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공과대학
이공계기피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IMF 이후 ‘기술자는 별볼일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2000년대 들어서는 인문계열 학과로 학생들이 몰리고 있다. 여기에 공학은 어렵고 지루하다는 생각도 한몫 거든다. 이러한 가운데 경희대 공과대학(학장 이효성)은 ‘잘못된’ 인식타파에 나섰다. 자동차, 로봇 등 수업연동 동아리를 통해 교육내용을 실습하고, 특허수업을 들으며 특허청에 아이디어를 제출, 경진대회에서 상을 휩쓴다. 학문과 놀이를 연계해 상까지 따라오게 한 것. 정규교육과정과 동아리·경진대회 연계는 경희대 공대가 노리는 ‘틈새시장’이다. 이들의 틈새시장에선 공학은 재밌고 필요한 학문이라는 외침이 크게 울린다.
■ 기술의 진화를 예측한다-특허와 지적재산권
한가지 기술이 무한정 살아남던 산업사회는 끝났다. 이른바 지식기반사회라는 현재, 사회는 창의적 인재를 요구한다. 공학에 있어 창의적 인재란 보유한 기술과 정보를 합쳐, 보다 가치있는 기술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그리고 새로운 기술의 수명을 보호해주는 장치가 바로 특허다.
‘특허와 지적재산권’은 특허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강의다. 강의를 통해 학생들은 자동차, 조선 등에 대한 국내외 선행기술을 모든 수단을 동원해 조사한다.
노력과 시간을 투자한 연구물이 이미 존재하는 특허기술과 겹치는 불상사가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경희대 공대에서 벌써 9년째 개설중으로 수강신청 마감까지 1분도 채 걸리지 않는 인기강의로 유명하다. 특허의 중요성이 대두하면서 전국 40여 대학이 지난 2005년이래 특허청 지원 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경희대 공대는 이보다 2년 빨랐다. 그 결과 지난 2008년부터 진행중인 이공계대학생 대상 ‘특허전략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지난해에만 6팀이 수상하는 등 우수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자동차·로봇 등 수업연동 동아리서 교육내용 실습
특허기술 전략 만들어 각종 경진대회 상 휩쓸어
강의를 전담하고 있는 오환섭 기계산업시스템공학부 교수는 특허전략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3회연속 지도하고 있다. 캠퍼스 내에서는 ‘특허 교수님’이라고 불릴 정도로 특허는 그만의 전매특허다.
특허와 지적재산권에 대해 오 교수는 종합적으로 사고하는 강의라 소개한다. 강의에서는 기존의 선행기술을 아는 것 뿐 아니라 이를 분석해 문제점을 발견하고 조사에 착수한다. 핵심기술을 찾고 이 기술을 발달시켜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 것인지까지 예측한다. 그리고 특허기술전략을 만들어 대회에 진출, 이 모든 것이 강의를 통해 진행되는 일련의 과정이다.
오 교수는 “특허와 지적재산권은 인문학적 분석과 인지능력, 해결의 창의성, 지식의 법률적 가치까지 포괄, 관련 대회를 준비하며 기술의 흐름을 파악하게 된다”며 “이를 통해 스스로 가치있는 일을 할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한다.
이색 동아리
전기車 대회서 창작기술 1위 하이브리드 車 새 역사 쓸 것
자동차연구회 ‘카스’
경희자동차연구회의 이름은 ‘KyungHee Automobile Research Society’의 약자로, 거창하지만 네이밍 센스가 돋보이는 ‘KHARS(카스)’다.
기계공학부 학과 동아리로 공대건물 1층 바깥에 자리잡은 동아리방은 작업실과 연구실이 나란히 붙어있다. 작업실 곳곳에 파이프 절단기, 용접대 등 각종 기기들과 최근 몇년간 만든 대여섯대의 차가 쌓여있다. 그중 KHARS라는 마크가 선명히 찍힌 전기차는 지난해 ‘2010 대학생 창작 전기자동차 경진대회’에서 창작기술상 1위를 비롯 종합 6위를 차지한 차란다. 가볍게 하기 위해 오토바이 바퀴를 쓰고, 철제 대신 플라스틱으로 외관을 둘렀다.
“크게 만들어야 힘이 있는데 너무 작게 만들어서 무게조절에 실패했어요”
대회에 참가했던 장경진씨(기계공학과·04학번)가 아쉬운 듯 말한다. 무게조절만 잘 했어도 종합 1위는 거뜬했을 것이라는 말투다.
연구실 한켠에 선 장식장에는 카스가 그간 수상한 상패와 트로피 예닐곱개가 전시돼 있다. 90년대와 2000년대의 상패가 뒤섞인 모습이 지난16년 역사를 실감케한다. 40여명의 회원은 매주 한차례 세미나를 열어 제동과 주행분야에 대해 토론하고 이 방에서 연구한다.
“백문이 불여일견이죠”
강성호 카스 회장(기계공학과·10학번)은 수업을 통해 배운 내용을 자동차를 직접 제작하며 익히다보니 학습효과가 뛰어나다고 말한다. 자동차업계에 취업한 선배들은 ‘면접이 가장 쉬웠어요’라고 말할 정도라고.
올해 카스의 목표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만드는 것. 카스의 새로운 역사를 새기겠다는 각오다.
성보경기자 boccum@ekgib.com
사업 구상하며 사회경험 쌓아 취업·창업 두 토끼 잡을래요
창업동아리 ‘벤피온’
Venture(벤쳐사업)와 Pioneer(개척자)가 만나 Venpion(벤피온)이 탄생했다.
벤피온은 창업동아리로 전공에 관계없이 창업이나 전공 외 분야에 관심있는 학생들이 모였다. 지난 2003년 설립, 현재 오환섭 기계산업시습템공학부 교수 지도하에 11명의 학생들이 활동 중이다. 2주마다 한번씩 모여 분야 제한없이 사업을 구상한다. 아이디어 창출부터 아이템 및 사업구상, 사업계획서 작성까지가 벤피온이 하는 일이다.
지자체와 기업체 주관 창업대회에 활발하게 참가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5회 출전하는 등 지금까지 금상, 동상 등 한해 한차례 이상 수상해왔다. 특히 지난해에는 중소기업청 선정 우수창업동아리로 1천만원을 지원받는 등 캠퍼스에선 ‘부자 동아리’로 알려졌다.
벤피온의 강점은 전공을 넘어서 다양한 분야를 배우게 된다는 점이다. 디자인대생이 시장조사를 하고 공대생이 재무관리를 하다보면 ‘T자형 인재(전공과 관련부문의 지식·문제해결 능력까지 갖춘 인재)’는 남일이 아니다. 취업과 창업의 기회도 동시에 찾아온다. 실제 벤피온 출신들은 창업을 위해 브라질로 향하는가 하면 체육학 전공생이 벤피온 활동을 살려 국내 1위 통신사에 입사하기도 했다.
“항상 재미를 느끼고 있어요”
채정엽 벤피온 회장(전자전파공학과·10학번)은 창업대전에 놀러가고, 다양한 관심을 공유하는 ‘無압박’ 동아리라고 벤피온을 소개한다. 더불어 사업구상과정에서 사회경험을 미리 하는 기회라는 설명이다. 벤피온을 조금이라도 아는 이라면 즐거운 모험의 세계는 놀이공원에만 있는게 아님을 알게 될 것이다. 성보경기자 boccum@ekgib.com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