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학력·학점·토익점수)쌓기’ 헉헉… 고달픈 캠퍼스

“취업문 뚫자” 어학원·타 전공과목 수강은 기본 공모전·자격증 따기 등 학업부담 고3 보다 더 커

좁은 취업문을 뚫으려는 대학생들이 ‘스펙’을 쌓느라 대입 수험생보다 큰 학업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일부 대기업들이 스펙의 기준을 낮춘 열린채용으로 전환하고 있지만 극소수에 불과한데다 대다수 학생들이 스펙에 대한 불안감을 좀처럼 떨쳐버리지 못하면서 스펙쌓기 과열경쟁 양상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단국대 3학년에 재학 중인 L씨(25·경제학과)는 올 들어 정규수업 외에도 교내 국제어학원에 다니며 토익 수업을 듣고 있다. 매주 3일간 2시간씩으로 토익수업을 별도로 들으면서, 방과 후 공부 모임을 통해 토익 담화 연습까지 1시간 반 정도를 하다 보면 밤 11시가 다 돼서야 하교 한다.

 

특히 어학원 수업이 토요일까지 있는데다 한자와 컴퓨터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고 있어 주말도 학교에서 보내야 하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경희대 3학년 L씨(22·화학과) 역시 학점관리 때문에 복수전공은 커녕 타 학과 과목은 전혀 듣지 않고 있다.

 

경영학과 언론정보학에 관심이 있지만, 수강신청을 할 때에는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려운 과목은 아예 배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남들보다 하나는 더 해야 된다’는 생각에 독서토론회, 학교기자단, 학생회 등 이력이 될만한 활동을 왕성히 하고 있다.

 

이씨는 “수강신청 때 흥미, 적성과 관계없이 쉽고, 점수따기 쉬운 과목에 학생들이 몰린다”며 “여러 과목을 들으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싶지만, 점수를 생각하면 그럴 수가 없다”고 말한다.

 

아울러 같은 학교 2학년 C씨(22·전자전파공학과)는 입학 전에는 오케스트라 동아리에 들고자 했지만, 마음을 바꿔 창업동아리에 들어갔다.

 

창업 동아리를 통해 공모전에 참가하는 것 자체가 이력이 되기 때문이다. 토플공부를 하면서 전공과목 보충 스터디를 준비하는 C씨는 오케스트라는 커녕 악기를 배울 시간조차 없다.

 

C씨는 “요즘 대학가는 취미생활을 한다는 것 자체가 위험한 것으로 여겨지는 상황”이라며 “동아리 활동조차 스펙이 되는 것으로 하자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열린 채용을 하더라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활동을 해야 한다는 부담이 상당한데다 열린 채용을 하는 기업 자체가 많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성보경기자 boccu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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