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들이 대기업들의 중소기업 인력 빼가기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17일 금형공업협동조합 등에 따르면 LG전자는 평택에 1천억원 정도를 투자해 전형기술센터를 세울 예정이며 이를 위해 최근 대규모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이미 지난해 10월 1천400억원을 투자해 광주광역시에 정밀금형개발센터를 설립했다.
중소금형업계는 이처럼 대기업들이 금형분야에 투자하는 것은 금형분야가 자동차, 휴대전화 등 틀을 만드는 이른 바 핵심 뿌리 기술 산업으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 애플사의 아이폰이 크게 성공하면서 대기업들이 최종 완성제품의 품질과 디자인을 좌우하는 금형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금형조합은 설명했다.
그러나 문제는 국내 양대 전자업체가 거의 동시에 금형사업 투자에 나서면서 주로 중소기업이 공들여 키워놓은 핵심 경력인력을 대거 채용한다는데 있다.
중기들 “고연봉 앞세워 경력직원 대거 뽑아가”
LG·삼성등 금형분야 투자 강화로 위기감 고조
금형조합, 동반성장위에 ‘인력빼가기’ 중단 건의
인력난을 겪는 중소업체는 핵심 인력들이 대기업으로 이직하면 회사 존폐까지 걱정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시흥의 A중소 금형업체는 지난해 핵심 경력 직원 2명이 대기업으로 이직하면서 그 영향을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경력 7~8년의 금형 전문 인력을 구하기 어려워 기존 주문받은 설계 물량 목표를 채우기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A사 관계자는 “최근에는 3년차 현장 인력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며 “이들 직원들까지 대기업으로 옮기면 기업 활동에 큰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평택의 B사도 최근 금형 설계 전문 직원 1명이 대기업으로 빠져나가면서 며칠 동안 관련 업무를 중단해야 했다.
대기업으로 자리를 옮기는 인력은 설계 등이 가능한 주로 7~8년차 핵심 인력들이다. 중소기업 금형전문인력 연봉은 대략 3천만~3천500만원 정도 수준이어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대기업들의 인력 빼가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
이처럼 중소금형업체들의 피해가 심각해 지자 금형조합은 최근 동반성장위원회 등에 대기업 인력 빼가기를 중단해 줄 것을 건의하기도 했다.
금형조합 관계자는 “금형은 국내 관련 업체의 91% 가량이 종업원 50인 이하인 전형적인 중소기업형 산업”이라며 “한때 수익성이 없다며 대기업에서 버렸던 금형 부문을 놓고 최근 대기업들의 행태는 도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이선호기자 lshgo@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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