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 편히 물 마시기 겁나…” 구제역 ‘군부대 급수원’ 위협

<현장속으로>

“바람 불 때마다 냄새” 포천 사직리 인근 군부대 등 식수 안전 비상

 

“바람이 불 때마다 소들이 썩는 냄새가 조금 나기는 하는데 물은 지하수인지 수돗물인지 모르고 먹어서…”

 

전국 구제역 매몰지 인근 군부대의 취수원 중 오염 우려가 있는 곳이 46개소나 되는 것으로 드러나 군부대 식수 조달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이들 부대들은 식수원에 대한 오염 여부와 위험성 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어 식수원 점검을 비롯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일 오후 2시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의 한 군부대 옆 매몰지.

 

젖소 91마리가 매몰된 이곳은 군인 18명이 생활하고 있는 간부숙소에서 불과 5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바람이 불면 매몰지에서 풍기는 썩은 내로 군인들이 고생을 하고 있었다.

 

현관문 앞에 있던 군 간부는 식수에 관해서 “관사 뒤에 있는 민가에서 끌어온다고 하는데 어떤 물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고 말했다.

 

간부숙소 바로 옆에 있는 부대 사병들의 식수에 대해서도 “벽 끝쪽에 있는 심정(우물)에서 취수한 물을 먹습니다”라며 부대 끝쪽을 가르켰다.

 

사병들이 사용하고 있는 심정은 매몰지에서 불과 200~300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지만, 정작 이 곳에서 생활하는 군인들은 구제역 매몰지로 인해 취수원이 오염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노곡리 매몰지에서 7㎞ 가량 떨어진 이동면 장암리 매몰지의 사정은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인근 3개 부대가 사용하는 취수원은 500m 이내에 매몰지가 있지만 노곡리에 비하면 그나마 거리가 먼 편이다.

 

하지만 만에 하나 침출수가 지하로 스며들 경우 취수원이 오염될 가능성을 안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일동면 사직리의 매몰지는 생각보다 상태가 훨씬 심각했다.

 

이곳에는 50여m 간격으로 소와 돼지 3천여마리가 묻혀 있는 대규모 매몰지인데도 매몰지를 덮은 방수포 옆에 고철과 폐자재가 수북히 쌓여있어 관리가 되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웠다.

 

매몰지 너머의 대형 군용 관사에서 생활하는 수백명의 군인들이 매몰지 인근에서 취수한 물을 먹고 있었지만 심각성을 알지 못했다.

 

포천시 상수도사업소에 군부대로부터의 상수도 개설 요청이 있었는지 확인한 결과, 이미 이동면 노곡리와 영북면 야미리의 군부대에서 상수도 개설 요청이 접수된 상태였다.

 

포천=안재권·이호진기자 hjle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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