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을 휩쓸고 있는 구제역으로 인해 온 국민들이 공황 상태에 빠져 있다고 표현 해도 과언이 아닌 거 같다. 이제는 언론도 진정 기미가 보인다는 보도가 있고 주무장관도 조만간 진정단계로 접어 들것이라고 말하고 있으니 천만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 국민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지금까지 행한 정부의 조치가 국민들로부터 불신임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한 일이라곤 매번 구제역이 돌때마다 반경 몇 킬로미터를 정해 놓고 살처분을 시키는 것으로 구제역 확대를 방지한 것 밖에는 없다. 이번에는 그것마저 빗나가 온통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았다.
여기서 필자가 아쉬운 맘이 드는 것은 구제역 확대 방지가 살처분 시키는 원시적인 방법 밖에 없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다.
최첨단과학이 발달한 세상에 구제역만 발생하면 그 지역을 중심으로 해서 살처분 반경안에 들어 있는 대상 가축은 죄 없이 죽어 나가야 하니 동물로서는 정말 억울한 죽음이 아닐수 없다.
죽을 바에는 주사를 맞고 죽는 동물은 그래도 행복한 동물이다. 우연히 인터넷에 떠도는 동영상에서 생죽음을 당하는 돼지들을 접했다. 산채로 구덩이에 밀어 넣는데 하나 같이 밀어넣고 있는 사람쪽을 쳐다 보고 울부짓는 모습은 눈뜨고는 보지 못할 비극 그 자체였다. 내 귀에는 살려달라고 소리 치는 울부짖음으로 들려 그 환영에 며칠 밤잠을 설쳤다.
하물며 인터넷을 통해 본 내가 이럴진대 살처분을 담당하는 공무원 종사자들의 마음은 어떨 것이며 가축을 기르고 관리해 온 축산 농민들의 마음은 과연 어떻겠는가?
정말 눈 뜨고 사람으로서 할짓은 아니라고 본다. 기르던 돼지를 몽땅 자기 농장 한편에 쓸어 묻은 친구를 찾아 간적이 있다. 이 친구 어깨위로 쏟아져 내리는 슬픔을 보았고 뺨위로 흘러 내리는 눈물을 보면서 나도 같이 울었다. 그런데 앞으로가 더 큰 문제라고 했다.
돼지 무덤이 매일 쳐다 보이고 마지막 가던 돼지들의 모습이 떠 올라 견딜수가 없어 괴로움을 스스로 달래고 있다며 가슴을 치면서 소주를 병채로 들이킨다.
죽어간 돼지들의 넋을 달래 주는 제사를 무덤 앞에서 지내 주는 것이 어떻겠냐는 나의 의견에 기독교 신자인 이 친구도 쾌히 승락한다.
나는 생명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영혼이 있다고 믿는다.
생명이 있는 가축을 구제역으로 그렇게 많이 죽였다면 억울하게 죽은 소 돼지들의 혼은 마땅히 달래 주어야 된다고 생각 한다.
지나친 상상일지 모르지만 혹시라도 한 맺힌 동물들의 혼이 발동 되어 인간 한테 큰 재앙을 몰고 올지도 모르는 일이니 어느 형식을 취하건 죽은 동물들 혼을 달래주는 제사라도 지내는 것이 만물의 영장인 인간 도리가 아닌가 나 혼자 새겨 본다.
살처분에 동원된 공무원을 비롯한 관계자들의 몸과 마음 고생을 국민들이 알아 주어야 한다. 더불어 그들 한테도 동물혼 달래주는 그 이상으로 정부에서 위로 해주는 성의를 보여야 할 것이다.
이현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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