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서울예술대학 예술공학센터

‘예술+과학’ 시공 초월한 창작발전소

서울예술대학 예술공학센터(ATEC : Art & Technology Center)는 컴퓨터로 가능한 예술을 고민한다. 영화, 방송 등 여러 매체에 컴퓨터가 빼놓지 않고 쓰이면서 첨단기술도 이제 예술에 있어 하나의 도구라기 보다는 중요 요소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첨단 기술을 중심으로 한 예술의 진화, ATEC이 선두에 있다.

 

■ 뉴욕 로미오와 안산 줄리엣, ATEC에서 만나다

 

지난 2001년 문을 연 서울예술대학(총장 유덕형) 안산 캠퍼스. 박물관 같기도 하고, 갤러리 같기도 한 독특한 강의동들이 일반 대학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풍긴다. 이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건물은 예술공학 센터 ATEC이다. 5~6층 높이의 노출 콘크리트(별도 마감재 시공 없이 콘크리트를 그대로 드러나게 한 마감) 건물의 거칠고 차가운 모양새가 예술과 기술의 거침없는 만남을 나타내는 듯 보인다.

 

2007년 설립된 ATEC은 예술과 과학의 만남을 통한 기발하고 신선한 창작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첨단 스튜디오와 멀티미디어 영상 장비를 갖춘 곳에서는 특히 원격화상(Telepresence, 이하 텔레프레전스) 교류 프로그램과 쌍방향 공연(Interactive Performance, 이하 인터랙티브 퍼포먼스)은 이곳만의 자랑이다. 예를 들면 공연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는 뉴욕에 있는 로미오가 안산에 있는 줄리엣과 같은 시간, 다른 공간에서 함께 공연을 펼치는 식이다. 말 그대로 시공을 초월한 사랑을 직접 표현한다. ATEC이 보유한 최첨단 장비와 뉴욕 라마마 극장에 설치한 기기가 이를 가능케 했다.

 

■ 시공간 초월한 놀이의 장

 

ATEC 3층의 스튜디오 안에는 200인치에 달하는 대형 스크린 세개가 옆면을 맞대고 기다랗게 늘어서 있다. 양쪽으로는 대형 스피커가 두 개, 스크린 앞으로는 원격 조정이 가능하다는 카메라가 놓여 있다. 스크린 뒤편에는 프로젝터 3대가 한 스크린당 하나씩 비치돼 있다.

 

첨단 멀티미디어 영상 장비 갖춰

 

가상공간서 외국 극단과 공연 등

 

첨단기술 통한 예술의 진화 이끌어

 

서울예대는 뉴욕과 LA에 이들 장비를 설치해 이른바 ‘컬쳐허브’를 만들고 그곳의 극단과 강사진을 가상공간에서 만날 수 있도록 했다.

 

실제 사람 크기로 동시간 재현되는 스크린을 통해 뉴욕 등지의 극단과 함께 공연을 할 수 있고, 현지 강사의 강의를 들으며 바로 질문을 던질 수도 있다. 지난 2008년 국가 간 원격 인터랙티브 공연으로는 국내 최초였던 ‘로미오와 줄리엣’을 비롯, 2009년 서울예대와 채프먼 대학과의 공동영화제작 프로젝트 ‘Building Bridges 2009’ 시사회, 지난해 원격 화상 퍼포먼스 실험 ‘해프닝’등이 그 예다.

 

지난 1월에는 미국 유명 예술대학인 캘리포니아예술대학인 칼아츠(CalArts: California Institute of Arts)와 교류 프로그램을 시행, 각 학교가 학생을 6명씩 선발해 원격화상을 통한 워크숍을 실시했다. 손뼉치기, 원 만들기 등 가벼운 게임으로 시작해 시공간에 대한 새로운 차원을 열어나가는 프로그램이다. 해외의 예술계 저명인사의 네트워크를 통한 실시간 강의 또한 가능하다.

 

“임장감이라고 하죠, 공간과 관계없이 같은 느낌을 공유하는 겁니다. 첨단 과학을 통해 한 공간처럼 활동하니까요.”

 

심길중 방송영상과 교수는 텔레프레전스 시스템의 장점을 시공간 초월로 일축한다. 인터랙티브 공연은 예술가에 있어서는 더 크게 ‘놀 수 있는’ 또 하나의 세상이다.

 

■ 더 커진 교육 효과, 학사학위 취득까지

 

텔레프레전스를 통해 학사학위를 취득하는 것은 ATEC이 내세우는 또 하나의 강점이다. 서울예대 학사학위과정은 전문학사(2년) 이상의 학위가 있고 1년 이상의 현장 경력이 있을 시 2년간의 전공 심화과정을 통해 예술학사학위를 수여하는 과정이다. 현재 공연창작학부와 미디어창작학부에서 각각 퓨전뮤직스튜디오와 인터렉티브퍼포먼스 스튜디오를 정규 강좌로 편성,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들 수업은 뉴욕 컬쳐허브 등과 연계, 텔레프레전스를 통해 이뤄지는 실험공연 준비 과정으로 예술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는 목표다. 시공을 넘어선 교육이 점차 자리 잡고 있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

 

“새로운 것을 쫓아가고 만들어내는 것이 예술가의 삶이죠. 다양한 방법으로 놀다 보면 새로운 것이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직 답이 나오지는 않았지만요.”

 

더 큰 놀이의 장에 대한 심 교수의 설명이다.  성보경기자 boccum@ekgib.com

 

서울예대 창작극 동아리 ‘만시’

 

창학 50주년 특별공연 기대하세요

 

“만나서 공연 한번 해 봅시다!”

 

만남의 시도를 뜻하는 창작극 동아리 ‘만시’는 올해 31년에 들어선 장수 동아리다. 재학생 회원 80여명의 연극동아리인 만큼 연기 전공 학생들만 모이나 싶어 물으니 동아리연합회장이자 만시 회원인 박두영씨(28·연기과)가 손을 내젓는다.

 

“딱딱한 규율도 없고 출신 학과도 관계 없어요. 만나서 뭔가를 시도하는 데 그런 건 상관없으니까요.”

 

만시는 한해 두차례의 창작극을 공연하기 때문에 방학을 전후해서는 본격적인 워크숍 준비에 들어간다.

 

특히 지난해에는 만시의 30주년 기념으로 9기 출신인 배우 장진이 직접 연출에 참여, 재학생 후배들까지 70여 명이 함께 ‘로미오 지구 착륙기’라는 특별 공연을 올렸다.

 

이에 따라 대학을 벗어나 400석 규모의 남산대극장을 대관, 8회에 거친 공연이 성황리에 진행됐다.

 

정경훈 동아리회장(22·연기과)은 “연극이 그렇게 즐거웠던 건 처음”이라며 “40회, 50회를 맞을 때 더 크고 즐거운 축제를 만들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올해 만시는 외부 공연 경험을 발판삼아 동아리 연합차원으로 연합워크숍을 추진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웠다.

 

“학교를 벗어난 공연을 하면서 도약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어요. 내년이 창학 50주년인 만큼, 전무후무한 동아리 연합 공연을 만시가 주도해 추진한다면 더 이상의 도약은 없겠죠.”

 

동아리 연합 차원에서 앞장서겠다는 만시의 다짐이 대단하다.

 

성보경기자 boccu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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