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 야생화 체험장으로

필자는 자녀 교육문제로 의정부에서 살았던 몇 년을 제외하면 50년 가까이 동두천에서 살았다. 동두천에서 태어나 학교를 다니고, 직장을 잡고, 결혼까지했으니 그야말로 동두천 ‘촌놈’인 셈이다.

 

벌써 30년도 더 된 이야기지만, 어릴 적 학교에 가는 길목에는 이름도 모르는 많은 꽃들이 피어 있었다. 낮에는 시들어 있다가 밤에 달이 뜨면 생기가 도는 달맞이꽃, 꽃잎을 하나씩 뽑아서 꿀물을 빨아먹던 꿀풀이 길가에 지천이었다. 친구들과 참나무 이파리를 얼기설기 엮어서 모자를 만들어 쓰고, 토끼풀로 꽃 반지를 만들어 끼고 다녔던 기억도 생생하다.

 

어디 그뿐이랴. 집집마다 울긋불긋 채송화와 아이들 손톱을 발갛게 물들이던 봉숭아, 복주머니를 매달아 놓은 듯한 금낭화, 그리고 항상 해맑게 손님을 맞아주던 해바라기까지 소박하고 정겨운 우리네 야생화들이 아직도 눈앞에 선하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탓인지 필자는 산행을 좋아한다. 쉬는 날 뿐만 아니라 주중에도 며칠의 휴가를 얻어 산에 다닌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덕분에 이제 우리나라의 웬만한 명산은 두루 섭렵했지만, 그래도 왠지 모르게 동두천의 산들이 좋다. 동쪽의 소요산과 국사봉, 왕방산, 해룡산, 칠봉산부터 서쪽의 마차산까지 크고 작은 동두천의 산에 이만큼 애착을 갖게 된 것도 어쩌면 이곳이 내가 태어난 고향이라서가 아닐까 생각해 보지만, 수줍은 듯 봄바람에 묻어 은은한 꽃내음을 선물하는 동두천의 야생화는 그만큼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필자가 그동안 동두천의 산을 두루 다니면서 느낀 점은 아직도 동두천에서는 옛날에나 볼 수 있던 많은 야생화들이 관찰된다는 점이다. 은방울꽃과 족두리풀, 현호색, 나리꽃 등은 집단 군락을 형성하고 있고, 천남성과 기린초, 양지꽃, 까치수영, 쑥부쟁이 등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조금만 신경 쓰고 관리한다면 아마도 수도권 최고의 야생화 서식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동두천시에 새로운 변화의 물결이 출렁이고 있다. 미군기지 이전과 함께 새로운 발전의 기회가 찾아오면서 시민들의 기대도 한층 부풀어 있다. 시 면적의 68%가 산림자원인 동두천시는 지역개발에 대한 주민들의 욕구와 자연 보존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명제를 동시에 충족시키기 위해 수도권 최고의 레포츠 도시를 목표로 레포츠 산업 육성에 열정을 쏟고 있다. 이미 전국적인 대회로 각광을 받고 있는 왕방산 전국MTB대회는 물론 아름답고 잘 정비된 등산코스와 어린아이들도 함께 오를 수 있는 임도 코스까지….

 

수도권 근교에 이처럼 자연과 레포츠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지역도 흔치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아직 인공의 손을 타지 않은 초록 가득한 자연과 이웃집 아저씨처럼 친근한 산세가 특징인 동두천의 산은 도시인의 지친 삶과 정신을 정화하고, 새로운 힘을 충전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요즘 지자체마다 도시의 특성을 살린 관광개발이 대세인 만큼 야생화라는 천혜의 자원을 가진 동두천에도 야생화 교육 생태학습장이 생겨 아이들에게 자연의 정기를 듬뿍 담은 야생화의 생생함을 알려 자연 학습장으로, 부모에게는 어린 시절의 소박한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추억의 장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박정석 동두천시 주민생활지원실 복지기획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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