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만의 초등학교 졸업, 모두 선생님 덕분입니다”
초등학교 졸업을 하지 못한 50대 버스기사가 40년 만에 만난 은사에게 명예 졸업장을 받는다. 사연의 주인공 이원만씨(52)는 “선생님 덕에 뒤늦게 한글을 깨우쳐 평생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았다”며 “이제 선생님 덕분에 졸업 못 한 한까지 풀게 되니 감사하다 못해 송구스럽다”고 눈물지었다.
이씨는 5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무일푼 아버지를 떠나 한 농가에 양자로 가게 되지만 새 가정 역시 형편이 어려웠다. 초교 입학후 농사일을 도와야 했던 이씨는 학교를 자주 빠지게 됐다. 새 식구들과 지내며 늘 초긴장 상태로 마음이 편치 않았던 그는 2학년을 마치도록 한글조차 제대로 익히지 못했다. 그랬던 이씨에게 한글을 가르친 스승은 3학년 담임이었던 정병춘 선생님(78)이다. 정 선생님은 자주 학교를 빠지는 이씨의 집안 사정을 알고, 결석하는 날마다 가정방문을 했다. 이씨의 양아버지에게 교육의 중요성을 설명하며 설득을 거듭한 끝에 이씨는 3학년부터 제대로 된 교육을 받게 됐다.
“흙먼지가 피어오르는 시골길을 털털거리는 자전거를 타고 오시던 선생님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 알 정도로 자주 오셨지만, 한 번도 소리치며 혼낸 적이 없었다”고 이씨는 회상한다.
3학년 이후 매일 등교했지만, 사춘기에 접어들어 방황하던 이씨는 결국 6학년 1학기를 마치고 가출을 하게 된다. 장래희망이었던 운전사가 되고자 트럭운전사의 조수로 ‘취업’해 십대를 보낸 후 우여곡절 끝에 20대 후반이던 1988년부터 버스운전기사를 시작하게 됐다. 수업이 듣기 싫어 도망 다니던 철부지는 어느덧 중학생과 초등학생 자녀를 둔 어엿한 가장이 돼 오늘도 버스를 몰고 있다.
이씨는 “글을 익혔기 때문에 일을 할 수 있었고, 면허증을 따 운전기사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며 “모두 정 선생님 덕인데 바쁘단 핑계로 찾아뵙지도 못하고 죄스럽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던 중 이씨는 지난달 우연히 동창생이 수소문 끝에 정 선생님과 연락이 닿아 음식 대접을 하게 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가게 됐다. 40년 만의 만남이었지만 첫눈에 “개구쟁이 이원만”을 기억하는 정 선생님 덕에 눈물바다를 이뤘다고. 이 자리에서 이씨는 졸업장을 받지 못한 ‘평생의 한’을 이야기했고, 정 선생님의 아이디어로 이씨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하기로 했다.
오는 14일 이씨의 모교인 용인 왕산초등학교에서는 사은회가 개최돼 이씨의 6학년 담임이었던 홍창선 선생님(67)이 일일 명예교장으로 나서고 정 선생님이 이씨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할 예정이다.
이씨는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다는 말씀이 꼭 맞다”며 “큰 은혜에 조금이나마 보답하도록 더욱 열심히 살겠다”고 말했다. 성보경기자 boccu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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