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호동초등학교, ‘성호 사상’ 본받아 참인재 키워요

스스로 공부·폭력없는 배움터 만들어

성적 저조 학교서 교육과정우수교로

조선후기 대표적인 실학자 성호 이익은 고향 안산에서 학문을 연구하며 80평생을 보냈다. 이익이 세상을 뜬 지 250년이 다 돼가지만 안산은 민생안정과 사회개혁을 고심했던 그의 업적을 기리며 기념관을 짓고 추모 문화제도 매해 개최하고 있다.

 

최근에는 안산의 한 초등학교가 이익의 사상을 교육과정에 접목시켜 꼴등에서 일등으로 탈바꿈했다. 이른바 ‘성호의 얼을 이어가는 사랑의 꿈누리’, 호동초등학교다.

 

호동초등학교(교장 한용운)는 이익이 자신의 호를 따왔다는 마을의 호수 ‘성호’의 동쪽에 있다는 뜻의 이름을 뒀다. 지난해 전교생 2천100여명 중 절반에 가까운 900여명이 급식비나 각종 단체 발전기금을 지원받았을 정도로 학생들의 가정형편은 좋지 않다.

 

맞벌이를 하는 대다수의 부모가 자녀의 학력관리에 충분한 신경을 쓰지 못하다보니 지난 2008년 치른 국가수준성취도평가 결과 성적이 저조해 학력향상중점학교로 지정받았다. 그랬던 이 곳이 학력향상프로젝트를 실시, 성호의 정신과 얼을 교육과정에 불어넣으며 노력한 결과 지난 2009년에는 경기도교육청이, 지난해에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선정한 교육과정우수교로 꼽혔다.

 

이익의 사상을 쉽게 풀어 말하면 실질과 평등, 근건과 자립의 강조다. 호동초는 한가지씩을 연계해 탐구과정에서 실력을 키우고, 폭력없이 평등한 학교를 만들며 건강을 지켜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했다.

 

우선적으로 적극 실천한 것은 아침밥 먹기 운동이다. 아침밥을 먹지 않으면 학생들의 수업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을 파악, 안내장을 돌리고 학부모 총회를 열어 아이들이 집에서 아침밥을 먹고 하루를 시작할 수 있도록 캠페인을 펼쳤다.

 

또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수학공책과 복습공책을 마련, 문제를 풀 때마다 문제에 대한 풀이과정을 기록, 수업을 통해 배웠을 때와의 차이점을 들여다보며 친구들과 얘기하고 이를 정리하는 과정을 기록도록 했다. 스스로 고민하고 해결하게 돕는 공책은 학력향상의 일등공신이다.

 

이외에도 형제·자매가 없는 고학년과 저학년의 ‘일촌맺기’를 통해 친밀감을 높이고, 칭찬통장을 만들어 주고받은 칭찬을 기록도록 하면서 학교폭력없는 학교로 정착했다.

 

한용운 교장은 “학구열이 대단했던 이익처럼 학생들이 스스로 즐거운 공부를 하기 바란다”며 “학생으로 하여금 빵점을 맞더라도 하고 싶고, 재미있는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보경기자 boccu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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