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대란, 어떻게 하나’ (1) 화장(火葬), 치를 곳이 없다

정재환 기획취재팀 jay@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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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힐 곳 없다’… 인식 바꾼 화장문화 ‘찬물’

 

국토 잠식에 대한 우려와 사회문화적 의식 변화로 최근 ‘화장’ 선호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화장시설 부족 현상은 이제 피해갈 수 없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여겨진다.

 

22일 경기도에 따르면 우리나라 화장률은 지난 1990년대 초 20%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불과 15년새 3.3배나 급증하면서 2007년 58.9%, 2008년 61.9%, 2009년에는 65%에 달했다. 

 

2009년을 기준으로 서울에서는 전체 사망자 가운데 72.2%가 화장됐고, 경기 72%, 인천 79.4%, 경남 70.7%, 강원 60%, 충북 47.7% 등의 화장률을 보였다.

 

또 우리나라의 화장시설은 2011년 현재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울산지역에 각 1곳, 경기 2곳, 강원 7곳, 충북 3곳, 경북 10곳 등 모두 51곳이 운영 중이다.

 

1천200만 인구가 살고 있는 경기지역의 경우 2009년 화장자 수가 전체 사망자의 72%를 차지하는 3만2천479구에 이르고 있지만, 이를 소화할 수 있는 화장장은 수원연화장과 성남영생사업소 2곳이 유일하다.

 

이 두곳의 연간 최대 화장 처리 능력은 2만8천15구인 반면 도내 연간 화장자수는 3만2천479구로 이미 처리 가능 능력을 넘어섰다.

더욱이 도민의 화장 선호도가 계속 높아져 도내 화장률 최고 접근치 85%를 기준으로 오는 2015년 화장률은 전체 사망자의 78.7%, 2020년 82%, 2025년 83.6%, 2030년 84.4%로 늘 것으로 보여 화장시설의 확대 설치는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숙제이다.

 

국내 화장률 15년새 3.3배

 

2020년엔 전체 82% 예상

 

도내 ‘화장대란’ 불보듯

 

상황이 이렇다보니 도내 화장장은 하루 평균 화장로 1기당 적정처리 건수를 초과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도민들은 춘천과 대전 등 다른 지역 화장장까지 시신을 운구하는 이른바 ‘원정화장’에 나서고 있다.

 

또 화장장 대기자가 늘면서 4일장을 치르는 등의 불편이 잇따라 장례일을 홀수일로만 치르던 우리 전통 장례 관습도 옛이야기가 되어가고 있다.

 

지난 2009년 갑자기 남편을 떠나보낸 전모씨(52·여·화성시)는 수원연화장에서 화장할 경우 준관내 지역인 화성시에 살고 있어 이용요금의 50%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전해 들었다.

 

하지만 수원화장장은 이미 예약이 완료돼 다른 지역으로 가거나 장례 일정을 하루 늦추는 수밖에 없었다. 남들처럼 4일장이나 원정 화장에 대해 생각을 안해 본 것은 아니지만 비용문제도 부담이었다.

 

우여곡절끝에 결국 제 날짜에 겨우 화장을 치르기는 했지만 전씨는 “화장 예약 자체가 어렵다보니 가족 중 누군가 돌아가셔도 슬픔에 앞서 고민을 먼저해야하는 처지”라며 당시를 회고했다.  

 

도 관계자는 “수도권 지역의 화장장 부족현상이 지속되더라도 뾰족한 해결방법이 없다”며 “1일 1구의 시체도 들어오지 않는 강원 인제종합장묘센터나 화장로가 남아도는 충남 홍성추모공원관리사업소 등 예약율이 낮은 다른 지역으로 원정화장을 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도내 화장대란을 막기 위해서는 현재 추이로 봤을 때 적어도 오는 2017년 61기(6곳), 2021년 71기(7곳), 2026년 81기( 8곳), 2031년 90기(9곳)의 화장로가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도내 수원·성남에 2곳뿐

 

‘원정화장’ 경제적 부담에

 

홀수 장례일 관습도 바꿔

 

수원과 성남에서 모두 24기가 운영 중이지만 도내 화장수요를 기준으로 화장로 1기당 평균 화장 처리건수를 3회로 보았을 때 당장 53기가 필요해 2배 이상 증설 또는 신설해야 할 형편이다.

 

화장시설 부족 문제는 도민의 정신적 고통 뿐 아니라 경제적 부담도 가중시키고 있다.

 

화장시설이 설치·운영되고 있는 지역 밖에 사는 도민들은 설치 지역 주민들에 비해 최대 20배까지 비용을 더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수원연화장의 화장 이용료는 관내 거주자 10만원, 준관내 거주자(화성·오산)는 50만원, 관외 거주자는 100만원으로 최대 10배의 차등 요금제를 적용하고 있고, 성남영생사업소의 경우에도 관내 거주자는 5만원, 준관내 거주자(광주시 삼동, 직동, 태전동, 중대동)는 50%의 감면 혜택이 적용된 50만원,  관외 거주자는 20배에 달하는 100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성남영생사업소 관계자는 “건립 당시 성남시민의 세금으로 지은만큼 시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는 조례가 제정돼 요금을 차등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화장시설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도내 지자체들은 용인, 포천, 안산 등 15개 시·군에 달하지만 인근 지역 주민간의 마찰, 지역간 첨예한 이해관계 대립, 그린벨트 해제 승인 문제 등이 얽혀 화장장을 짓지 못하고 있다.

 

도민들은 자신들의 생활에 꼭 필요한 것을 알면서도 화장시설 설치를 기피하고, 거주지역에 유익한 사업만 끌어가려는 이기주의로 주민 스스로의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정재환·장혜준기자 jay@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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