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기업 세계를 사로잡다] (주)신한세라믹

‘20년 외길’ 기술력… ‘100억대 매출’ 자랑 세라믹 업계 ‘넘버 원’

지난 해 8월 지식경제부는 세계시장 선점 10대 핵심소재(WPM·World Premier Materials) 사업단을 선정, 발표했다. 모두 10개 컨소시엄의 220여개 기업 및 연구기관으로 선정된 이들 기업들은 우리 나라의 녹색성장과 신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핵심기술 개발을 추진의 모체로 평가됐다. 이 가운데 ‘에너지 절감 및 변환용 다기능성 나노복합소재’ 분야에 시화공단의 한 중소기업이 당당하게 LG화학,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효성 등 국내 굴지의 첨단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세라믹 분야에서만 20년 동안 성장하며 이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기술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신한세라믹㈜가 그 주인공이었다.

 

■ 순탄치 않았던 성장기… 첫번째 위기

 

신한세라믹의 시작은 지난 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라믹 관련 회사에서 20년 가까이 근무하던 강성호 대표이사는 직원 6명과 함께 시화공단에 둥지를 틀었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던 강 대표는 세라믹 업계에서 ‘국내 최초’라는 이름을 얻은 선광세라믹스에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부산의 동국 세라믹스까지 20년 가까이 외길을 걸었다.

 

세라믹 제품을 설계하고 개발하는 업무를 담당했던 강 대표는 회사를 사직한 뒤 창업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익숙한 분야였던 만큼 시작은 어렵지 않았다. 본인이 개발했던 세라믹 디스크 제품을 주력 제품으로 생산, 시장에 내놓으면서 그럭저럭 공장을 운영해갔다. 세라믹 디스크는 수도꼭지나 밸브에 들어가 뜨거운 물과 찬물을 조절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나 창업한지 2년만인 97년 말께 IMF 금융위기가 시작되면서 신한세라믹은 첫번째 위기를 맞았다. 제품을 납품했던 업체가 갑자기 부도가 나면서 6억6천만원짜리 어음이 휴짓조각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당시 신한세라믹의 연 매출은 10억원 수준. 회사로서는 버티기 힘든 상황이었다.

 

한달 동안 이 사람, 저 사람을 찾아다니며 돈만 받으러 다녔다는 강 대표는 결국 한 푼도 챙기지 못했다. 다행히 은행에서 미리 받아놓은 어음할인과 공장 신축을 위해 준비해놨던 화성의 공장부지와 건축자금으로 신한세라믹은 IMF 외환위기로 닥쳐온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 위기를 기회로…

 

한세라믹의 첫번째 위기 속에서 강 대표는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갔다. 아무 것도 남지 않았지만 포기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이런 고민 속에 강 대표는 신제품 개발에서 해답을 찾았다. 국내 내수시장만으로는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 해외 수출길을 뚫어야겠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를 위해 강 대표는 기술력을 갖고 신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직원들이 모두 퇴근하고 혼자 회사에 남아 자신이 가진 노하우와 아이디어, 생각들을 모두 모아 제품개발에 나섰던 강 대표는 세라믹 디스크를 응용한, 카트리지 형태의 조립품을 개발해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만들어낸 성과였다.

 

제품 개발은 곧바로 수출로 이어졌다.

 

가장 먼저 수출길이 열린 곳은 파키스탄. 당시 인도와 파키스탄에서 플랜트 사업을 벌이던 지인의 소개로 A업체와 연결돼 IMF 위기가 국내경제를 휩쓸던 98년부터 한달에 100~200만원어치의 제품을 수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IMF 위기를 넘긴 지 얼마 안돼 또다시 위기는 찾아왔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ISH 전시회에 어렵게 참가한 뒤 유럽시장에서 주문이 폭증하면서다. 앞뒤 생각 없이 주문을 받기에 급급했던 강 대표는 제품의 품질이라는 가장 중요한 분야에 실수를 범했기 때문이다. 수출기업 입장에서 제품 결합은 치명적 약점이었다.

 

냉·온수 조절 밸브 ‘세라믹 디스크’ 주력 생산

 

창업 초기 IMF·부도위기 기술개발과 수출로 극복

 

지경부 ‘세계시장 선점 10대 핵심소재사업’ 선정

 

“전세계를 고객으로… 글로벌 기업 성장 자신”

 

이로 인해 2002년에는 8억원어치의 물건을 되돌려 받는 일도 벌어졌다. 당시 연매출이 30억원으로 매출액의 1/3에 육박하는 수출물량이 반품된 셈이다.

 

이같은 일을 겪고 나자 강 대표는 품질 관리에도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일본 세라믹 업계에서 2위를 달리고 있는 NTK와 접촉한 강 대표는 기술교류를 통해 NTK의 선진 품질관리기법을 전수받는데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신한세라믹은 국내 기업으로서 최초로 미국 NSF(미 국립위생규격) 인증을 받는 성과를 거뒀다.

 

지금도 신한세라믹의 기술연구소 2층 강 대표의 사무실 앞에는 그날그날 생산된 제품 일부가 놓여 있다. 강 대표가 매일 직접 품질 관리를 눈으로 확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 전 세계가 고객

 

이후 신한세라믹을 지속적으로 성장, 지난해 매출액이 100억원을 돌파했다. 이중 수출액만 50억원에 달한다.

