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살아 있는 모든 것이 약동하는 생명의 계절이다.
올해는 유엔이 정한 ‘세계 산림의 해’이다. 지구환경 문제에서 산림의 중요성을 지구촌 전체가 공감하자는 뜻이다. 그리고 우리 정부가 전 국민 나무심기를 권장하기 위해 식목일을 지정한지 66회 째가 되는 해이기도 하다.
금년에는 전국적으로 약 2만㏊의 면적에 3천760만 그루의 나무를 심을 계획이다. 산림청은 관련 부처와 함께 한강, 금강, 영산강, 낙동강 등 4대강 주변에‘희망의 숲’을 조성하고, 탄생기념 나무심기 등 다양한 나무심기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인터넷 신청자 등 참여를 희망하는 국민에게 심을 나무와 장소를 제공하고 있다.
나무심기 사업은 개인·가족·단체·기업 등 국민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 그리고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다양하고 특색 있는 나무심기 사업을 펼치고 있으므로 참여를 희망하는 개인이나 단체는 거주지 산림·녹지·공원 부서에 문의하면 된다.
지혜로운 우리 조상들은 건축용 재목을 얻기 위해 산에 있는 나무도 잘 보살피고 가꾸는 한편 마을 주변에는 공동체의 쉼터와 소통 기능을 하는 생활환경림인 마을숲, 마을 입구에는 바람을 막아주는 방풍림, 강이나 바닷가에는 홍수나 해일(쓰나미) 등 자연재해를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재해방지 숲을 조성하고 유지하기 위해 꾸준히 나무를 심고 가꿈으로써 풍년과 풍어를 기원하고 공동체의 안전과 행복을 도모하였다.
지난 해 여름에는 태풍 곤파스와 집중호우로 숲을 이루고 있던 수많은 큰 나무들이 부러지고 쓰러지더니, 유난히도 춥고 긴 겨울은 몹쓸 구제역과 조류독감으로 움직이는 죄 없는 무수한 생명체가 희생되는 수난의 시기였다.
춘분이 지나자 남녘으로부터 본격적인 봄의 소식이 빠르게 북상하고 있다. 생명이 움트는 봄에 희망과 행복을 위한 나무를 심어보자. 나무는 생명체다. 살아있는 생명체는 아무렇게 다루어서는 안 된다. 나무는 그 특성에 맞게 심을 장소를 가려서 심어야 한다.
중국 고사에 귤화위지(橘化爲枳)라는 말이 있다. 사람도 주위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비유한 의미이나 글자 그대로 번역하면 회하 남쪽의 따뜻한 지역에서 자라는 귤나무를 북쪽의 추운 지방에 심었더니 탱자나무가 된다는 뜻이다. 생태와 환경을 무시한 나무심기는 하지 말라는 뜻도 된다.
나무심기에 관한 가장 오래된 고전은 중국 당나라 시대의 문필가이자 철학자인 유종원이 지은 ‘종수곽탁타전’이다. 그는 “나무의 천성을 잘 따르고, 그 본성이 잘 발휘되게 심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요즈음 일부 신도시의 아파트 단지나 개발지역 등에 나무를 심어 놓은 것을 보면 나무의 생태나 기후 풍토를 고려하지 않고 심겨진 모습이 많이 보여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올 봄엔 우리 모두 희망과 행복을 키우는 마음으로 나무심기에 참여하자. 그리고 한 그루를 심더라도 의미를 부여하고 잘 자라도록 정성을 다하자.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 심은 나무들은 우리의 후손에게 희망과 행복을 안겨주는 아름답고 풍요로운 숲이 될 것이다. 권영계 산림청 서울국유림관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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