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 ‘희망 불씨’ 살리는 파주 구제역 농가
가축이동제한 해제…“재입식 학수고대”
“2개월 동안 텅빈 우리에 다시 소를 넣어 기를 수 있다니 꿈만 같습니다.”
7일 오후 3시 파주시 탄현면 금승리 1천200㎡ 넓이의 이기표씨(55)의 젖소농장.
파주연천축협(조합장 이철호) 직원 10명과 인근 축산농가로 구성된 봉사단 5명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저녁까지 가축 재입식을 위한 청정축사를 만들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이들은 축사 구석구석에 묻은 오물을 철수세미로 닦아 낸 뒤 알카리성과 산성약품으로 번갈아 소독을 했다. 이어 가스 토치를 이용해 불로 청소를 한 뒤 마지막으로 생석회를 뿌리는 등 오후 늦게야 축사정리를 마무리했다.
청소를 마친 뒤 구제역 검역관으로부터 합격을 받게되면 30일 이후에 소를 들여와 키울 수 있다.
파주연천축협은 축산농가가 재기할 수 있도록 봉사단 지원과 함께 고압스팀세척기 차량 1대, 토치램프, 소독약품 등을 지원해주고 있다.
이씨는 지난 해 12월28일 58마리의 젖소 중 한마리가 구제역 의심 증세를 보여 방역당국의 판정에 따라 키우던 젖소를 모두 살처분한 후 매몰처분했다.
매몰처분 이후 두달여 동안 이씨는 매일 밤 꿈속에 소가 나타나는 악몽에 시달려야 했다.
25년 동안 소를 키워오던 이씨는 매몰처분으로 아픔을 겪었지만 최근 파주지역에서 구제역 증세가 자취를 감추고 가축이동제한이 풀리면서 다시 소를 키울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
농장주 이씨는 “살처분 후 그동안 소를 제대로 관리해주지 못한 것이 늘 마음에 걸렸는데 다시 소를 키우게 되면 잘 보살펴 주고, 구제역에걸리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철호 파주연천축협조합장은 “축산농가 붕괴로 지역경제에 엄청난 어려움을 가져다 주었는데 이제 재입식을 통해 다시 축산농가들이 희망을 갖게 됐다”며 “축협은 이번 구제역에서 얻은 많은 교훈을 바탕으로 전직원과 조합원들이 합심해 축산선진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파주=고기석기자 koks@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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