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이탈주민 2만명 시대… 중소기업 인력난 ‘단비’ 내린다

북한이탈주민 2만명 시대를 맞았다. 그러나 아직 북한이탈주민을 보는 시각은 곱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북한이탈주민들은 수동적이다? 게으르다?’ 등 편견으로 인해 탈북자들은 취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탈주민들을 채용해 인력난을 극복하고 탈북자들이 국내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중소기업들이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군포의 인쇄 출판업체 성인문화사는 이미 북한이탈주민들 사이에서 일하고 싶은 기업으로 입소문이 났다. 월급을 다른 회사보다 많이 주는 것도 아니지만 성인문화사에서 일하는 북한이탈주민들은 1년새 10명으로 불어났다.

 

성인문화사가 북한이탈주민 채용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지난해 1월이다.

 

당시 중소기업청이 경기중기청에서 처음 개최한 북한이탈주민 채용 박람회 안내 팩스가 회사로 들어왔다. 직원들은 이 팩스를 대수롭지 않게 폐기하려 했지만 김경수 대표(50)는 북한이탈주민을 고용해 인력난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 채용박람회에 참여했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일이 익숙해질 만하면 5년 뒤 출국해야 하지만 북한이탈주민들은 자신이 원하면 계속 근무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30대 중반의 탈북여성을 처음 고용한 성인문화사는 이 직원의 성실한 근무태도를 보고 북한이탈주민들의 추가 채용을 결정했다고 한다.

 

현재는 광명 등 장거리 출퇴근 직원은 물론 부부가 함께 근무하고 있을 정도로 북한이탈주민들에게 인기 직장이 됐다.

 

성인문화사는 부부 직원들에게 가족 수당도 지급하는 등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성인문화사 관계자는 “북한이탈주민들은 남한 정착을 위해 적극적으로 일을 배우는 등 성실하게 일하고 있다”며 “여건이 된다면 10명 이상을 추가로 채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성인문화사에 근무하는 한 북한이탈주민은 “회사가 가족 같은 분위기여서 좋다”며 “열심히 일해서 남한에 잘 정착하고 싶다”고 말했다.

 

파주 출판단지에 입주한 출판업체 한국학술정보㈜는 앞으로 북한이탈주민 채용 규모를 30명까지 늘리기 위해 최근 시범적으로 3명의 북한이탈주민을 채용했다.

 

이 회사는 현재 근무하는 조선족 등 외국인 근로자 30명을 모두 북한이탈주민으로 대체한다는 계획을 하고 있다.

 

산업연수생 등 외국인 근로자들은 언어 의사소통도 어려운 데다 5년 이상 장기간 근무가 불가능하지만 탈북자들은 상대적으로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고 장기간 근무도 가능해 지속적인 탈북자 채용을 추진 중이다.

 

“남한사회 정착” 열의 강해

 

적극적·근속 가능 장점

 

기업들 외국인보다 선호

 

군포지역 인쇄·출판업체

 

1년새 10명 뽑기도

 

특히 기숙사를 운영해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북한이탈주민들이 호감이 갈 만하다는 게 업체의 설명이다.

 

한국학술정보에 근무하는 북한이탈주민 조원철씨(34)는 “회사 직원들이 업무를 상세히 알려주고 기숙사도 있어 적응을 빨리할 수 있다”며 “또 다른 북한이탈주민들과 함께 근무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학술정보 이희재 과장은 “조선족들은 시간 때우기 식으로 정시간에만 근무하기를 원하는 성향이 있다”며 “이번에 고용한 북한이탈주민들은 야근을 자청하는 등 적극적으로 일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좋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청은 지난해부터 매달 경기중소기업청에서 북한이탈주민 채용 박람회를 열어 탈북자 정착을 돕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 3월까지 북한이탈주민 2천300여명이 참가해 이 중 150여명이 국내 중소기업에서 근무하게 됐다.

