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이자 산림의 보고(寶庫)로 수도권의 ‘허파’라고 불리는 포천의 광릉숲이 자동차 매연에 신음하고 있다.
13일 산림청 국립수목원에 따르면 지난해 대형 화물차 통행 금지 조치 이후 3년만에 광릉숲을 관통하는 도로에서 이산화질소(NO₂)를 첫 측정한 결과 연평균 13.4ppb로 나타났다.
이는 역시 숲 사이로 도로가 지나는 오대산 관통도로(월정사~상원사. 446호 지방도로. 총연장 7.2㎞)의 지난해 연평균치 2.88ppb에 비해 무려 6배에 달하는 높은 수치다.
특히 공업도시인 울산광역시의 지난해 이산화질소 연평균 수치가 24.0ppb였다는사실을 감안하면 천연림 한 가운데 있는 도로로서의 매연 수치로서는 결코 낮지 않다.
월별로는 6월이 19.13ppb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으로는 11월 16.37ppb, 1월 17. 50ppb, 4월 14.56ppb, 2월 14.40ppb, 5월 14.06ppb 순이었으며 건조기와 갈수기를 제외하면 대체로 행락철인 4~5월, 10~11월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광릉숲은 지난 2007년부터 8t 이상 대형 화물차의 진입을 금지했다.
2006년 관통도로 변에 있는 잣나무와 전나무 등 수령 100년 이상 침엽수 654그루 가운데 492그루(75.2%)가 고사하거나 고사 가능성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고 주요 원인으로 차량 매연, 그 중에서도 대형 화물차가 지목됐기 때문이다.
관통도로 매연 오염도 조사가 처음 실시된 2004~2007년 이산화질소 농도를 보면 연평균 17.28~20.61ppb를 기록했다. 심할 경우 지난해 울산지역 연평균 수치를 웃도는 최고 26.10ppb(2007년 4월)를 기록하기도 했다.
광릉숲 관통도로는 숲 한가운데를 지나는 왕복 2차로(총 연장 11.4㎞)로, 의정부와 포천 사이의 43번 국도와 남양주시를 지나는 47번 국도를 최단거리로 연결하는 교통 편의성에 휴식지로 각광받으면서 교통량이 줄지 않고 있다.
2009년 기준 하루평균 차량 9천여대가 오갔다.
광릉숲 관통도로 주변에는 여전히 고사중이거나 안에서부터 썩고 있는 고목들이 관찰되고 있다.
수목원 측은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차량 매연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수목원 관계자는 “현재 이산화질소 수치가 식물이 살지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오대산 관통도로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수목원 측은 경기도와 함께 관통도로의 통행제한 확대를 검토하고 있는데, 긴급차량 외에 통행제한하고 광릉숲 우회도로로 유도하는 방안 등이다.
차량 매연 외에 차량이 도로변 고목을 들이받는 사고가 간혹 일어나는 데다 운전자들이 담배꽁초를 멋대로 버려 산불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라고 수목원 측은 설명했다.
하지만 광릉숲 우회도로는 18㎞로 말 그대로 우회해야 하기 때문에 여전히 많은 차량이 관통도로를 이용하고 있으며 광릉숲 인근의 소흘읍 직동리와 남양주시 진접읍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통행제한에 반대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경기도 북부청 관계자는 “관통도로 통행제한에 앞서 우회도로 진입로와 주차장 확보, 주민들과 합의가 우선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릉숲은 의정부시와 포천시, 남양주시에 걸쳐 있는 숲으로 500년된 고목들이 수두룩하고 전체 면적이 2만4천465㏊에 달한다. 지난해 설악산과 제주도, 신안 다도해에 이어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돼 핵심·완충·전이지역 등으로 세분화돼 보호관리되고 있다.
/포천=안재권기자 ajk@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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