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테크’가 대한민국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일생 동안 살아가며 단 한 번의 빚도 지지 않는 이는 거의 없다. 많은 이들이 은행 거래를 하면서 언제부터인가 대출로 대표되는 금융빚에 대해 점차 무뎌져 ‘은행돈은 눈먼 돈’이라는 인식을 갖게 됐다. 또 은행돈을 활용한 투자 성공의 사례가 각종 매체를 통해 신화처럼 소개되고 금융전문가도 나서 이들 신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 같은 논리는 빚을 이용한 재테크를 재산 증식의 한 방편으로 이용하는 ‘빚테크’ 급증이 한몫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유행처럼 번지는 재테크의 영향으로 빚을 잘 활용하면 기대 수익이 높아 자산으로 이어질수 있다는 믿음을 펴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 많은 이들이 대출에 목을 매 사업에 투자하거나 펀드 투자, 분양을 받는 등 빚테크에 주력하고 있다. 이런 믿음과 기대감은 항상 은행대출 이자가 싸고 주식 및 부동산이 항상 오른다는 가정 아래 가능하나 현실은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연이어 기준금리를 0.25%p씩 인상한 뒤 대출자들이 높아진 이자 부담에 어려움을 겪는가 하면 새해 들어 전세금이 계속 올라 어쩔 수 없이 전세금 대출 수요가 급증하는 현상까지 빚고 있다. 특히 무작정 대출로 집을 샀다가 치솟는 대출이자를 도저히 못 내 발만 동동 구르는 가난한 이들을 표현하는 ‘하우스 푸어’가 수백만 가구에 달한다고 한다.
또 막무가내식 대출금 투자는 자신의 가계 구조를 완전히 뒤바꾸는 독약으로 작용, 몰락의 지름길이 되고 있다. 평소 ‘마이더스의 손’으로 자칭하던 한 선배의 몰락을 보면 정확하게 따지지 않는 빚테크가 얼마나 무서운지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인쇄업에 종사하는 이 선배는 3년 전 부동산중개업소의 권유로 1억5천만원에 달하는 대출을 끼고 집을 계약했다. 또 얼마 안돼 분양권 프리미엄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또다시 솔깃해 추가로 5천만원을 대출받아 분양권을 사 버렸다. 하지만 이 아파트가 미분양이 되면서 고스란히 중도금과 잔금을 떠안아 버리는 신세가 됐다.
이렇게 시작된 빚잔치는 2년도 안돼 3억원을 넘어서 200만원에 가까운 생돈이 한달 이자로 나가자 마이너스 통장까지 동원하며 한달 한달 버티고 있다고 한다. 얼마 안가 파산신청까지 할 거 같다며 불안해 하는 이 선배의 뒷모습에서 연일 휘몰아치는 강추위보다 더한 추위를 느꼈다.
우리사회의 연간 파산자가 10만명에 달하고 있다. 이 중 상당수가 빚테크의 허상에 빠져 개인파산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금융 전문가들은 은행빚을 활용해 대박을 기대했다가 쪽박 차는 일을 막기 위해선 하나같이 지혜로운 빚테크 열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남의 말만 믿거나 옆사람의 과장된 논리에 편승해 섣부른 투자 행위보단 ‘남을 알고 자신을 알면 백 번 싸워 백 번 이긴다’는 손자병법의 명구를 되새기며 반복적인 재테크에 대한 열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관련 정보 수집을 모아 금리가 더 저렴한 은행으로 옮기거나 빚을 갚아야 할 시점과 수익률이 확실한지 한번 더 따지고, 어떻게 하면 금리부담을 낮출 수 있게 고민하는 등 빚테크의 기본을 습득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필요한 돈을 빌리더라도 이자를 적게 낼 수 있는 빚테크의 지혜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남의 돈에는 날카로운 이빨이 돋아 있다”는 러시아 속담이 있다. 빚은 없는 게 좋다. 기업도 어음을 발행하지 않는 회사가 탄탄하다. 경영자들이 어음의 달콤함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멀리하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빚을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도 가지고 있는 돈을 잃는 것과 빚을 냈다가 손해를 보는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용성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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