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끊길라”원청업체·바이어 눈치… 수출 납품가 인상못해 ‘이중고’
동두천에 위치한 피혁업체 A사는 최근 원자재로 사용하는 돈피(돼지가죽) 가격이 급등해 경영상태가 악화됐다.
A사가 원자재로 사용하는 돈피는 구제역 살처분 여파로 국산을 구하기도 어려운데다 일본에서 수입하던 물량 역시 일본 대지진으로 가격이 두배 이상 급등했기 때문이다.
실제 수입 돈피는 지난해 ㎏당 4달러에서 현재 9달러 이상으로 급등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A사는 제품 가격을 인상해야 할 상황이지만 원청업체가 난색을 보이고 있어 제품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A사 관계자는 “피혁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피혁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원자재 조달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A사처럼 도내 중소기업들이 원자재 값이 급등하는데도 수출 및 납품 가격은 올리지 못해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중소기업들이 제품 가격을 인상하고 싶어도 원청업체나 바이어들이 중소기업 납품 가격 인상을 달가워하지 않아 눈치를 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3일 중소기업중앙회 경기지역본부에 따르면 최근 400개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원자재 가격 급등에도 불구하고 이를 판매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중소기업들이 9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원자재 가격은 평균 23.9% 치솟았지만 납품(판매)가격은 7.2% 오른 데 그쳤다.
중소기업들이 원자재 가격 인상분의 대부분을 떠안는 셈이다.
포천의 B사는 가방과 벨트 등을 만들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중견기업에 납품하는데 올해 들어 매출액이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B사는 가죽 가격이 급등하는 등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겹치면서 제품가격 인상이 시급한 실정이다.
하지만 B사가 납품하는 대형 할인점에서 가격 상승을 억제하고 있어 납품가격 인상은 생각도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은 원자재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했다가 그나마 납품하던 원청업체나 바이어들이 거래를 끊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며 “여기에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도 제품가격 인상을 할 수 없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이선호기자lshgo@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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