체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수철기자 scp@ekgib.com
듣기·읽기·말하기·쓰기 4영역… 객관식은 4지 선다형
평가기준·예시문항
교육과학기술부가 3년의 준비 끝에 26일 공개한 고교생용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의 평가 틀과 예시문항은 학생이 각자의 전공과 직업분야에서 필요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는지를 측정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는 입시를 위해 모든 학생이 문법과 독해 위주의 어려운 영어를 일제히 공부하던 부담을 줄이고 영어 교육을 실용영어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 2급·3급으로 구분
고교생이 대학에 진학해 공부할 때 필요한 기초 학문 영어사용 능력을 평가하는 2급, 일상에서 실제로 쓰이는 실용영어 능력을 평가하는 3급으로 구분된다.
2급과 3급 구분은 수준 차이라기보다는 중점 평가 항목에 따라 구분한 것이라는 것이 교과부의 설명이다.
시험 수준은 현행 수능 영어보다 조금 더 쉽게 출제된다.
2급 시험은 어휘 수에서 현행 수능보다 1천 단어 이상 적고, 2급 시험 읽기 영역의 예상 정답률은 수능보다 5∼10% 정도 높다.
고교생 2·3급 2차 응시 가능
교과부, 소통력·유창성 강조
2급과 3급 모두 듣기·읽기·말하기·쓰기 4개 영역으로 시행되며 문항 수는 듣기와 읽기가 각각 32문항이다.
말하기는 2급, 3급 모두 4문항씩이며 쓰기의 경우 2급은 2문항, 3급은 4문항이 출제된다.
시험시간은 듣기 35분, 읽기 50분, 말하기 15분, 쓰기 35분 등 4개 영역 총 135분간이다.
객관식은 수능처럼 5지 선다형이 아니라 4지 선다형으로 출제된다.
고교생용인 2급·3급 시험은 고 3때 또는 대입 희망자가 2차례 응시해 학생들이 좋은 성적을 고를 수 있게 한다.
2급이나 3급을 두번 볼 수도 있고, 2급과 3급을 1번씩 응시할 수도 있다.
■ 문제 및 평가방식
듣기와 읽기는 인터넷으로 보는 시험의 특성을 활용해 위치 찾기, 도표 정보 찾기 등 클릭형 문항이 출제된다.
특히 읽기에서는 문법 지식을 묻는 문항은 뺀다.
대신 인터넷쇼핑몰의 환불 안내문을 제시한 후 “빈칸에 들어갈 말이 무엇이냐, 글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엇이냐”(읽기 3급), 약 처방전을 제시한 후 “맞는 복용법은 무엇이냐”(읽기 2급)고 묻는 형식의 문제를 낸다.
수능과는 달리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영역에 포함된 말하기, 쓰기 문항도 평가기준이 분명하다.
교과부는 원어민에 가까운 발음이나 특정국가의 발음은 중요하지 않고 의사소통력, 유창성(Fluency)이 중요하다고 분명히 했다.
2급에서는 대학에서 공부할 때 필요한 발표하기(프레젠테이션) 문항이 포함되고 3급에서는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소재의 문항이 들어간다.
쓰기에서는 에세이 쓰기처럼 자유 작문 수준의 문항은 넣지 않고 교과서에 근거해 특정 정보를 주고 약간의 의견을 추가해 글을 쓰는 정도의 문항만 출제한다.
박수철기자 scp@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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