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학생-연구원’ 50개 드림팀 잠들지 않는 연구 열정
한국산업기술대학교(총장 최준영) 캠퍼스 기술혁신파크에는 원스톱 지원센터가 있다. 학생들의 생활, 교육, 연구개발이 한 곳에서 이뤄진다. 기숙사와 연구실, 강의실이 한 건물에 모두 모여있기 때문이다. ‘원스톱’의 이점을 활용, 교수·기업간 이뤄지는 연구개발 프로젝트에 학부생이 연구원으로 참여해 24시간 현장밀착형 학습을 수행한다. 특히 기업과 진행하는 실전 프로젝트가 정규 교과로 생겨나면서 타 대학들이 벤치마킹까지 하고있다. 이름하여 ‘엔지니어링 하우스(Engineering ouse:EH)’다.
新산학협력 모델 ‘엔지니어링 하우스’ 운영
학생들 24시간 머물며 현장밀착형 학습
생명과학·신소재 등 다양한 분야 연구
내년 ‘EH인증제’ 도입 공학교육 신뢰도 업
공학 연구실이 죽 늘어선 기술혁신파크 5층. 각 연구실 문마다 명패가 여러개 걸려있다. 각기 다른 외부기업과 산학협력을 맺은 연구실이 연구분야와 기업체 이름을 함께 붙여 놓았기 때문이다. 이중 명패가 네개나 붙어있는 ‘고기능성 박막 EH’에 들어섰다.
연구실은 10여개의 독서실용 책상이 들어차 있었고 5명의 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학생들은 컴퓨터 작업을 하는 한편, 책과 서류를 들여다보며 저마다의 연구에 골몰해 있는 듯 했다.
입구에서 오른편으로는 유리창으로 훤히 들여다보이는 실습실이 분리돼 있다. 실습실에서는 커다란 기기가 ‘웅’하는 낮은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테이블에는 갖가지 기구가 놓여있었다. 한참 실험 중이던 한 학생이 기자를 알아보고 기계를 껐다. 이곳에서 2년간 연구를 마치고 올해 대학원에 진학한 신소재공학과 나봉권씨(28)다.
나씨는 대학교 3학년 1학기에 연구실 생활을 시작했다.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학점관리를 하지 못했던 나씨에게 담당 교수가 EH를 추천했기 때문이다. 연구를 시작하면 밥값, 차비, 휴대폰 요금 정도는 해결할 수 있는 금액이 연구비로 지급되는 데다 학업과 관련된 공부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었다. 혼자서 학교생활을 했던 나씨는 연구실 생활을 시작하며 친구와 선후배를 사귀었고, 연구에 흥미를 느끼게 됐다. 뚜렷한 장래희망이라곤 없이 ‘졸업 후 취업’이 목표였지만, EH를 통해 공부에 욕심이 생겼다. 2학년까지는 학사경고까지 받는 등 0.47에 불과했던 학점이 졸업때는 평균 3.6까지 올라갔다.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나씨의 현재 목표는 ‘박막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대학원 진학 후 나씨는 연구실이 있는 기술혁신파크 15층 기숙사에서 지낸다. 오전에 일어나면 같은 건물에 있는 체육관에서 운동을 한 후 지하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연구실에서 연구를 계속한다. ‘한 건물 생활권’이다.
나씨는 “한 건물에서 모든게 가능하다보니 시간이 무척 절약된다. 효율적으로 시간을 운용할 수 있고 연구하는 데 집중력을 높이기 좋다”고 말한다.
EH는 신 개념 산학협력 모델로 일정 공간에서 교수와 학생, 기업 연구원이 공동으로 연구에 참여하고 24시간 활동 가능한 시스템이다. 지난 2007년 18층 규모 기술혁신파크가 산학협력 복합건물로 완공되며 원스톱 시스템이 구축됐다. 1천600명이 생활할 수 있는 기숙사, 은행, 서점, 푸드코트, 스포츠플라자 등 부대시설이 50여 EH와 함께 구축돼 있다. 생활과 연구가 한 곳에서 진행된다.
