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빚 상속받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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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종종 부모가 너무 많은 채무를 진 채 사망하게 될 경우에 자식들이 부모의 채무를 승계하여 채무 전부를 변제하여야 하는 것인지 질문을 받곤 한다.

 

아무리 부모 자식 간이라고 해도 부모와 자식은 별개의 인격체이므로 부모가 진 채무에 대하여 자식이 변제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우리의 법제는 상속이란 제도를 인정하고 있으므로, 자식들이 부모의 사망으로 인하여 상속인이 되는 경우에는 피상속인인 부모의 모든 재산이 상속인인 자식들에게 포괄적으로 승계된다. 그렇다면, 자식들은 그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사망한 부모의 채무를 승계하여야만 하는 것일까?

 

정답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이다. 만약, 자식들에게 사망한 부모의 채무를 무조건적으로 승계하도록 한다면, 어떤 이들은 평생을 빚만 갚으면서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이와 같은 불합리를 제거하기 위하여 우리 민법이 마련하고 있는 제도로는 상속의 ‘한정승인’과 ‘포기’가 있다.

 

상속의 한정승인이란 상속인이 상속으로 인하여 얻을 재산의 한도에서 피상속인의 채무와 유증을 변제할 것을 조건으로 상속을 승인하는 것이고(민법 제1028조), 상속의 포기란 상속으로 인하여 생기는 권리·의무의 포괄적 승계를 전면적으로 거부하여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효과를 생기게 하는 것이다(민법 제1019조).

 

예를 들어, 사망한 부(父)의 재산이 7천만원이고, 채무가 1억원이라고 가정해보자. 단순승인의 경우, 상속인은 채무 1억원을 7천만원으로 변제하고 남은 채무 3천만원에 대하여 상속인 자신의 재산으로 변제하여야 한다. 그러나 한정승인의 경우, 상속인은 7천만원의 한도에서 1억원의 채무를 변제하면 되는 것이므로, 상속재산으로 변제하기에 부족한 채무 3천만원에 대하여는 상속인의 고유재산으로 변제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상속 포기는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과 같이 취급하므로 상속인은 7천만원의 재산을 취득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1억원의 채무를 변제할 의무도 부담하지 않는다.

 

피상속인의 재산과 채무가 얼마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피상속인의 재산이 채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면, 상속인으로서는 한정승인을 하는 것이 보다 유리할 것이나, 피상속인의 채무가 재산을 초과하는 것이 명백하다면 상속인은 상속을 포기함으로써 과중한 채무부담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상속의 한정승인 내지 포기는 원칙적으로 상속인이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내에 가정법원에 신고하여야 한다. 다만, 상속인이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상속개시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내에 알지 못하고 단순승인을 한 경우에는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3개월 내에 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

 

한편, 상속의 포기는 상속이 개시된 이후에만 가능하고, 상속의 승인 또는 포기는 상속재산에 대하여 포괄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상속재산의 일부에 대하여 또는 특정 재산에 대하여만 선택적으로 할 수는 없다.

 

상속인으로서는 한정승인 내지 상속의 포기를 통하여 피상속인의 채무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음을 기억해 두자.  이정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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