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도시락 ‘행복 배달’
대한민국에서 ‘아줌마’라는 단어는 강력한 의미를 전달한다.
억척스러운 생활력과 자녀와 가족에 대한 헌신으로 무장한 집단으로 고정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아줌마라는 불특정다수는 공공장소에서 큰 목소리로 이야기하거나 대중교통 이용시 가방을 던져서라도 빈자리를 얻고야 마는 등의 행동과 같은 ‘무식한 강인함’으로 포장되곤 한다.
그러나 이렇게 강한 이미지의 대한민국 아줌마들이 한없이 약해지는 곳이 바로 사회생활이다.
그들은 밥벌이를 위해 사회에 뛰어들어야 할 때 높은 진입장벽에 가로막히거나 어렵사리 진출해도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하기 일쑤다.
이런 중·장년 여성들이 노동취약계층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한편 자립과 자활을 지원하도록 노력하는 사회적기업이 바로 행복도시락이다.
부천시 원미구에 위치한 행복도시락 주식회사는 아동과 노인 등 결식이웃에게 따뜻한 도시락을 전하고 일자리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공익적 목적을 위해 태동했다.
2000년대 초반 부천나눔자활센터가 중장년 여성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잘 할수 있는 간병, 가사, 조리 등에 특화된 직업적 전문인을 만들고자 공동체를 조직한 것이다.
특히 복지관이나 교회 등 자선단체에서 실시하는 배식을 받으러 가지도 못할 정도로 거동이 불가능한 노인들에게 밑반찬과 도시락을 배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지역사회의 필요성이 행복도시락의 밑거름이 됐다.
이에 지자체와 SK행복재단 등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HACCP(위해 요소 중점관리 기준)에 준하는 시설과 시스템으로 수공업적 형태에 머물던 조리사업을 규모화하면서 지난 2008년 부천지역에서는 최초로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기에 이른다.
중·장년 여성들에 일자리 제공
하루 평균 500~700개 도시락 생산
결식이웃들 건강 챙겨 ‘보람 두배’
행복도시락은 17명의 직원 중 80%에 달하는 13명의 직원이 저소득층, 한부모가정, 장애인, 차상위계층 등 취업취약계층이다.
주로 아줌마들로 구성된 이들은 아동, 노인, 유료식, 유아식, 간식 등 평일 평균 500~700식 규모의 도시락을 생산하고 배달까지 담당하면서 즐거운 노동현장을 만들어낸다.
‘아줌마’들이 주를 이루는 작업장에는 웃음소리와 투닥거리는 소리 등으로 끊임없이 활기가 넘치고, 40~50대 여성이라는 공통점을 향유하면서 끈끈한 정을 공유한다.
특히 작업장은 위생과 안전면에서는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매뉴얼에 정해진대로 철저한 위생관리에 따라 앞치마도 3종류로 구분, 조리할 때는 흰색, 설거지를 할 때는 빨간색, 식재료의 전처리시 분홍색 등을 구분해 사용한다.
사업분야의 특성상 노동집약적일 수 밖에 없다는 한계를 인식한 행복도시락은 지난해 다양한 시도를 통해 일반시장으로의 진입을 준비했다.
‘집밥’을 콘셉트로 소규모 케이터링 서비스(출장뷔페) 등으로 틈새를 공략하면서 신뢰를 기반으로 시장성을 테스트해본 결과, 가능성을 발견한 이후 올해는 매출이 20% 가량 성장하도록 추진할 계획을 세웠다.
직원들을 위해서는 끊임없는 교육과 지도·점검, 수시로 이뤄지는 회의 뿐만 아니라 자격증 준비를 지원하면서 새로운 노동시장으로의 진출을 도울 예정이다.
박명혜 행복도시락 대표는 “수익보다는 가치와 일에 의미를 부여하는 사회적기업으로 존재하고 싶다”며 “비전을 주기 위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지현기자 jhlee@ekgib.com
인터뷰
“직원들 능력개발 향상 지원 출장뷔페 등 새 아이템 고민”
“무능한 대표가 유능한 직원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명혜 행복도시락 대표(39)는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매우 인상적인 사람이다.
박 대표가 행복도시락을 책임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9년 말부터.
10년 이상 생산직으로 근무하며 노동조합활동 등 노동운동에 헌신했던 그는 평소 여성 및 이주노동자, 장애인, 비정규직 등 노동 취약계층에 관심을 갖고 있던 중에 행복도시락 대표로 선임됐다.
그는 “정규 노동시장으로 진입하기 어려운 마이너와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갖던 중 중·장년 여성의 일자리 문제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고 말한다.
자활센터에서 독립된 사업체로 발돋움하면서 최초의 대표로 박씨가 선임되면서 행복도시락에서는 지난해 출장뷔페나 행사도시락 등 사업영역을 확장함과 동시에 구성원들의 능력개발을 향상하는 조리교실, 위생교육 등의 지원을 제공해 왔다.
이후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만이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인가에 대한 고민까지 함께 하면서 노동환경과 민주적 구조에 대한 관심도 기울였다.
구성원들에게 현재의 상황을 수시로 설명하고 의사결정에 동의를 얻는 과정을 통해 1~2명의 특정한 리더에 의존하지 않고 자율권을 높이면서 비물질적 보상에 주력하는 것이다.
대표의 고민과 회사의 상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업무배치와 분장 및 역할수행을 자발적으로 결정하는 구조를 통해 각 직원들이 책임감을 갖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특정인의 지시 없이도 양질의 음식을 만들면서 스스로 업무를 해낼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부터는 출장뷔페 등 노동집약적인 분야에서 살아남기 위한 새로운 아이템을 끊임없이 고민, 일반 업체와의 경쟁을 시도했지만 사회적기업이 태동한 본래의 목적을 벗어나서는 안된다는 신념도 갖고 있다.
박명혜 대표는 “수익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장이 수행하지 못하는 부분을 해소하는 본래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며 “적극적인 공적 투입과 사회적기업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사회적기업의 내실화를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현기자 jhlee@ekgib.com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