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마당의 법률플러스
채권자 A는 ‘갑’ 회사의 사장인 ‘을’에게 돈을 빌려 주었는데, 나중에 받을 때가 되었을 무렵 회사가 부도가 나서, 사장인 ‘을’에게 돈을 갚아 달라고 요구하였다. 그러자 사장은 “채무자가 자기가 아니라 회사이므로 자기가 돈을 갚을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채권자는 사장에게 돈을 빌려 줄 때 당연히 회사나 사장 개인 중 누구로부터도 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였다. 뒤늦게 돈을 빌려줄 때 사장으로부터 받은 차용증을 확인하여 보니 차용인이 ‘갑’회사 대표이사 ‘을’이라고 기재되어 있었다. 이 경우 채권자는 사장인 ‘을’로부터 돈을 받을 수 없는 것인가?
법률상 회사와 회사의 직원(사장도 회사의 직원임)은 별개의 존재(법인격)이므로 채무자가 회사이면 회사만이 갚을 책임이 있고, 사장은 책임이 없다. 이 건에서도 차용증에 채무자가 ‘갑’ 회사 대표이사 ‘을’로 기재되어 있고, 이는 채무자가 ‘갑’회사라는 의미이므로 사장인 ‘을’에게는 변제를 요구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론만을 고집한다면, 채무자인 회사가 형식적으로 이름만 회사일뿐 실질적으로는 사장이 개인적으로 사업을 하고 그 사업이익도 자기가 개인적으로 챙겨 왔는데, 단지 회사의 이름으로 돈을 빌렸다는 사실만으로 사장 개인에게 채권을 요구할 수 없다면 이는 매우 불합리하고 정의롭지 못하다고 할 것이다.
법률적용 회피하기 위한 수단인 경우
책임 물을 수 있지만 사실 입증 어려움
사전에 연대채무자 차용증서 작성해야
판례는 “회사가 외형상으로는 법인의 형식을 갖추고 있으나 이는 법인의 형태를 빌리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아니하고 그 실질에 있어서는 완전히 그 법인격의 배후에 있는 타인의 개인기업에 불과하거나 그것이 배후자(이건에서는 사장)에 대한 법률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함부로 쓰여지는 경우에는, 비록 외견상으로는 회사의 행위라 할지라도 회사와 그 배후자가 별개의 인격체임을 내세워 회사에게만 그로 인한 법적 효과가 귀속됨을 주장하면서 배후자의 책임을 부정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는 법인격의 남용으로서 심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고, 따라서 회사는 물론 그 배후자인 타인( 사장)에 대하여도 회사의 행위에 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라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4.11.12. 선고 2002다66892판결).
다시 말해서 회사의 이름으로 돈을 빌렸다 하더라도, 회사가 실체가 없는 빈 껍데기에 불과할 경우에는 그 존재(법인격)를 없는 것으로 보고, 사장 개인에게 빚을 갚을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회사 이름으로 빌린 채무를 회사가 아닌 사장 개인에게 갚을 책임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회사가 그야말로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입증하여야 하는데 이를 인정받는 경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회사에게 돈을 빌려 줄 때는, 회사가 망하거나 사장이 빚을 갚지 않으려고 회사 재산을 빼돌릴 경우를 대비하여, 사장을 연대채무자 또는 연대보증인으로 하는 차용증서를 작성할 필요가 있다.
이재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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