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별 맞춤식’ 달라진 징병검사

‘舅喪己縞兒未操(구상기호아미조), 三代名簽在軍保(삼대명첨재군보)’. 이는 ‘시아비 상복 막 벗고 아기는 탯물도 마르지 않았는데, 삼대가 다 군보에 실리다니’라는 뜻을 가진 시구다. 19세기 다산 정약용의 한시 애절양(哀絶陽) 중 한 구절로 당시 삼정의 문란이라 하여 전정·군정·환곡에 있어서 지방관리들의 수탈이 극심했다. 이로 인해 백성들은 살 길을 찾기 힘들었고 그중 군정의 폐해가 가장 컸는데 이를 대표적으로 표현한 시다.

 

군정의 폐해로는 죽은 사람에게도 군포를 부과하는 백골징포(白骨徵布), 태어나지도 않은 아기에게 부과하는 황구첨정(黃口簽丁), 그 외에 족징(族徵)·인징(隣徵) 등 수많은 명목의 군포 수탈이 있어 민초들의 삶은 피폐해질 수밖에 없었다.

 

스스로 호적을 파내 양반집의 노비로 들어가는 경우도 허다했다 하니 당시의 참담한 시대상을 짐작게 하고도 남음이 있다. 이러한 일들이 결국 홍경래의 난을 필두로 한 수많은 민란으로 이어져 결국 조선 후반기 왕권의 약화와 이로 인한 국권 상실의 원인이 되었음은 역사의 교훈으로 남아 있다.

 

한때 병무청 역시 국민의 신뢰에서 멀어진 적이 있었다. 위 다산의 한시처럼 예전이건 지금이건 병역의 의무는 국민 개개인에게 큰 부담이었고, 그만큼 비리의 온상으로 자리 잡기 쉬웠음 역시 사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각고의 노력과 환골탈태의 의지로 어느 정부기관에 비해도 앞서나가는 청렴의 선두주자로 병무청이 자리 잡게 됐다. ‘청렴병무청 5000일’이란 기치 아래 병무청 직원이 어떠한 병무 비리에도 직간접적으로 연루됨이 없는 시일이 5천일에서 불과 500여일밖에 남지 않았음은 차치하더라도, 직원 개개인의 청렴의식 고취와 이를 뒷받침해주는 투명한 병무행정시스템의 확립이 바로 그것이다.

 

징병검사과정에서의 공정성을 보장하는 옴부즈만제도, 면제자에 대한 공정한 판정인 2심제 도입과 더불어 현역병입영과정에 있어 본인 선택의 확대로 투명성과 자율성 보장, 청렴지킴-e 시행으로 상시적 청렴확보시스템의 유지가 그러하다.

 

그 결과 지금 병무청은 정부 어느 부처에도 뒤지지 않는 청렴우수기관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지난 14일 전국 12개 지방병무청에서 19세자(1992년생)를 대상으로 한 징병검사가 동시에 실시됐다. 전국적으로 35만 여명, 경기북부지역에서만 2만5천여 명의 청년들이 병역이행의 첫걸음에 나서게 된 것이다.

 

특히나 올해부터는 ‘신체 건강자와 이상자에 대한 분리 수검’을 실시, 건강상 특별히 이상이 없는 수검자에 대해서는 신속하고 간편한 징병검사를, 이상이 있는 수검자들에게는 좀더 상세하고 면밀한 검사를 실시함으로써 정확하고 효율적인 신체등위 판정이 이뤄질 수 있게 됐다..

 

믿음과 신뢰가 담보되는 공정한 병역이행은 징병검사에서 비롯된다. 그런 만큼 병무청 전 직원들은 친절한 응대와 더불어 엄정한 병역판정으로 어떠한 오해의 소지조차 용납하지 않는 자세를 견지해 나갈 것이다.

 

50년 전 케네디는 “국가가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해줄지를 묻기 전에 당신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라”라는 슬로건으로 대통령에 당선됐고 당선 연설에서 “미국의 새로운 세대에 횃불이 건네졌다”라 하며 국민들에게 희망과 함께 무거운 의무를 강조했다.

 

당시 패배주의에 젖어 있던 미국의 젊은 세대들은 이러한 기치 아래 팍스아메리카나(Pax americana)의 기수로 나섰고, 현재 미국이 초일류 강대국이 된 이유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다. 국가는 국민에게 무한한 신뢰를 제공하였고, 국민은 헌신적으로 애국심을 발휘하여 얻어진 결실이 바로 그것이다. 병역의무에 대한 자긍심을 바탕으로 한 자율적인 병역이행은 이러한 토양 아래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정찬호 경기북부병무지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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