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불 근로자 설 앞두고 ‘막막’

인천지역 사업장 6천877곳 체불액 702억… 겨울철 일거리 없어 ‘이중고’

“설음식 장만할 돈은 커녕 전기세, 전화세 낼 생활비도 못줘서 집사람 얼굴도 제대로 못보고 있네요”

 

건설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는 김대한씨(54)와 가족들에게 이번 설은 결코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 백령도 모 공사현장에서 수개월동안 힘들게 일하고 번 1천여만원을 아직까지도 받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김씨는 “오늘은 주겠지 내일은 주겠지 하면서 건설사를 쫓아다녔지만 결국 설을 넘기게 됐다”면서 “하루하루가 견디기 힘들어서 그냥 집안에서 우두커니 넋놓고 앉아 있는 것이 전부”라며 하소연했다.

 

이처럼 인천지역 체불 근로자들이 코앞으로 다가온 설을 막막한 심정으로 맞고 있다.

 

밀린 임금은 언제 받을 수 있을지 기약도 없는데다 설이라고 떡국 한그릇 끓여먹을 수 있을지 걱정만 늘고 있다.

 

30일 중부고용노동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기준으로 인천지역 임금체불 사업장은 6천877곳(1만8천186명), 체불금액은 702억원에 달한다

 

특히 건설현장 체불근로자들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특성상 모아놓은 돈도 거의 없어 김씨의 상황처럼 전기세와 전화세가 밀리기 일쑤지만 겨울철이라 마땅히 일할 공사현장도 찾지 못해 이중고를 겪는 일이 많다.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E사에 다니던 이해상씨(44)도 최근 회사가 부도나면서 월급에 퇴직금까지 1천600만원이 넘는 돈을 받지 못했다.

 

이씨는 “회사가 회생절차를 밟고 있어서 조만간 되살아나지 않을까 희망을 걸고 있었는데 이번 설은 아무래도 빈손으로 보내야 할 듯하다”며 “걱정하실까봐 말씀도 못드렸는데 설이라고 손주들 기다리고 계실 부모님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했다.

 

남구 숭의동 H사 직원 48명도 임금·퇴직금 1억6천만원 상당을 받지 못했고 남동구 J사 직원 12명도 임금·퇴직금 1억2천200만원 상당을 받지 못하고 있다.

 

중부고용노동청 관계자는 “설을 앞두고 체불임금 청산 집중 지도기간을 운영 중”이라며 “회사가 도산해 사업주가 지불능력이 없는 경우는 체당금을 지급받도록 하는 등 체불 근로자들의 걱정을 덜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고 말했다.김미경기자 kmk@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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