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경영 부추길 ‘자충수’ 우려

저축은행들 예금 금리인상 통해 인출사태 긴급진화

“고객에 지불할 비용 느는데 대출 수요 감소 불가피”

 

인천지역 저축은행들이 예금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 들면서 예금인출사태가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자칫 부실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2일 지역 저축은행들에 따르면 최근 삼화·부산·대전저축은행 등 전국 저축은행 7곳에 대해 금융당국이 영업정지조치를 내리면서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는 지역 저축은행에서도 고객들의 예금 인출이 이어졌다.

 

에이스저축은행의 경우, 자금 유동성 관련 문의가 이어지면서 예금 인출이 평상시 대비 10% 이상 증가했다.

 

인천저축은행 등 소규모 은행들도 시장상황에 민감한 정기예금을 중심으로 예금은 줄고 출금은 늘어 나는 등 전반적으로 불안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저축은행들은 이에 따라 예금 인출이 심한 정기예금을 중심으로 연이어 금리를 올리며 긴급 진화에 나섰다.

 

에이스저축은행은 지난달 21일 정기예금 금리를 5.3%(1년 기준)로 0.3% 인상했고 인성·인천저축은행은 5.2%로 0.2%, 모아저축은행은 5.0%로 최대 0.5% 올렸다.

 

이같은 금리 인상으로 지난주부터 신규 예금이 늘어 상당수 저축은행들이 회복단계로 돌아섰다.

 

하지만 일각에선 아직 저축은행 전반에 대한 불안이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저마다 예금금리를 올리는 건 또 다른 부실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당장은 예금 인출을 막을 수 있지만 결국 고객들에게 지불해야 하는 비용 부담이 늘어 나는데 비해 대출 수요는 줄어 드는만큼 은행 부실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 저축은행들은 BIS(자기자본비율)가 다른 저축은행들에 비해 높은 수준인만큼 당분간은 현재의 고금리를 유지하면서 시장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A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들이 예금 인출사태를 막고 예금을 끌어 들이려고 경쟁적으로 금리를 올리고 있어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필수적인 선택”이라며 “아직은 금리 인상이 부담될 정도로 위험한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미경·박용준기자 kmk@ekgib.com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