 

북한이탈주민 남한 정착에 대해 김재숙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차장은 “북한이탈주민이 남한 사회에 적응 못할 경우 또 다른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안정적인 일자리 제공과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남한사회의 인식 전환 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선호기자 lshgo@ekgib.com

 

‘中企와의 만남’ 150여명 조기정착 기쁨

 

경기중기청, 北이탈주민 채용박람회

 

경기지방중소기업청(청장 김진형)은 6일 경기중기청에서 북한이탈주민의 취업촉진을 위해 ‘2011년도 제4차 북한이탈주민과 중소기업의 만남의 장’ 행사를 개최했다.

 

이번 만남의 장에서는 수도권 42개, 지방 19개(8개 화상면접) 등 총 61개 중소기업과 북한이탈주민 150명이 참가해 1대1 심층면접 및 상담을 벌였다.

 

‘북한이탈주민과 중소기업 만남의 장’ 행사는 중소기업청이 북한이탈주민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교육과 취업을 연계한 취업촉진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중소기업 816개 북한이탈주민 1천966명, 올해 1~3차에 중소기업 156개 북한이탈주민 387명이 행사에 참가했으며, 현재까지 총 150여명이 중소기업에 채용됐다.

 

4차 행사에서는 취업률 제고를 위해 하나원에서 중소기업 알기, 경제 창업 교육 등 사전교육이 강화됐다.

 

또 전국 하나센터(30개) 및 경찰청과 협력해 하나원 퇴소 후 채용예정기업 방문 안내 등 사후관리를 체계적으로 실시해 북한이탈주민들을 취업시키는 등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경기지방경찰청의 협조를 받아 매월 경기지역에서 취업의사가 있는 북한이탈주민(사회진출자)을 사전 모집하는 등 사회진출한 북한이탈주민들까지 지원하고 있다.

 

안병규 경기중기청공공판로지원과장은“중소기업들도 북한이탈주민을 고용해 인력난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관심이 많다”며 “앞으로 북한이탈주민 밀집 거주 지역을 찾아가 우수중소기업이 기업설명 및 면접을 진행하는 지역별 채용설명회도 병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선호기자 lshgo@ekgib.com

 

北이탈주민 뽑으면 급여 50% 최대 3년간 지원

 

정부 정착지원 어떻게

 

북한이탈주민에게는 기본적으로 정착금이 나온다.

 

기본금은 1인 가구 기준 600만원이 지급되며 노령, 장애, 장기치료 등에 따라 최대 1천54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주거 부문은 임대 아파트 알선과 주거지원금 1천300만원이 지원된다.

 

특히 남한 정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일자리 부문은 훈련수당, 자격증 취득 ·취업장려금 등 1인당 최대 2천240만원을 지원한다.

 

훈련수당은 1인당 월 최소 20만원을 지급하고 취업장려금은 3년 동안 연 550만원에서 650만원이 지급된다.

 

북한이탈주민 채용 기업은 급여의 50%(70만원 한도)를 최대 3년 동안 지원받을 수 있으며 중소기업진흥공단 정책자금 대출 때 기업 신용등급을 1~2단계 상향조정 받을 수 있다.

 

북한이탈주민 2인 이상 고용기업에 대해서는 창업기업지원자금, 신성장기반자금 등 정책자금 지원 시 연간 0.1%~0.2%, 총 8년간 1.6%p까지 금리 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 북한이탈주민 중 국민기초생활보장 대상자는 매달 40만원이 나오며 의료급여 1종 대상자는 본인 부담 없이 의료혜택이 부여된다. 입국 당시 50세 이상 60세 미만은 국민연금 가입 특례가 적용된다.

 

대학 진학을 원하는 북한이탈주민은 특례로 대학 입학이 가능하며 중·고등학교 및 국립대 등록금 면제, 사립대는 학비의 50%를 보조해 준다.

 

이 밖에 정착 도우미가 1가구당 1~2명이 지정돼 정착을 돕는다.

 

이선호기자 lshgo@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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