 

중소기업 입장에서 내수시장보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출에 주력하겠다는 강 대표의 전략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여기에 강 대표는 해외 전시회가 열리면 찾아서 참가하는 스타일이다. 신한세라믹처럼 부품을 판매하는 회사는 관련 업계나 바이어들에게 소문이 나야 하는데 해외전시회만큼 홍보에 최적 장소가 없다는 설명이다. 해외 동향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이유로 전시회 정보는 빠지지 않고 챙긴다는 강 대표는 격년제로 열리는 독일의 ISH 전시회는 한번도 거른 적이 없고 지난 2009에는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가 마련한 인도 뭄바이 G-FAIR(우수상품전시회)에 참석, 인도시장 진출까지 계획하고 있다. 또 신한세라믹은 중국 현지에서 사무실과 공장 등 해외법인을 두고 공격적인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중국에 사무소를 마련한 때는 지난 2001년 중국 에이전트를 통해 사무실 문을 연 지 6년만인 지난 2007년 중국 푸젠성 샤먼에 150만달러를 투자, 공장을 설립했다. 중국 시장의 특성상 외국 유명메이커 제품들이 앞다퉈 진출해 있는 상황에서 부품 공급도 현지에서 조달받는 사정을 고려한 판단이었다.

 

이같은 생각은 중국 현지 사정과 맞아떨어져 공장에서 생산된 물건 중 5% 정도만 국내로 반입되고 나머지는 전량 중국시장에서 소화되고 있다. 현지에서 자리를 잡은 셈이다. 지난 2008년 이후 경영수지가 개선돼 중국법인에서 흑자를 보고 있다는 강 대표는 해외시장 동향이나 업계 흐름을 보고 장기적으로 투자전략을 세웠던 계획이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 고객과 기술에 대한 신뢰가 최우선

 

이렇게 기업을 운영하며 성공을 일궈나가는 강 대표가 갖게 된 신념은 고객과 기술에 대한 신뢰. 신뢰나 신용이 없는 기업은 설 자리가 없다는 게 강 대표의 생각이다.

 

이런 이유에서일까 파키스탄의 A사에는 지금도 신한세라믹의 제품들이 수출되고 있다. 20년 동안 거래를 이어온 셈이다. 수출 물량은 현재 한달 평균 1~2천만원 수준으로 처음보다 10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경영철학을 강조하는 강 대표는 “사람처럼 기업도 신용이 없으면 안 된다”면서 “신용 없는 행동은 나중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IMF 위기 당시에 납품했던 업체에서는 한 푼도 받지 못했지만 재료공급업체에는 10원까지도 틀리지 않게 대금을 입금했다”면서 “신용은 기업의 성공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강 대표는 기술에 대한 신뢰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람에 대한 신뢰만큼 기술에 대한 고객들의 신뢰를 통해 제품이 수출되고 바이어들로부터 믿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강 대표는 해외전시회에 참가할 때마다 평소 알고 지내던 바이어들뿐 아니라 신한세라믹 부스를 방문했던 바이어들까지 다시 찾아가 인사를 나누거나 제품을 설명하는 기회를 가지면서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여기에 사람도 또 하나의 기술이면서 고객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가족 같은 기업 문화가 곧바로 기업 성장 축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강 대표는 정기적으로 70여명의 직원들과 식사를 갖거나 간담회를 개최, 애로사항을 해결해주고 있으며 항상 직원들 입장에서 생각하는 자세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강 대표는 지난해 시흥시로부터 최고경영인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얻었으며 경기도와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등으로부터 일자리창출 우수기업, 수출유망기업, e-프론티어 기업 등으로 인증받은 상태다.

 

또 기술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신한세라믹은 미국 NSF 인증 취득 이후 영국의 WRAS(음용수 규격), 독일의 KTW(플라스틱음용 사용 기준), 프랑스의 ACS(음용수 기준) 인증을 잇따라 받아 세라믹 업계의 선두주자로 평가되고 있다.

 

강 대표는 “부품이나 완제품의 해외규격 취득시 대기업에서 생산하는 기초소재의 외국인증이 국내에 별로 없어서 중소기업들이 많은 돈을 들여 직접 인증을 받아야 하거나 외국의 인증받은 기초소재를 사서 인증을 받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 해외규격인증 취득서비스 제공 필요

 

강 대표는 중소기업 중 수출에 주력하는 기업들에게 꼭 필요한 지원이 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해외규격인증을 위한 정보나 서비스 제공이었다. 우리나라에도 KS마크, Q마크 등의 제도가 있듯이 외국도 각자 나름대로의 고유한 규격인증제도를 갖고 있는데 해외전시회 등을 통해 제품 품질을 인정받아 수출하려고 해도 해당 국가의 규격인증을 없을 경우, 수출길이 막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 대표는 중소기업 입장에서 이를 취득하는데 상당한 애로가 있다고 지적했다. 자금지원, 국내외 전시회 참가 정보, 수출 관련 각종 서비스 등은 제공되고 있지만 해외규격과 관련한 서비스는 좀처럼 찾기 어렵다는 설명이었다. 신한세라믹도 아무런 정보도 없고 도움을 받을 곳도 마땅치 않아 4번이나 신청한 끝에 미국의 NSF 인증을 받아내는데 성공한 경험을 소개하기도 했다.

 

강 대표는 “부품이나 완제품의 해외규격 취득시 대기업에서 생산하는 기초소재의 외국인증이 국내에 별로 없어서 중소기업들이 많은 돈을 들여 직접 인증을 받아야 하거나 외국의 인증받은 기초소재를 사서 인증을 받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김동식기자 dsk@ekgib.com  사진=전형민기자hmjeon@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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