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동북부를 강타한 대지진으로 일본 산업 기반이 큰 피해를 당한 가운데 일본과 교역이 활발한 우리나라도 업종별로 영향이 우려된다.
철강, 반도체, 디스플레이·휴대전화 업계는 생산이 지체될 것으로 전망되며, 석유화학, 자동차·기계, 섬유 등은 미미한 영향을 받겠고, 국산차 업계는 반사 이익이 예상된다.
지식경제부는 14일 이와 같은 산업계 업종별 영향 분석 자료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서 보고했다.
우선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는 업종은 철강재 생산이다.
스미토모금속공업의 제철소 가스저장시설이 파손됐고, 신일본제철과 JFE 등은 제철소 고로 가동이 일부 중단됐다.
우리나라 기업 중에는 포스코가 요코하마에 코일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피해는 가벼운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연간 대일 철강재 수입은 핫코일이 420만t, 후판 173만t, 슬라브 170만t 등 1천106만t에 달해 이들 제품의 생산이 늦어지면 국내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개연성이 있다.
철강·반도체·휴대전화 장기화땐 생산차질 타격
석유화학·기계·섬유 공급 충분해 영향 미미
자동차 중장기적으로 반사 이익
반도체도 피해가 예상된다.
낸드플래시는 도시바의 미에현 요카이츠 공장 등 일부 설비가 진동으로 일시적으로 가동을 멈췄고, 시스템 반도체는 도시바와 르네사스 등 주요 업체들이 지진의 여파로 생산이 중단됐다.
이에 따라 시스템 반도체 가동 중단이 장기화하면 일부 제품의 수입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디스플레이·휴대전화 역시 도쿄 인근의 LCD 부품 소재 공장 정전 피해로 일부 생산이 지체될 개연성이 있다.
아사히글라스의 유리기판 성형로가 정전으로 손상돼 복구하는데 2개월 이상 걸릴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으며 소니 케미칼의 AFC(이방성 전도 필름)라인도 가동을 멈춘 것으로 알려졌다.
단기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LG디스플레이와 삼성 등이 아사히글라스에서 유리기판을 조달하고 있어 생산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수입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파악된 업종으로는 석유화학을 꼽을 수 있다.
지진으로 카시마, 지바, 가와사키 등 3개 단지에 입주한 8개 석유화학사가 생산 설비 가동을 중단, 일본 국내 총생산량의 57%에 해당하는 에틸렌 458만t의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지만 국내 업체들은 국내 공급능력이 충분해 당장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정부는 전망했다.
완성차의 경우 대일 수출 규모가 작년 전체 수출 중 0.007%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극히 작아 영향이 미미하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일본에서 부품을 조달하는 국내차 업계도 이미 1∼3개월 치의 재고를 확보해 놓아 사태가 장기화되지 않는다면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섬유업계 역시 직물, 화학섬유, 의류 등 섬유업 관련 부문의 대일본 수출·입 비중이 크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경쟁부문도 달라 반사이익도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자동차 업계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한국업체의 글로벌 시장 지배력 증가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도요타와 닛산, 혼다도 어코드, CR-V 등을 미국으로 수출하는 사야마공장이 피해를 입어 수출용 일본차의 품질에 대한 우려를 확산시키면서 결과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현대·기아차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지현기자 jhle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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