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일자리 사회적 기업> 안성 생명농업지원센터

농촌형 녹색일자리… 사계절 농가소득 ‘쑥쑥’

농업은 우리 식생활의 기본이 되는 중요한 산업이다.

 

예전에는 농업인들 역시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말로써 그 직업과 존재의 중요성을 인정받았지만 최근에는 급격한 도시화와 산업화로 나날이 어려움이 커지는 실정이다.

 

이런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농업에 종사하며 농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일자리를 통해 안정적인 소득을 제공하려는 사회적기업 ‘생명농업지원센터’를 소개한다.

 

안성시 고삼면에 위치한 생명농업지원센터는 경기도내 지역단위 농협 중 규모가 작은 편에 속하는 고삼농협의 도움으로 출발했다.

 

현재 이곳을 운영 중인 최병찬 대표(43)는 고삼농협 지도과에서 근무하면서 농업 종사자들의 어려운 현실을 직면하게 된다.

 

2003년 조합원 전체를 대상으로 지역 내 농업과 생산현황을 정확하게 알기 위한 조사를 실시하면서 삶의 질에 대한 부분도 병행해 동네마다 어려운 점이 무엇인지를 알아본 것이다.

 

최 대표는 “조사를 통해 농업소득만으로는 가계의 현금흐름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농촌지역에도 생활보호대상자와 미취업자들이 많았는데 이들을 위한 제도적인 장치가 거의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에 노동부의 사회적일자리창출사업에 신청, 시범사업 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친환경 농자재 생산 및 농산물 가공으로 농촌의 계절적 실업문제를 해결에 나서기 시작한다.

 

이후 사회적일자리 사업을 확대하고 사업영역을 확장하며 비영리민간단체와 사업단 분리 등의 과정을 거치고 지난 2009년에는 농업회사법인을 발족하기에 이른다.

 

친환경 농자재 생산 등 사업영역 확장

 

취약계층 25명 채용, 연간 6억원 매출 올려

 

학교농장·전통문화체험… 도농교류 활성화

 

생명농업지원센터는 현재 27명의 직원 중 25명이 취약계층에 속해 있을 정도로 일자리 제공에 앞장서고 있으며, 이들은 다양한 사업영역을 개척하면서 연간 6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생명농업지원센터의 사업영역은 도시농업의 활성화를 통해 농업 일자리를 제공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선 초기에는 지역 내에서 생산된 농작물의 부산물인 쌀겨와 깻묵 등을 이용해 친환경 퇴비생산 사업을 진행하고, 노인과 노약자들이 하기 힘든 농작업들을 저렴한 가격에 대행하기도 했다.

 

또 축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아 악취로 인해 동네 주민끼리 갈등이 빈번히 발생하자 이를 해소하기 위해 축산생균제를 만들어내는 사업을 시작한다.

 

원래 액상 형태로 되어 소에게 먹이기가 힘들던 것을 쌀겨와 유산균을 혼합해 사료에 섞어 먹일 수 있도록 함으로써 소화율을 높여 악취를 줄일 뿐 아니라 질병까지 예방토록 한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도시농업 확산을 위해 학교농장 조성사업, 생명농업학교, 찾아가는 전통문화체험 등을 진행하면서 호응을 얻고 있다.

 

이는 도시민들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직접 찾아가 농업·농촌과의 교류에 앞장서기 위한 사업들이다.

 

과천청사어린이집, 남양주 창현초등학교, 화성 능동시립어린이집 등 도내 곳곳의 학교와 유치원에서 직접 어린이들이 도시에 맞는 상추, 고추, 가지, 호박, 화초류 등을 쉽고 예쁘게 기르도록 돕는 사업이다.

 

이를 통해 어린이들은 농사를 경험해 볼 수 있고, 농촌 어르신과 함께 세대 간 교류까지 확장하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

 

최병찬 생명농업지원센터 대표는 “농촌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고령농민들과 취약계층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되는 사회적기업으로써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현기자 jhlee@ekgib.com

 

인터뷰  최병찬 생명농업지원센터 대표

 

“쉽고 재밌는 농업 전파… 현장중심 지원 힘쓸 것”

“농업이 ‘쉽고, 재밌고, 예쁘게’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최병찬 생명농업지원센터 대표(43)는 17년을 농협에서 근무하면서 농업과 농촌, 그리고 농업인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높아져 생명농업지원센터를 이끌게 된 인물이다.

 

최 대표는 “농업 기반시설에 투자를 많이 하지만 농가의 실질소득은 올라가지 않는다는 현실에 안타까웠다”며 “사회적기업이 다양한 영역에서 사업을 개척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다음은 최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사업영역이 다양한데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어르신들이 직접 찾아가 학교에 농장을 만들어주는 학교농장 조성사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규모로 방문해 견학과 체험에 그치는 방식을 탈피해 실질적인 교육을 하도록 설계했다. 프랑스식 교육농장을 모델로 모둠을 만들어 어르신들이 직접 어린이들을 인솔하는 방식이다. 농촌 어르신과 도시 어린이가 직접 소통하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깊은 사업이다.

 

-농촌에서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려면 어려운 점이 많았을텐데.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원래 출퇴근 개념이 없다. 농작업과 달리 출퇴근을 해야하는 상황에서 근무시간을 지키도록 하는데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또 고용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해야 했고, 농한기와 농번기에 모두 일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어려웠다. 지금은 모든 과정을 이겨내고 지역주민들 사이에서도 사회적기업에 대한 인식을 많이 높였다.

 

-사회적기업이 다양한 영역에서 발전하기 위한 제언은.

이제는 자생을 위해 노력해야 할 때다. 참여자의 고용 유지를 위해 사회적으로 필요한 일들을 끊임없이 찾아내야 한다. 또 시장개척과 마케팅을 강화해 사회적 필요와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고 싶은 말과 앞으로의 비전이 있다면.

농업과 농촌을 둘러싼 시스템이 경직된 경우가 많다. 현장과 필요 중심의 지원을 통해 지속가능한 농촌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친환경농자재와 문화체험, 교육농장 등 모든 사업들이 활성화되고 소비자와 고객의 참여를 이끌어 필요한 곳에 언제든지 달려갈 수 있는 자세를 갖추겠다.

 

이지현기자 jhle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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