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연일학교 장애학생들 ‘주치의’ “치과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82세 우광균 전문의, 수억대 치과기자재 기증

매주 의료진들 학교방문 10년넘게 치과진료

“치과 선생님 고맙습니다, 이가 튼튼해졌어요.”

 

지난달 31일 정신지체 장애 학생들이 다니는 인천연일학교(교장 강병훈) 치과진료실.

 

지역 내 서울대 출신 치과 전문의들이 이러쿵 저러쿵 말을 붙여가며 학생들의 치아를 꼼꼼하게 살피고 있었다.

 

유치부부터 초·중·고교 및 전문대 학생들까지 진료실을 찾는 연령층은 다양하지만 너나 할 것 없이 긴장된 모습은 숨길 수 없다.

 

하지만 매주 목요일이면 어김 없이 학교에 오는 의료진들을 반기는 이 역시 학생들이다.

 

지금으로부터 10여년 전 우광균 치과전문의 한 사람으로 시작한 연일학교에서의 치과진료 봉사는 현재 8명이 동참하면서 매주 목요일마다 의료진 2~3명이 한 팀이 돼 연일학교를 찾는다.

 

치과진료는 양치지도는 물론 방사선촬영(표준), 예방치료(치아 홈메우기와 불소 치료), 스케일링, 발치, 레진, 충전치료, 근관치료, 응급치료 등 개인의 구강 상태에 따라 실질적으로 필요한 치료를 해주고 있다.

 

지난 2000년 이 학교 충치보유 학생은 전체 학생의 54%를 차지했지만, 치과진료 봉사 시작 이후 10년이 지난 현재 충치 보유 학생은 22%로 낮아졌다.

 

현재 충치가 있는 학생은 전학생이거나 치료시기가 너무 늦어진 경우, 또는 장애 특성 상 진료협조가 어려운 학생들이다.

 

학부모들은 “장애 아이를 데리고 치과에 가면 가벼운 충치도 치료하기가 매우 어렵다”면서 “학교에 치과진료를 받을 수 있는 시설이 갖춰져 있어 좋고, 오랜 기간 아이들을 위해 진료를 해주시는 의사선생님이 계셔 마음이 놓인다”며 의료진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학생들이 이처럼 건강한 치아를 유지할 수 있게 된 데는 아이들에게 ‘치과 할아버지’로 불리는 우광균 치과전문의(82)의 공헌이 크다. 그는 1999년 10월 40여년 동안 운영해온 치과를 정리하고 수억원대 치과기자재를 연일학교에 기증, 교내에 치과보건관리소를 열었다.

 

직접 소장을 맡으며 12년 넘게 장애학생들을 위한 치과진료 봉사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처음에는 대화조차 잘 통하지 않는 아이들을 치료하느라 매일 전쟁을 치르다시피 하며 애를 먹었지만 정신지체아와 관련된 책을 읽고 심리도 연구하면서 아이들과 친해질 수 있었고 진료도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치과의사를 할 수 있는 손재주를 얻은 것에 감사한다는 우 소장은 “장애학생들일수록 가장 나중으로 미루거나 방치해 버릴 수 있는 질환이 치과질환”이라며 “앞으로도 저를 필요로하고 힘이 닿는 한 계속 장애학생 구강 건강에 관심을 갖고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박혜숙기자 phs@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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