건물 3~5층에 위치한 EH는 정보기술과 전통산업, 생명과학 및 신소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육과학기술부와 지식경제부의 공동 지원으로 운영된다. 나씨와 같이 EH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400여명의 학생들은 24시간 건물에 머물며 교수의 연구개발 지도를 받고, 178개 중소·벤처 기업과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학생들이 딴생각 할 새가 없어요. 연구에 더 몰입하게 되는 겁니다”
강찬형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EH의 최대 장점으로 학생들이 연구에 집중하며 스스로 발전하게 된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실제 형편없는 성적으로 학사경고를 받고 재입학을 했던 학생들이 EH에 참여하고 나선 성적우수장학금을 받는 경우가 왕왕 있다고. 과거 성적우수자에 한해 선발했던 것에서 벗어나 이제 EH 프로그램을 통해 도움받을 수 있는 학생이라면 누구든지 환영하고 있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EH와 관련해 정규교과를 편성, 3과목을 개설한 데 이어 2학기에는 5개로 늘릴 예정이다. EH교과는 EH 내에서 이뤄지는 R&D와 현장체험형 교육을 혼합한 산학일체형 교육 프로그램이다.
EH교과 수강 대상은 소속 학과에 관계없이 재학생 누구나 신청 가능, 주당 이론 1시간, 실습 2시간의 2학점으로 운영된다. 수업방법은 강의, 토론, 세미나 등 다양한 형태로 진행된다.
또 수업시간 16주 중 4주는 실습 및 견학 등 현장교육에 중점을 두고 책임교수, 참여교수, 외부전문가 등이 공동 참여하는 팀티칭 방식으로 운영된다.
산기대는 내년부터 EH교과에 대한 자체 인증제를 도입, 공학교육에 대한 기업의 신뢰를 높여간다는 계획이다. EH교육인증제는 EH 브랜드 가치 및 참여 학생의 취업연계 강화와 인증제를 통한 현장적응능력 및 프로젝트 수행능력 배양에 초점을 맞출 방침이다.
산기대 산학협력중심대학육성사업단 단장 김광 기계설계공학과 교수는 “EH프로그램을 내실화 해 대학원생급 연구역량을 갖춘 최고의 학부생을 육성하고 최고의 산학협력 명문대학으로 발돋움 하겠다”고 말했다. 성보경기자 boccum@ekgib.com
<이색 동아리> 산기대 대표 동아리 CIR 이색>
지능형 로봇 우리가 만들 겁니다
한국산업기술대학교 대표 동아리 CIR(Creation of Intelligence Robot). 30여명이 활동하며 해마다 댄스로봇대회, 베틀로봇대회 등 각종 대회에 10여차례 이상 출전하는 ‘활동지수 만점’ 동아리다.
각종 로봇 부품이 들어찬 동아리 방에 들어서니 근사하게 빛이 나는 로봇이 눈에 띈다. 키 30~50cm 로봇은 관절마다 모터가 달려있고, 몸통에 내장된 보드에는 움직임이 프로그래밍 돼 있다.
“비슷해 보이지만 달라요. 팔·다리의 길이, 관절의 수, 상하체 비율, 무게, 색깔 등 대회의 성격과 종류에 따라 고려할 요소가 많죠”
지난해 동아리 회장을 지내며 여러차례 로봇대회에 출전한 박재열씨(매카트로닉스공학과·07학번)는 이미 로봇 박사가 다 됐다.
빨간 댄스로봇과 은빛 배틀로봇을 비교해 보여주며 얼마나 신경썼는지 설명한다. 배틀로봇은 큰 키에 팔이 길고 발이 크다. 덕분에 균형을 잘 잡고 공격력이 좋다. 반면 댄스로봇은 다리에 관절이 여러개 있고 도트 매트릭스로 얼굴을 만들어 표정을 지을 수 있게 했다.
보통 대회를 준비하며 로봇 하나를 만드는데 숙련된 고학년 한명과 신입생 2~3명이 참여한다.
지난해에는 제10회 산학협동 산업기술대전 장관상 및 총장상을 수상하고 용인사이버페스티벌 배틀축구 2대2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동아리방 한켠에는 수상기념 팻말이 자랑스럽게 걸려있다.
상도 상이지만 강의실에서 오들오들 떨며 쪽잠을 자고 동아리방에서 밤을 새가며 한달여씩 대회를 준비한 기간은 무엇과보 바꿀 수 없는 추억이다. 대회에서 갑작스레 보드가 망가지거나 각종 돌발사고가 생겨 로봇이 못 움직이는 일도 있지만 그때마다 목놓아 울기보다는 실수를 분석하는 법, 빠르게 대처하는 법을 배웠다.
“올해는 신입생 교육에 집중해서 최대한 신입생과 함께하는 CIR이 목표에요”
송해중 회장(매카트로닉스공학과·07학번)이 사뭇 결연한 표정으로 말한다. 그리고 덧붙이는 한마디.
“우리 동아리 이름 따라서 CIR 할거에요. 막연한 꿈같지만 지능형 로봇, 꼭 만들 겁니다”
성보경기자 boccu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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